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게 하는 말. 사실 나에게 하는 말. 024.
이해 없는 세상에서 나만은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마라.
세상은 넓다.
너를 놀라게 할 일도 많겠거니와 또 배울 것도 많으리라.
...
축복한다.
내가 화가를 꿈꾸던 시절 하루 5전 받고 모델 노릇 하여준 옥희,
방탕불효한 이 큰오빠의 단 하나 이해자인 옥희,
이제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서 그 애인과 함께 만리 이역 사람이 된 옥희,
네 장래를 축복한다.
...
닷샛날 아침, 너를 사랑하는 큰 오빠 쓴다.
단비야.
이해 없는 세상에서 아빠와 엄마는 언제라도 네 편인 것을 잊지 말길.
세상은 넓어.
너를 놀라게 할 일도 많겠거니와 또 배울 것도 많을거야.
축복한다.
아빠가.
덧)
이 글은 이상이 "동생 옥희보아라, 세상 오빠들도 보시오"라는 제목으로 쓴 편지였어.
1936년 9월 잡지 <중앙>에 발표한 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