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어른이 된 피터팬 이야기

by 피터팬


한때 나는,

영원히 아이일 줄 알았다.


웃고, 날고, 믿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으니까.


그땐 하늘을 보는 게 당연했고,

마음을 말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하늘 대신 계산서를 바라보고

마음 대신 상황을 설명하게 됐다.


날개는 점점 작아졌고,

믿음은 조용히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게 어른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사는 게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참 오래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 한켠이 불쑥 물었다.


“피터, 아직... 너 안에 나, 있니?”


그 물음 하나가

내 안에서 아주 오래된 무언가를

툭!

하고 건드렸다.


무너진 것도,

울컥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세상을 살아내느라 놓쳐버린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나러 가는,

조용한 여행의 기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