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측 불가함에서 오는 낭만이 있는 것 같다. 비록 오랫동안 산 사람의 지혜가 내게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인칭 시점에서 보는 나의 삶에서는 고통이 곧 낭만을 뜻한다는 것도 이번 일로 배웠다.
내게 있었던 일이 나에게 쉬웠다고 현재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다.
그리고 내가 갑자기 홀로 있게 된 그 시점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나를 어떻게 돌봐주는지도 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감사했다.
앞으로도 나는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이렇게 묵묵히 시간을 보내고 나를 차분하게 케어할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모든 것에 고마웠다. 그리고 이번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랬다.
30대가 지나며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고 그들의 본업, 생존과 관련된 그 모든 고민들이 친구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줄 알았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인식하고 나도 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힘든 일을 겪었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통화해 주는 친구들, 지금 만나자고 하는 친구, 퇴근과 회식 시간 텀에 짧게라도 전화를 해주는 친구, 각자 자기만의 관점에서 어떻게 내가 이 일을 돌파하면 좋을지 말해주는 그 마음들이 무척 소중했다.
원래의 나라면 힘든 이야기를 누구에게 하지 않겠지만, 가장 고민이 들 때는 가장 극단의 행동을 해보라는 누군가의 조언을 따라 그렇게 해봤다. 소중한 사람의 시간을 뺏고 짐을 짊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은 서로 돕고 사나 보다..
짧게라도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그 순간들도 살면서 아주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인간관계에 대해 재정의를 내리는 의미 있는 달이었다.
그간 내가 성실히 살아왔다는 것과 이들이 힘들 때 내가 분명 어떤 도움을 줬었나 보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도 이 친구들은 기억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는구나.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차분히 묵묵히 나의 일상을 지켜봐 주고 지지하는 가족들까지 사람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관계는 재구성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순간들이었다.
내가 비록 지금은 갑자기 들이닥치는 감정과 생각들로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잘 견뎌내고 있고 많이 배웠고 그리고 이렇게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겠냐만, 전쟁 벌이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각자의 시간에 짬을 내어 소중한 사람을 지지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도 없는 것 같다. 어쩌면 신이 인간관계를 만들어준 것은 그 시너지를 계획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비록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당황스러움, 미움과 아픔, 슬픔으로 범벅된 순간들이 이따금씩 다가오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는 나를 잘 믿고 잘 이겨낼 것이다.
그러면 또 어느 순간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지지자의 역할에 서서 그의 인생에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로 느낀 것은.. 내 생각보다 내가 착하다는 것과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 내가 허투루 살지 않았고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생각, 관점, 감정을 불러일으켜준 것 그리고 가장 힘들었을 때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다는 그 자부심과 뿌듯함이었다. 이런 노력들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돌출할 때마다 잠재워주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정말 원했던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문제가 있을 때는 그 문제보다 내가 더 크면 된다. 그렇기에 난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성장하는 단련기라고 생각하고 아껴줘야겠다. 그 모든 것을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어느 날 이 글을 보게 되었을 때 재밌게 웃고 있는 날이 오기를.. 예측 불가함에서 낭만을 찾는 그런 어른이 되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