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어찌하여 이리도 방황하는가
새날이 밝고 해가 떠올랐건만
그대의 낯빛엔 처연한 달빛이 스며있네
그대의 가슴을 울리던
지난밤의 호연지기는 어디로 사그라들었는가
그리도 홀연히 사라질 마음이었다면
처음부터 그것은 그대의 것이 아니었을 터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이 베어
옷자락 부여잡고 간신히 서있던
그대의 모습이 켜켜이 쌓여있건만
오늘은 어찌 그리도 쉽게 웃고마는 것이오
아닌 줄 알았소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있는 모양이
어제와 너무도 같아 아닌 줄 알았소
벼랑 끝에 내몰린 참담한 마음으로
한 치 앞 알 수 없는 안개에 싸여
눈 뜬 장님으로 이곳이 어디오
외치던 얼굴로
오늘은 그리도 쉽게 웃고 있으니
아닌 줄 알았소
그렇게라도 버티는 줄 알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