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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Sep 11. 2019

[영화 리뷰] - <안녕 베일리>

좋은 영화는 못돼도 싫어할 수는 없는 영화

  개가 인간의 아주 오랜 친구인 만큼 영화 속에서도 개는 자주 등장했다. 개가 주인공인 영화도 분명 있었고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넘나들며 등장했으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나 <존 윅: 패러벨룸>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살벌한 모습까지도 보여줬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가 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인간과 아주 잘 교감하고 그에 따른 정, 충성심과 더불어 무지막지한 귀여움에 있다. <안녕 베일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이유에 아주 잘 집중해주고 있다. 물론 영화적으로는 엉성한 구석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를 정말로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앞서 말한 대로 영화는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굉장히 많다. 주인공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 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훑고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청소년기를 겪으며 이런저런 사건을 겪지만 보여주기 식으로 다룬 뒤 넘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며 심지어는 씨제이의 꿈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불필요하다 싶은 장면들도 종종 보이며(특히 빅독의 장면들) 몇몇 배우들의 연기도 아쉽다. 특히 우리에겐 방송으로 더 익숙한, 트렌트 역할을 맡은 헨리의 경우 최대한 평소 자신과 비슷한 느낌의 긍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커버되는 부분이 있지만 여러 장면에서 기본적인 연기력 한계를 드러내곤 한다. 물론 이 영화가 개의 영화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건의 전개는 대부분 사람의 손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봤을 때 이 영화가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많이 아쉽고 영화적으로 빈약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 영화는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견종을 보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무진장 귀여울 뿐 아니라, 전지적 강아지 시점으로 바라보는 사건의 기상천외한 해석과 조시 게드의 찰진(!) 목소리 연기가 겹쳐 보고 듣는 맛을 더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나름 동반자로서의 반려견의 의미가 찡하게도 하니 정말 개의, 개에 대한, 개를 위한 영화로서는 합격이다. 이게 전부이긴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만으로도 이 영화를 싫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개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사람들이 종종 오해하는 부분인데 잘 만든 영화와 재미있는 영화는 동의어가 아니다. 물론 그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이지만 잘 만들었음에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작품이 수두룩한 반면 완성도는 떨어져도 무진장 재미있는 영화들도 여럿 존재한다. <안녕 베일리>는 이런 기준에서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분명 완성도는 아쉬운 작품이지만 영화에서 개를 다루는 방식과 그 귀여움 때문에 싫어할 수는 없는 작품이었다. 이쯤 되면 반칙이 아닐까 싶은 정도로 이 영화는 일종의 치트키를 사용하고 있다. 아무렴 어떨까. 그저 귀여우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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