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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다정함 Nov 22. 2023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될까

불평쟁이인 나에게 약간의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민하던 문제들을 털어버리면서 걱정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는 마음을 되찾았다. 휴, 다행이다. 하지만 이 편안함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고 떠나가면 헤어진 연인처럼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기에, 있을 때 소중히 가꾸어야 한다.


마음의 편안함은 이전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는 숨쉬기 운동 덕택이기도 하다. 숨쉬기 운동은 영어로는 breathwork, 호흡법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명상과도 비슷하다. 호흡법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내가 가끔 찾아가는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숨은 끊어지지 않고 순환하듯이 계속 들이마시고 내쉬며 중간중간에는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온몸을 흔들며 '척추를 털어낸다'(선생님의 표현이다).


숨을 쉬다 보면 몸이 이완되기도 하지만 몸이 경직되면서 손이 오그라들고 불편한 감정들도 일어난다. 화가 나고 마음속 담아두었던 응어리들이 터져 나온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편견을 가지고 보자면 정신 나간 종교 집단의 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두가 바닥에 누워서 울고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신앙 집단에서도 이러한 호흡법을 이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가는 클래스는 살면서 우리 안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는, 긍정적인 수업이다. 머리로 생각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숨쉬기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의 몸이 스스로 그 답을 찾게끔 도와준다.


몇 주 전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스산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울음이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기분으로 몇 주를 보냈다. 그때 숨쉬기 운동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미 수업에 가기 전부터 나는 울 작정이었다. 물론 특정한 기대를 가지고 임하는 것은 좋지 않으나, 나는 안에 쌓여있는 것들을 모두 떠내 보낼 마음이었다. 예상대로 울음이 터졌고, 숨쉬기도 격해지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모두가 다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그 모습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나는 울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도 울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울었다. 얼마나 해방감이 있는 울음인지. 왠지 용기도 솟아났다.


그 후로 나는 꽤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다 이번 주 다시 숨쉬기 수업을 찾았다. 딱히 응어리가 없었던 나는 이번에는 특별한 기대감이나 목적 없이 수업에 갔다. 조금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쉬는 기분으로 간 수업이었다. 이번 수업도 역시 점차적으로 숨이 격해지며 손이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화나 울음이 터지기보다는 웃음이 터졌다. 옆 사람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는데 나는 우하하하하핫 하하 학학학 하면서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또 웃음이 난다. 울다 울었다 난리다. 진짜 대단한 수업이 아닌가. 그리고 정말 우리의 숨은 대단하다.


수업이 끝으로 향하면서 숨과 일어났던 감정이 얕아졌을 때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누워있었다. 그저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좋다. 이 느낌 좋다. 이 기분 좋다. 그런 생각을 하니 또 웃음이 하하핫, 나왔다. 예전에는 편안한 순간에 그 순간들이 떠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두려워서 즐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나는 그저 현재가 좋았고 웃음이 났고 모든 게 귀엽게 생각되면서 이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어린 시절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이 난다고 했다. 그건 우는 아이를 웃기려고 하는 말이기도 할 테다. 울다 웃을 때의 감정이 기억난다. 울음의 여파가 가시지는 않았지만 또 웃긴 일이 생겨서 웃어야만 하는 상태. 울었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또 웃고 있으니 꽤 기분 좋은 상태. 머쓱한 그 순수한 마음. 울음과 웃음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감정이 아니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우는 게 웃는 것이기도 하고, 웃는 게 우는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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