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귀여운 그루트를 드리겠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의 첫 장면에서는 우주를 지켜낸 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팀이 어떻게 지냈는지 보여준다. 의뢰받은 일을 해결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모습에서 처음 뭉쳤을때보다 한 몸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좀 더 노련한 팀이 됐음을 알게 해준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랬던 팀이 갈라지게 되면서 시작한다. 스타로드와 로켓의 자존심 싸움으로 함선이 추락해 망가지고 로켓과 그루트는 함선을 고치기 위해 함선과 함께 남게 되고 스타로드와 가모라, 드랙스는 갑자기 나타난 에고를 따라 에고의 행성으로 따라간다. 각자 자신의 목적을 갖고 떠돌던 멤버들이 교도소에서 모였던 1편과는 반대인 셈이다. 그렇게 흩어졌던 팀은 영화의 후반부쯤이 되어서야 다시 한자리로 모인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피터 혼자 듣던 음악은 이제 팀원들이 먼저 찾을 만큼 어썸 믹스는 중요해졌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모든 음악을 알던 메레디스 퀼이 엄선해 피터에게 선물했던 어썸 믹스는 1편에서 그랬듯이 영화 장면 하나하나를 뮤직비디오처럼 만든다. 그런 어썸 믹스에 7-80년대 팝이 아닌 새로운 노래가 하나 들어가 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먼저 공개되었던 주제가 Guardians Inferno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카메오로 출연한 데이빗 핫셀호프다.) 가사의 화자가 스타로드이고 여기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로켓, 그루트, 에고라는 걸 볼때 어쩌면 노래를 먼저 공개했던 이유는 감독이 노래를 통해 영화 속 관전 포인트를 알려준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나와 함께 일하는 라쿤 한 마리
사람 일은 못해도 기계를 잘 다루지
그 옆에 있는 건 유아기 세콰이어
둘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오 맙소사"
왜 아길 데리고 전투하냐
무책임 하네 똑바로 좀 하라는 멍청이들아
잠깐, 내 뒤로 와 짜샤!
난 육아따윈 몰라! 내 아빠는 행성이거든!
자두 하셀프라우 (x4)
지금처럼 힘들때 기억하세요.
우리는 그루트입니다.
가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그루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낸다. 오프닝부터 클라이막스까지 모든 중요한 장면마다 그루트는 시선을 강탈하며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1편에서는 엉뚱함이 그루트의 컨셉이었다면 이번에 그루트는 귀여움으로 중무장 하고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그루트가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그루트빼곤 아무것도 없다. 영화의 단점들을 모두 그루트의 귀여움으로 상쇄시키려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한 예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로켓이 아무 이유없이 의족이나 의안에 집착했듯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도 드랙스가 일관적인 개그씬을 만드는데 이번 선택은 잘못된 것 처럼 느껴진다. 직설적으로 남들에게 독설을 날리는 드랙스가 맨티스와 만난 뒤 부터 이 개그씨는 매우 심각해진다. 맨티스에게 계속 "못 생겼다.", "마음만 예쁘다." 등 계속 못 생겼다는 말을 하지만 이를 듣는 맨티스가 사회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좋네요!"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 드랙스의 인신공격을 인신공격이 아닌 것 처럼 만든다. 게다가 이게 계속 반복되니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괴롭게 만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전작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칭찬 받았던 점들을 골라 집중해 만든 듯 하다. 그 중에는 잘 된 것들도 있지만 잘 안 된 것들이 더 많아 오히려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늘 마블 영화가 그렇듯 액션씬과 우주에 대한 CG처리로 볼 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혹시나 1편을 못 본 분들이 있다면 전작과의 연계성은 크게 없으니 2편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를 먼저 보고 1편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