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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길 위에 나를 놓다.

by 용수철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이 시간 나를 둘러싼 수많은 것들을 응시해보자.

나의 특별한 노력 없이 거저 주어지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날마다 별 수고로움 없이 누리는 탓에 그것들을 새삼스레 느끼며 고마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별 탈 없이 움직일 수 있고 오감이 살아있는 신체, 날마다 뜨고 지는 태양, 샤워 후 마주앉은 선풍기 바람, 일기를 쓸 수 있는 시간...


그냥 이렇게 감사해보고 싶었다. 문득.


당연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야 내가 조금이라도 '불행'이란 단어에서 벗어나 '행복'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에...


지천에 널린 들풀처럼

막상 내가 온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들이 쉴 새 없이 파도처럼 밀려들자

뭘 했는지도 모른 채 몇 개월이 지나버렸다.


그로 인한 자기비하는 스멀스멀 몸과 마음을 검은색으로 물들였다.

단연코 도움되지 않는 생각들이다.


아무리 하찮아보이는 과거일지라도 그런대로 다 의미가 있다고 여기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봄날도 혹독한 겨울날도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던 날에 우박이 내리고, 막막해 가슴 저미던 날에 눈물 닦아주고 말려주는 햇살과 바람이 불기도 한다.


다 지나가는 시간들, 내 인생을 그려나가는 과정이다.


인생 전체도 찰나라고 하니

지금 나의 괴로움과 슬픔은 생각만큼 긴 시간이 아닐 수 있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내 고통이 너무 오래되어 내가 썩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면, '보통의 삶'에서 너무 큰 궤도로 떨어져있다면


우선은 감사해보자.

새로운 눈을 뜬 것처럼 심호흡하며 주변을 둘러보자.

자기비하느니 고통만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내 삶에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수많은 것들에 공감하고 감사해보자.


느려도 좋으니 놓지만 말자.

그렇게 날마다 또 날마다 감사를 느끼고 인식하는 길 위에 나를 놓고 직접 걸어야 마침내 더 큰 감사와 충만한 행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지경에 도착할 수 있다.


잊지 않기 위해, 금방 잊는다 해도 다시 돌아와 기억하고 싶을 나를 위해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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