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뜨였으나, 되감았다. 낯선 방 안 누군가가 분주히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에 닿는 이부자리가 내가 원래 안고 자던 것이 아니다. 하도 짓이겨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까먹은 내 것과 달리 솜이불의 쿠션이 달아날 것처럼 살아 있다. 나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침대 위에서 잠든 척을 했다.
“더 자다가 나가요.”
멋쩍게도 내가 깼음을 눈치챘나 보다. 침대 바깥의 누군가는 나를 향해 인사까지 남기고 유유히 방 안을 떠났다. 감은 눈으로 현관 등불이 다시 꺼질 때까지 나는 침대 위에서 움직임을 참았다. 마침내 긴장감이 풀리자, 숙취가 밀려오고, 하룻밤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나눴던 사랑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