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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an 11. 2022

2021년 회고하기

작년 잘 배웅하고, 올해 잘 마중하고

 


2022년도 새해가 밝았다. 새해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유튜브 홈에 뜬 김미경 강사님, 뉴욕 주민, 드로우앤드류, 이연의 ‘새해 목표 세우기’ 영상을 차례대로 봤다. 그 영상들에서 나온 공통적인 말은 새해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작년을 잘 정리하는 게 좋다는 거였다. 그래서 브런치에 2021년 회고록을 적는다. 작게 순간순간으로 쪼개어보면 별 다를 것 없는 일상들의 집합이었지만, 21년도는 단위로 묶으면 퇴사 같은 큼지막한 일들이 있었다. 21년도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잘 이뤄냈는지, 어떤 걸 개선하면 좋을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21년 비전과 세 가지 목표

20년 겨울~21년 넘어갈 즈음 꼭 이루고 싶었던 21년도 비전은 “건강한 정신과 몸”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목표는 3가지였다.


* 홈트 매일 10분 이상

* 매일 최소 2장 독서, 한달 리뷰 4권

* 1일 1 그림!


세 가지를 적어 포스트잇에 적어 매일 보는 화장대 거울에 붙여놓았다. 3가지만 적은 이유는 그게 핵심이어서 가져가고 싶은 것이기도 했고, 그 당시 몸보다 정신을 먼저 챙겨야할만큼 심적 여유가 적었기에 3가지에만 몰입할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쓰면 이루어진다는데 그 말이 맞는 건지 지금은 홈트와 독서는 매일 하는 습관이 되었다. 이 두 가지는 단조롭지만 안정적인 일상에 음역대를 준다. 1일 1 그림은 실천하지 못했지만, 1-2월에는 매일 그림을 그렸고, 그걸 토대로 인스타툰 계정도 운영하게 됐다. 올린 인스타그램 연재툰은 대략 18개이고 현재 팔로워는 205명이다. 이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21년 월별 정리

1. 1월~4월: 회사 일로 바쁜 만큼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다.

직장에서 공식몰 런칭을 위한 기획 및 마케팅 프로젝트가 많았다. 바쁜 만큼 재미있었다. 마케팅을 하고 있으면 신이 났고, 머리를 굴려 기획을 하고 있으면 더 신이 났다. 이 시기에 같이 일하는 사수가 퇴사를 고민해서 나의 행보도 점쳐보곤 했다. 평일은 업무로 채우고 나면 주말에는 아주 가끔 약속이 있어서 지인들을 만났다. 보통 혼자 있을 때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보냈다. 일이 너무 많고 다 할 수 있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주말에는 보통 집에 있으려고 했다. 약속이 덜한 코로나인 게 한편으로는 고맙기까지 했다. 평일에 스트레스받을 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걷기 운동을 했는데 재미있었다. 왜 사람들이 그냥 걸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한 3주 하고 끝남..(작심 3주)



2. 5월~6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갔다.

8년 동안 살던 동네에서 친할머니 댁 근처 동네로 이사를 왔다. 이때 나는 한정된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삶의 태도를 좀 더 명확히 그렸다. 그래서 신체적인 시간으로만 환산한다면 얼마 안 남았을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시간을 더 보내려고 할머니 댁 근처 동네로 이사를 왔다. 더 좋았던 건 나와 엄마가 그리던 집이었다는 것이다. 한강은 아니지만 작은 천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고, 경치가 보였다. 이때는 좀 약속이 1~4월보다 많았는데 혼자 있던 시간에서 점차 나와서 사람들에게 충전을 받는 시기였던 것 같다.



3. 7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책 쓰기, 꽃꽂이, 상세페이지 스터디, 자전거)

책 쓰기 프로젝트를 7월~8월에 했다. 미션스쿨에서 하는 나에 대한 인터뷰집이었는데 두 달 동안 매일 글을 쓰고 9월에 인쇄된 종이책으로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어디냐 그런 질문들이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낸 책이 되었다. (지금 보면 살짝 오글거리기도..) 인간은 정말 망각의 동물인 건지, 분명히 그 찰나에는 최선을 다해 살았을 건데 그때의 생각을 적어놓은 글을 보고 있으면 어색하고 낯설다. 가끔 팩트를 끼얹은 명언을 적었던데 이상하게 현재의 내가 보고 있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름 신경 써서 글을 적었을 텐데 영 문장이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실수와 망각의 동물이다.


이름이 같은 친한 친구가 나에게 꽃꽂이를 추천했다. 내가 컬러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 만지작 거리는 걸 좋아하니까 한 번 해보라고 했다. 원래는 바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날 바로 내일 배움 카드를 신청해서 플로리스트 학원에 등록했다. 꽃꽂이는 7월부터 10월까지 배웠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나는 색감이 풍부한 걸 좋아한다. 꽃을 만질 때는 몰입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 수업은 실무자들을 위한 반이었는데 기초 수강생들도 있었지만, 선생님이 내가 이해한 거면 다 이해한 거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잘하려다 보니까 꽃에도 일을 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나중에 그냥 냅다 꽂아버렸다. 그러니까 맘이 편안해졌다. (편-안)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꽃을 워낙 감각 있게 만들었어서 눈치로 많이 배웠다. 나의 미래 먹거리로 꽃을 계속 배우고 만지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꽃꽂이를 취미로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상세페이지 스터디는 업무를 더 잘하려고 문토에서 찾아서 들어간 모임이었는데, 어쩌다 나까지 포함한 3명이 지금까지 이 모임을 잘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 책, 상품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데 성장에 대한 관심사도 같아서 생산적인 대화를 하는 것 같아 즐겁다. 직장인이 되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막상 업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하고 지쳐있었는데,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생겼다. 역시 사람은 불편하더라도 자극을 받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자전거는 작은 천 근처로 이사 오면서 우리 집에서 바로 자전거 도로를 타고 한강으로 갈 수 있어서 시작했다. 한창 회사 일로 힘들 때 자전거를 타고 달려 한강에 도착하곤 했다.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힘껏 페달을 돌려 흠뻑 땀을 흘리고 와서 하는 샤워는 정말 시원했고 하루에 누적된 스트레스가 몽땅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감이 들 때 나를 더 신경 써주고 배려해주고 생산적인 활동으로 돌려줘야지라고 결심했던 때이다.


처음에 자전거를 탄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앞에 가는 저 사람보다 먼저 가겠다는 승부욕이 발동하여 역전하는 맛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한남동까지 가버렸는데, 너무나 달린 나머지 갑자기 체력이 다운되어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거다. 그때 문득 ‘나는 열심히 달리다가 지금 쉬면서 페달을 돌리고 있는데 뒷사람들이 역전해가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구나. 지금 시점으로는 저 사람이 쉬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전 과정에서 얼마나 달렸는지 나는 알 수 없구나’ 그러니 남의 노력이나 결과도 섣부르게 재단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내 노력도 함부로 재단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종종 까먹더라도 앞으로도 마음에 새기고 살았으면..



4. 8월: 퇴사를 했다.

말 그대로 4년 넘게 다닌 직장을 퇴사했다. 되돌아보면 21년도 중 가장 잘 한 선택이었다. 사실 입사 전부터 퇴사하겠다고 하던 나였는데 (?) 열흘 다니겠다고 한 게 1년, 2년, 3년, 4년 3개월을 찍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잘 버텨준 내가 기특하기도 했고,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때는 분명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더 일찍 나한테 쉼을 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퇴사하면 왜 퇴사했냐고 많이들 묻던데, 난 희한하게 그런 질문들을 받을 줄 몰랐다. 다른 사람이 나의 퇴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별로 깊게 생각 안 해본 듯하다. 왜 퇴사했냐면 회사에서 최선을 다할 만큼 해서 후회가 없었고, 업무, 커리어, 인격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퇴사했다. 8월 27일 자로 마지막 출근과 퇴근을 마쳤다. 후련했다.



5. 9월: 하고 싶은 거 했던 달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기)

퇴사를 하고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과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면 하는 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변명 아닌 변명이지만 직장인이었을 때 막상 내가 가족들과 보낸 시간이 적은 걸 알게 됐다. 어찌 됐든 시집은 갈 거니까(?) 그전에 부지런히 가족들이랑 추억을 쌓기로 했다. 가족끼리 정말 오랜만에 속초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엄마랑 평일에 서울 근교로 차 타고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놀러 다녔다. 요리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하는 일상으로 채웠다. 그 외에는 아빠 회사 로고 작업을 하는 게 있어서 간간히 작업했다.



6. 10월: 하고 싶은 거 했던 달 2 (놀러 다녀요)

10월 캘린더 보니까 쉴 틈 없이 놀러 다녔네요.. 나 자신.. 왜 그랬던 거지요? 빼곡히 놀러 다녔네요.. 예… 10월 말에는 할머니랑 사촌 동생이랑 뮤지컬도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 제주도로 가서 여행을 다녔다. 재미있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에 자연도 많이 보고 흡족한 일상들을 보냈다.



7. 11월: 놀러 다니고 일하고

대학교 교수님이 부탁하신 강의와 자료 조사가 있어서 열심히 작업했다. 일을 하는 즐거움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과 다르단 걸 알게 됐다. 나는 일이 좋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역시 있다 없으면 알게 되는 건가 봐요. 아무튼 다시 회사에 가겠다는 생각을 서서히 하게 되었다. 그 외에는 친구 독립 책에 들어갈 울릉도 일러스트 그려주고 캘린더를 보니까 또 열심히 사람 만나고 다녔네요 휴먼.. 재밌었군요?



8.12월: 사람 만나고, 꽃꽂이하고

캘린더에 왜 적어놓지 않은 거죠? 기록은 남는 다더니…

결혼식 많아서 결혼식 다녔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사람들 만나니 활기가 생겼다. 중순부터는 꽃꽂이 학원에 등록했다. 몸은 고되지만 재미있다.



그래서 21년을 잘 보냈나요?


21년 비전이었던 “건강한 정신과 몸”

20년도에는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고, 그때 딱 힘든 일이 있었다기 보다는 누적된 게 쌓여서 물이 넘치기 전 찰랑찰랑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 건강한 마인드는 생각에서 나오니까 좋은, 긍정적인 생각을 선택하려고 초단위로 노력했다. 초단위로 노력했다는 건 생각이 초단위로 생기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생각이 들 때는 좋은 생각을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겉으로 보면 참 멀쩡했는데, 안은 좀 곪아있었던 것 같다. 생각이 무서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핵심 비전을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잡고 건강한 정신은 운동을 한 건강한 몸에서 나오기에 운동을 주 1-2회 땀을 흘려했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나서나 출근하기 전에 간단하게라도 스트레칭을 했다. 운동을 하고 있으면 잡념이 안 생겨서 좋았고, 그 시간은 오롯이 내가 힘내서 한 시간이니까 긍정적인 마인드를 만들어줬다. 그리고 하고 나면 뿌듯함이 생기니 살아갈 힘을 챙겨준 것 같다. 근육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살짝만 운동해도 근육이 붙고, 안 하면 바로 빠지는 편인데, 새해에는 바른 자세로 지탱해줄 몸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복근과 힙업운동, 허벅지 운동을 의식적으로 많이 할 계획이다.


독서는 건강한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 습관으로 만들었다. 거의 매일 읽었고, 완독한 책은 30권이다. 물론 책을 읽어서 즐겁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생각이나 사고를 넓혀주는 책이나 관점을 바꿔주는 책들을 읽으려고 했다. 모든 책을 엄청 몰입해서 보는 건 아니지만 가끔 정말 재미있는 책을 발견해서 책 속에 들어갈 것처럼 빠져서 읽다 보면 한 달치의 삶의 즐거움과 치환하는 것 같다. 책은 말을 하는 사람 같은 존재가 아니라 고맙다는 말을 전해줄 수 없지만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이해할 수 있는 뇌가 있어서 감사하다. 책을 통해 삶을 정말 많이 바꿨고 책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고 있다.


책은 지금의 단단해진 내면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영향력을 주었다. 책을 잘 보지 않았던 몇 년 전에 비하여 정말 많은 삶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줬다. 책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책을 놓치지 않고 살고 싶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구절을 필사하기는 했는데, 아쉽게도 한달 4권 리뷰는 지키지 못했다. 가끔 서평단을 통해 받은 책들을 의무적으로 리뷰했을 뿐이다.그래서 새해에는 읽은 책들을 기록으로 많이 남기려고 한다. 책을 통해 배운 걸 내 것으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건 다른 의미에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줄 것 같다.


그림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건강한 정신이 몸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여 하기로 했었다. 그래도 한창 힘들었던 시기에 매일 그림을 그려서 정신적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림을 그리는 자체는 즐겁다.  이건 그렇게 지속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인스타툰 계정을 만들고 작은 숫자지만 팔로워 200명 정도 남겼다. 다른 방식으로 이걸 꾸준히 운영할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욕심이 없음…)


이 세 가지를 하면서 예전에 비하면 많이 심신이 건강해졌고 단단한 내면도 갖게 됐다. 생각이나 행동, 자주 느끼는 감정들이 많이 변했다. 역시 내가 바뀌면 사람들도 알아보는건지 주변에서 마인드가 좋다, 긍정적이다, 생각이 예쁘다 이런 칭찬을 가끔 들었다. 노력을 알게모르게 알아봐주는 사람의 눈과 표현해주는 말이 더 감사할 뿐이다. 역시 내가 한 노력이 어디 가는게 아니구나 라고 느꼈고 뿌듯했다.


여러 모로 감사한 한 해이다. 바탕을 다져놓았으니 22년도에는 어떤 걸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자라는 마음을 갖게 된 건 긍정적인 변화이다. 한때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자주 말했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해야 한다. 무언가 하고 싶다는 건 여유에서 나온다. 이 여유를 갖기 위해 바탕을 다져놓은 21년도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는 22년도의 가치는 “실력과 능력”이고, 3-5개년 미션은 “따뜻한 사람”이다. 오늘 하루는 22년도와 평생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봤는데 적는 자체가 즐거웠다. 이것들이 이루어져서 체크할 수 있게되면 많이 설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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