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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가 May 17. 2023

치앙마이는 매일 축제 중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살아봤더니 5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치앙마이에서도 나는 알람 소리에 깨지 않는다. 충분히 잔 후에 자연스럽게 잠에서 깨는 순간의 느낌을 가장 사랑한다. 12월 치앙마이의 아침 기온은 23~25도 정도다. 창문을 열고 테라스에 나갔을 때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딱 그 정도다. 물론 이건 오전 8시 즈음의 얘기고, 9시 넘어가면 서서히 태양이 작열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여기는 태양빛이 필터 없이 내리 꽂히는 느낌이다. 습도가 낮아 우리나라 더위처럼 불쾌지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뭐랄까.... 순정한 햇볕이라고 해야 하나. 11시부터는 차마 눈을 뜨고 다니기 힘들 정도의 빛과 열기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는 교훈을 우리는 매일 얻고 있다(하지만, 이날은 첫 주말이고, 시내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그 교훈을 잠시 잊고 말았다). 




아침에 모처럼 남편도 아침에 일어났길래, 숙소 근처의 브런치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매일 삼시세끼 태국음식만 먹었더니 좀 다른 걸 먹고 싶기도 했고. 



뉴타운카페

낮에는 카페, 밤에는 술집으로 변하는 핫플레이스다. 9시쯤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갔더니 무척이나 한적했다. 팝업샌드위치와 치킨샐러드, 커피음료 두 잔을 주문했는데, 약 450밧 정도가 나왔다. 한국 돈으로 치면 약 2만 원 정도니 핫플레이스 브런치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만 하긴 하지만, 요 며칠 태국 로컬음식 물가에 익숙해졌던 우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무엇보다 비싼 만큼 맛이 있지도 않아서, 50밧짜리 국수 한 그릇이 더욱 간절해졌다. 자릿값이라고 생각하고, 한두 시간 앉아 일이나 하기로 했다. 숙소 바로 건너편이지만, 다시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정오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으므로 집에서 쉬어야 했는데, 축제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한국인의 마음은 들썩거렸다. 마침 우리가 치앙마이에 방문하는 기간에 세계적인 디자인 축제가 열린다니 행운이 아니고 뭔가. 결국 택시를 타고 올드타운에 가기로 했다. 


치앙마이디자인위크 CWD


올드시티와 시내 곳곳에서 전시와 공연, 팝업마켓이 열리는 대규모의 디자인행사로 올해 주제는 “Local-risetion” 

다양한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했다. 


택시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할 곳은 치앙마이시립예술문화센터. 내부보다는 주로 외부에 전시부스가 차려져 있었다. 다양한 전시 작품들을 보고 건물 안에도 들어갔다. 카페와 작은 소품가게가 있어 구경했다. 


그런데 사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지치고 말았다. 정오에는 밖에 있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우리는 잠시 쉴 겸, 불만족스러웠던 아침식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근처 베트남 식당에 들어갔다. 


넴느엉과 치킨커리, 카오쏘이까지 욕심껏 주문했다. 태국음식과 닮은 듯 다른, 베트남 음식의 매력. 아, 정말 맛있다. 불만족스러운 기분이 많이 해소되었다. 내가 동남아여행을 사랑하는 이유는 역시 음식이 팔 할이다. 



기운을 조금 차린 우리는 다시 힘을 내어보기로 했다. 행사가 열리는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갔다가(란나민속박물관) 졸지에 90밧을 내고 관심도 없는 태국불교 전시를 보게 됐다. ㅋㅋㅋ 각종 장식품과 불상이 이국적이다...라는 감상 외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얼떨떨한 채로 그냥 나옴. 디자인행사는 외부에서만 열린다는 사실을 다시 명심.



팝업마켓도 있었는데, 아직 덜 차려진 상태였다. 이른 시간에 활동하지 않는 태국인들의 현명함. 다음에 4시 이후에 다시 와보기로 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툭툭 잡아타고 숙소 근처로 후퇴. 



아무리 힘들고 고되어도 여기는 태국이다. 태국마사지가 있다. 우리는 곧바로 마사지숍에 들어가 태국마사지를 받았다. 1시간에 300밧. 에어컨 나오는 별실에서 편안하게 마사지를 즐겼다. 같은 온도임에도 남편은 땀을 흥건하게 흘리고 나는 추워서 수건을 이불 삼아 덮었더니 마사지사들이 깔깔 웃으면서 태국어로 뭐라 했다. 뭐라거나 너무나도 좋은 시간이었다. 끝나고는 따뜻한 생강차도 주셨다. 팁 20밧씩 드리고 나옴. 다음에 또 가야지.



저녁에는 떨이과일을 사러 마야몰 림핑마트에 갔다. 남편의 최애 과일 파파야를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다.(아직 우리가 못 찾은 거겠지만) 먹기 좋게 깎은 파파야 한팩이 원래 45밧인데, 저녁에 가면 30밧에 살 수 있다. 3팩을 싹쓸이하고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천천히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12월의 치앙마이는 관광객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흥겨운 음악과 대중의 열기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한다. 원님만에서 열리는 ‘님만해민아트페스티벌’ 일명 NAP! 엄청난 규모의 야시장과 바로 옆에서 열리는 공연으로 인산인해였다.

아이고, 신나라.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인파라 약간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한국에서는 뭔가 참고 견디는 생활을 해야 하는 느낌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더 이상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매일 뭘 먹을까 뭐 하고 놀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살아도 괜찮다고. 적어도 여기, 치앙마이에서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한국인 2명은 매일 ‘그래도 되나?’ 쭈뼛거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지금은 축제를 즐기자!



*참고- 2022년 12월 시점의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글 홍아미

여행 에세이스트. 아미가출판사 대표. <제주는 숲과 바다> <그래서 너에게로 갔어> <미치도록 떠나고 싶어서> <지금, 우리, 남미>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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