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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Aug 24. 2023

하물며 강아지도 사랑을 원하는데

강아지가 슬개골 수술을 해서 입원을 3주가량 하고 있다. 푸들 특유의 분리 불안이 있어 면회 갔다가 집에 가면 더 힘들어할까 봐 면회를 가지 않고 기다렸다. (분리불안은 내가 더 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스스로 턱을 긁어 붉게 부풀어 올랐다.



슬개골 수술 후에는 최대한 다리를 움직이면 안 되기에 입원장 안에 오래 있었다. 그래서 힘들었나 보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강아지는 인간과 교감을 하는 동물 중 하나인데 보호자가 올 것을 알면서도 지쳤을 것 같다. 미안했다.



퇴원까지는 4일 남았고 강아지가 턱을 긁은 이후로는 매일 면회를 가고 있다.



면회 첫째 날, 그동안 강아지를 위해 보러 오지 않았는데 후회스럽다. 진작 와볼걸 싶다. 강아지가 안절부절 불안해하며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엄마에게 안겨있다가 바닥에 내려간다고 했다가 한다. 병원에만 오래 있었기에 바깥에 안고 나갔다. 강아지가 콧잔등을 씰룩씰룩 움직이며 바깥 바람을 맡는다. 그제야 안정됐다. 면회 시간이 끝난 후 간다 하니 칭얼대고 병원이 떠나가라 운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면회 둘째 날, 선생님 품에 안겨 ‘어디로 가는 거지?’하던 강아지를 안았다. 면회실에서 강아지는 나를 보지도 않고 애꿎은 문만 쳐다봤다. 내가 만져주는지, 털을 빗겨주는지 관심도 없었다. 바깥에 안고 나가 콧바람을 쐬니 그제야 좀 서운함이 풀렸나 보다. 내가 가려니까 낑낑거렸다.



가끔 병원 실내산책도 한다. 그래도 자유로운 몸보다 성에 안 찰거다.


면회 셋째 날, 강아지를 보러 엄마와 갔다. 강아지의 제1 보호자이자 강아지가 제일 따르는 사람은 엄마이다. 엄마에게만 칭얼대고 나에겐 관심도 안 준다. 엄마 무릎에 앉아 하염없이 예쁨을 받다가 갑자기 내려와 소파에 앉아 엄마를 쳐다보며 왕왕 짖는다. 보러 온 게 좋다가도 문득 자기를 내버려둔 시간이 떠오르나 보다. 역시 잘 삐진다.



면회 넷째 날, 강아지를 보러 혼자 갔다. 이제 좀 오는 게 적응이 됐는지 선생님 품에 안겨 나오는데 덜 어리둥절한 눈치다. 익숙해한다. 품에 안아 털도 빗겨주고 바깥에 나가 풍경도 구경시켜줬다. 얼굴도 마사지해 주고 등도 쓰다듬어주니 만족스러워한다.



강아지가 좋으면 나도 좋다 ㅎㅎ
이 웃는 얼굴 잠깐 보려고 간다. 잠깐이라도 행복하렴!



계속 만져주다가 손을 떼면 내 얼굴을 보며 왕왕 짖어댄다. 마치 “네가 그동안 내버려 둬서 얼마나 서운했는지 알아? 더 하라고! 더해도 부족하다고!” 하는 것 같다. 왕 삐지니까 왕 귀엽다.



넷째날에는 면회 시간 끝나고 선생님 품에 돌려보내니 가만히 있는다. 선생님이 “이제 해피도 적응했나 봐요” 아는 체를 하니 또 있는 힘껏 낑낑 거린다. 역시 푸들은 다 알아듣는다.



하물며 강아지도 이렇게 사랑을 원하는데 사람한테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려운 일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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