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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부침개 Jul 16. 2024

생각보다 쓰디쓴 2.5춘기



"걱정 마, 혜진아, 유나는 여기 있어" 

"유나가 손톱에 뭘 많이 붙이고 있네, 신기하다. 너랑 나는 이런데 관심이 없었는데.."

"많이 힘들지 혜진아? 어쩌겠니..그래도 네 딸인데..?

"친구들과 문제는 없다고 하니? 걱정된다"



친정엄마는 40이 넘은 딸을 걱정한다.

40이 넘은 딸의 딸 덕분에 늘 걱정하는 말을 달고 사신다. 


갑자기 영어학원에 가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하고 나와 한바탕한  뒤, 아이는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집을 나갔다. 고작 13살인데 집을 나간거라니..

아이가 간 곳은 다행히 할머니집이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할머니댁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엄마와 나는 그 흔한 네일아트 한번 안 해보고, 매니큐어도 안 칠해보고, 민소매, 반바지도 한번 안 입어본 조신한 그런 모녀였다. 그런 모녀 사이에서, 매니큐어를 달고 살고, 다이소에 가서 인조 손톱을 사고, 짧은 반바지를 매일 입고 다니는 13살 딸은 늘 나와 친정엄마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제일 소중하고 사랑하는 자식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존재라니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는 마치 "엄마의 바닥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볼까요?"라고 날 시험하는 듯했다. 물론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망상이라는걸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삐딱한 행동과 매서운 눈빛, 차가운 말투가 온 집안을 어둡게 만들기 충분했다. 한공간에 있을 때는 숨을 쉴 때 뭔가 버겁다는 느낌일 들 정도로, 2.5춘기 나의 딸은 부정의 기운을 마구 내뿜었다.  배 아파서 낳은 딸이 아닌, 내 집에 온 귀한 손님이라 생각하고 대했지만, 정작 돌아오는 건 "내 방에서 나가라고" 하는 뾰족한 말투뿐. 





생각보다 쓰디 쓴 사춘기..아니, 2.5춘기 어디쯤 온 딸은 매일매일 나를 시험하게 만든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낼 수 있고, 내가 이렇게 울부짖을 수 있고, 내가 이렇게 마음속 화로 인해 씩씩거리며 입으로 중얼대는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딸. 


이렇게 나는 엄마로 딸에게 시험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또 살아내고 있다. 


'그래, 너도 힘들거야. 네 감정이 들쑥날쑥해서 너도 힘들거라 생각해. 계속 가보자. 


2.5춘기를 넘어, 3춘기, 4춘기..그 어디까지 한번 가보자. 그 동안 내가 더 단단해지도록 노력해볼게. 대신 선은 넘지 말아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보자.

2.5춘기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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