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그려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이 연재는
단순히 로고를 그려드리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시작을 준비하던 분들의
‘작은 용기’를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새로운 가게의 간판을 꿈꾸시며,
어떤 분은 오래 품어오신 마음을 드디어 꺼내놓으시며,
또 어떤 분은 스스로에게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에게 이야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그저 펜을 들었을 뿐인데
여러분의 이야기는 어느새 브랜드가 되었고,
그 안에서 살아 있는 의지가
형태와 색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잘 만들고 싶었습니다.
더 좋은 형태로 담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리고 있던 것은
‘로고’ 자체가 아니라,
여러분이 앞으로 내딛으실 첫 걸음의 방향이었다는 것을요.
여러분의 고민이 선이 되었고,
여러분의 바람이 색이 되었고,
여러분의 서사가 하나의 상징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로고가 완성될 때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분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시겠구나.”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에필로그를 적는 지금,
사실 한 가지를 솔직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새로운 사연자분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미 각자의 길을 찾아 나아가고 계시거나,
더 이상 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게 되셨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 연재도
그 흐름에 맞추어
잠시 멈추어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저는 여전히
누군가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다음 빈 화면이 도착한다면
그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되어
다시 천천히 한 선을 그어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시작을 함께 그릴 수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제 자연스럽게 한 챕터를 닫는다는 사실.
그것이 이 연재가 제게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