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공이 Jan 31. 2022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말의 성찬으로 써 내려가는 <내일 독립합니다> 출판기 02

둘에서 셋이 되었고, 무에서 유가 탄생했다.

  두소장님은 같은 동네 주민이다. 사실 내가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예전 집의 계약 연장을 하고 난 후 두소장님 트위터를 팔로우하였고, 주민 모임 때마다 종종 나의 이사에 당신이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실제로 계약 만료 2달 전 두소장님께 집 알아보는 시기를 어떻게 정하는지 등 이것저것 물어봤다. 만료 1달 반 전에 이사할 집 계약을 했고, 무사히 이사를 마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나의 계획대로★

그리고 이사의 전체 과정을 엮어 <내일 독립합니다> 02 찰나라도 독립을 생각한 모든 분께를 썼다.


  보라는 나의 이전 사무실 동기이다. 동기라고 하기엔 조금 머쓱한데, 나는 경력직으로 입사했지만 수습기간은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하여 함께 고용 불안정 상태로 3개월을 지냈다.

보라는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고, 나는 그 누구보다 보라에게 많은 걸 부탁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외치며 보라에게 1개 디자인을 다양한 형태로 적용해달라는 업무 요청을 자주 했다.

업무 중이건, 사무실 밖에서 만나건 나는 이름에 항상 직급을 붙여 불렀다. 그래서 퇴사를 앞두고 보라에게 "내가 뭐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물었고, 보라는 아마 "보라"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두소장님과는 두소장님-이공이님으로 부르고 있기 때문에 나는 두소장님을 두소장님이라고 부르고, 보라는 보라라고 부른다. 보라는 나를 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 나는 두소장님과 보라를 모두 안다. 보라를 6개월 정도 늦게 알았을 뿐, 둘을 알게 된 시기는 비슷하다. 

나를 교집합으로 둔 세 명은 작년 9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2일 전에 처음 만났다.

 


 "우리 책 써볼래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말에서부터 <내일 독립합니다>가 시작했고, 말한 사람은 두소장님이다. 처음에는 브런치에 발행하는 정도로 이야기했다가, 이왕 할 거 크라우드펀딩 독립출판을 해보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된 것 같다.

내가 이사할 집을 결정한 때가 8월 11일이니까 "우리 책 써볼래요?"는 8월 9일~12일 사이에 두소장님에게서 나온 말일 거다. 두소장님은 가볍게 말했을 수 있지만 나는 매사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획안을 잽싸게 써서 공유했다(이게 바로 ㅅㅍㅊㅇ!).


  내가 쓴 기획안을 보면 2021년 8월 26일(목) 두소장님과 둘이서 첫 기획회의를 했고, 이때 타깃 연령층, 써보고 싶은 글 꼭지들, 글 배치 방법, 제작 비용 마련 방안, 협업 도구, 예산, 추진일정을 이야기했다(기획안에 포함된 예산안은 8월 19일에 작성됨).

처음 추진 일정을 보면 10월 초에 본문 작성 완료 및 텀블벅 펀딩 시작, 12월에 리워드 배송을 완료한다고 되어있다. 이 일정은 나의 문제와 각종 일들―셋이 코로나바이러스 19 백신 접종 시기가 비슷하기도 했고 연말 특수가 반영되어―이 있어 현재로 미뤄졌다. 날짜만 달라졌지 큰 얼개는 다르지 않다.


  각자 공유하고 싶은 경험과 지식이 명확했기 때문에 콘텐츠 작성 걱정은 없었다. 둘 다 기획회의 때 목차 초안을 공유할 정도였으니까.

  그래, 콘텐츠는 걱정이 없다. 다만, 디자인이 걱정일 뿐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시제품 디자인이나 목업의 매력 정도에 따라 펀딩 목표 달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디자인의 힘이 필요했다. 아무리 콘텐츠가 매력적이어도 그에 맞게 디자인이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콘텐츠는 뒷심이고 디자인은 초기 동력이다.

최근에는 리커버 재출간도 유행이고, 독서 인증도 책 커버를 찍어 업로드하고, 나도 (굳이) 펭귄 클래식 마카롱 에디션을 모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니 표지 디자인의 중요성을 말해 뭐하랴.


  나는 보라를 알고 있다. 특히, 보라의 무친(!) 디자인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라 말고는 <내일 독립합니다>를 디자인해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두소장님께 보라를 추천했고, 보라 몰래 보라가 작업했던 디자인 몇 개를 보여줬다. 말해 뭐하랴, 두소장님도 보라가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것에 동의했다.


  사실 보라는 디자인하는 걸 싫어한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왕 할 거 잘해야지라는 생각만 가득했던 나는 보라에게 꼭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라는 나의 이사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사 전이었지만 이미 집들이에 초대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일단 부탁해봤다. 보라는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공동 저자 둘, 디자이너 하나.

그렇게 둘이 셋이 되었다.



화려한 조명이, 아니 화려한 양장이 글을 감싸네

  <사이보그가 되다>처럼 같은 주제를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혹은 연속으로 배치하는 본문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둘 다 시계열에 따라 목차와 콘텐츠가 구성되기 때문에 글을 섞어서 배치해도 서로의 글을 방해하지 않았다. 크게 1부, 2부로 나누어 작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보라와 나는 사무실에서 꽤 자주 만났고, 나는 두소장님과 같은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퇴근길에 잠깐 들러서 만나거나, 메신저로 자주 이야기했다. 내가 중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래도 한 번은 셋이 함께 만나야 했고, 내가 이사하기 2일 전(시간이 이때 밖에 안되었다)에 처음 만났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지 다시 한번 공유했고 보라에게 기획 키워드를 몇 개 전달했다. 펀딩에 참여한 분들이 책을 받아본 후 책을 짐으로 느끼지 않도록 집에 두었을 때 예쁘고, 책에 계속 손이 가는 디자인이었으면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독립 메신저 방에 보라가 표지 디자인 초안을 공유하면서 "분권 하는 건 어때요?"라며,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내일 독립합니다>와 두소장, 그리고 그때 맞춰 지은 나의 필명만 있던 것에 실체를 만들어 주었다(거기다 지금은 무산되었지만 추가 리워드 제품 디자인까지 해주었는데 그게 어찌나 또 대단했던지!).

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왕 하는 거 '화려한 독립'에 초점을 맞춰, 인테리어 기능까지 겸할 수 있는 양장제본 사양으로 제작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첫 만남 때 못했던 저녁식사와 원고 검토를 위해 두소장님 집에 모인 어느 날 보라가 양장제본 목업과 내지 디자인 초안을 가져왔다.

  이 책이 우리 책이다!

  우리에게 보라는 그렇다. 적극적이고 실력 있고, 두소장님과 나의 의도를 파악하여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그런 사람이다.

  이 디자인으로 정했고, 목업 그대로 제작되도록 인쇄 의뢰를 하면 된다. 보라가 작업한 표지 목업과 내지 디자인을 책상 옆에 붙여두고, 디자인에 걸맞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


  하지만 양장제본 견적은 매우 날카로운 것이었다. 양장제본에 후가공으로 형압 금박까지 넣으니 권당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견적이 나왔다. 아무리 독립출판이고 크라우드펀딩이어도 서로 감당하기 힘든 가격이었다.

  우리 책은 양장제본일 때 우리의 의도와 물성이 딱 맞는 건데―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이렇게나 괴로운 것이었다.

패브릭 표지의 오돌토돌한 촉감과 드문드문 느껴지는 형압 금박의 평평함과 독립의 단호함을 말하려는 듯 단단한 책 표지의 무게감을 떠올리며, 친한 사람들에게 '헿… 이번에 독립출판 한 번 해봤어. 한 권 보쉴?"하고 별 거 아니라는 듯 책을 건넸을 때 "헐 대박이다!!!!!" 하는 반응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촉감과 무게감은 견적서에 적힌 무거운 금액과 함께, 그리고 화려한 독립을 응원하는 추가 리워드와 손잡고 나를 떠나갔다.

  돌아와….



결국 어떤 사양으로 <내일 독립합니다>를 제작하게 될까? 알아보고, 펀딩 참여하기!

2022년, 감히 당신께 독립과 부동산을 권합니다.

독립해서 부동산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독립생활을 해야 하는지 두소장과 이공이가 <내일 독립합니다>를 통해 알려드릴게요!



글과는 별개로―

  새해이기도 하고, 설날이 지나면 이사철까지 있는 시기라 독립과 부동산에 관심은 가져주시겠지 싶어 펀딩 100% 달성만 해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소장님의 인덕과 전문성,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정성 가득한 마케팅 활동. 소장하고 싶은 비주얼로 책을 디자인해주고, 설날 인사에 광고 이미지까지 작업해준 보라까지. 두 분이 아니었으면 268% 달성(31일 14시 기준)이 가능했었을까 싶다.

 

  펀딩에 참여해주신 402명의 후원자님들, 그리고 <내일 독립합니다>에 관심을 갖고 브런치까지 넘어오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독립과 부동산을 제대로 권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