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따뜻한 색, 블루
문학을 전공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 아델. 어느 날 길거리에서 파란 머리의 엠마를 마주친 이후로 왠지 모를 강한 끌림을 느낀다. 그 후 아델이 홀린 듯 찾아간 클럽에서 다시 마주친 둘은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다. 파란색은 왠지 차갑고, 우울한 느낌의 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엠마를 만난 이후 아델에게 있어 파란색은 그 무엇보다 따뜻한 색이 되었을 것이다. '블루' 하면 파란 머리의 연인 엠마가 떠올랐을 테니까. 러닝타임이 긴 데다가 긴장감 넘치는 액션 영화도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델의 감정에 이입해 몰두한 채 볼 수 있었다. 아델이 웃으면 나도 슬며시 미소 짓고, 아델이 울면 나도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특히 서럽게 우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감정이입이 되던지. 비록 영화 속 인물이지만 영화의 마지막, 아델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더 이상 우는일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 장면 이야기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아델과 엠마의 사랑 이야기지만, 아델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 '상대방을 생각하는 관계와 대화'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아델의 남자 친구 '토마'이다. 평소에 책을 잘 읽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아델이 좋아하는 책 <마리안의 일생>을 다 읽어보겠다는 토마. 6백 쪽이나 된다는 아델의 말에도 대답은 "무조건 읽을 거야"였다. 여러 면에서 관심사도 다르고 아델의 최고의 대화 상대는 아니지만 아델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취미도 공유해보려 노력하는 순수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두 번째 인물은 홈파티에서 처음으로 만난 단역배우 '사이르'이다. 예술적 교양이 높은 엠마의 친구들 사이에서 아델은 좀처럼 대화에 끼어들지도, 어울리지도 못한다. 그런 아델에게 스파게티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림 모델은 언제부터 했는지, 유치원 교사를 한다던데 애들을 좋아하는지, 아델의 입장에서 질문을 해주는 남자 사이르. 열심히 음식만 나르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아델은 그제야 자리에 앉아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아델의 마음속에 엠마가 없었다면, 이 남자에게 빠져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속마음을 이끌어내 주는 사람에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살아온 배경이나 관심사, 취미가 다른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대화가 잘 통한다'라고 느낀다면,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 사람의 배려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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