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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9. 2020

[영화 리뷰]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플롯 장난질이 만든 성공적인 비웃음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파격적인 내용과 범상치 않은 제목(?)까지. 영화를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을 일찍이 알았을 것이고 많은 기대를 안고 있었을 것이다. 2018년 9월 촬영에 들어가 일찍이 촬영을 마친 <지푸라기...>는 기나긴 기다림 끝에 개봉하게 되었는데, 참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와 개봉 시기가 겹치게 되어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부분이 꽤나 아쉽게 다가오는데, 영화의 결과물이 좋기 때문이다. 욕망을 벌하는 내용의 영화는 많았지만 <지푸라기...>는 특유의 색깔로 성공적으로 이를 비웃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푸라기...>는 꽤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다. 총 6장으로 플롯을 구성하고 각 장을 시간 순서가 아닌, 비선형적 구조로 시간대를 부지런하게 오가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영화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다발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는 인과적인 복잡함을 더 가중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푸라기...>의 비선형적인 플롯 구조가 충분히 의미 있어 보이는 이유는 이야기의 몰입감을 보다 확실하게 살려내기 때문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순서가 아닌 시간 순서대로 영화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영화 속 인물들의 등장 시간이 연희[전도연 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래 얼굴을 비추는 몇 없고 몇몇 인물들은 주요 인물들임에도 인과성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인물들의 서사를 쪼개어 그들의 드라마에 맞춰 시간을 재구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인물들 별로 기승전결을 짜 배치함으로써 관객들이 각 인물들에 확실하게 몰입할 수 있는 플롯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영화가 던지는 의문점들을 끝까지 끌어갈 수 있어 긴장감을 보다 더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영화의 플롯 '장난질'은 분명 화려한 테크닉이다. 하지만 여러 인간 군상을 그려내면서 이렇게 요약해낸 영화는 확실한 태도를 가지고 간다. 당장 작년에 개봉한 <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욕망을 품은 자를 몰락시키거나 이에 대한 경각심을 유발하는 영화는 많았다. <지푸라기...> 역시 이런 부류의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가 사건과 인물을 바라봄에 있어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유흥가와 8~90년대 서민적인 분위기를 오가는, 시각적인 색깔 역시 확고하지만 특정 인물을 제외하면 일말의 동정도 주지 않고 그저 빠르게 쳐내기 바빠 보이는 이 영화의 태도는 냉혹해 보이며 때로는 일종의 비웃음과도 같아 보였다.(특히 인물들이 어떻게 퇴장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이야기는 어렵지만, 이미 여러 차례다 다룬 주제임에도 이 영화가 확실하게 각인되는 이유이지 않나 생각한다.

  영화를 칭찬하는 데 있어 배우들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말도 안 되게 화려한 출연진이 각자의 위치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특히 영화 전반을 장악하는 전도연의 연기력은 정말 뛰어나다. 이런 영화가 김용훈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놀랍기도 하다. 확실한 영화적인 색깔을 가지고 이를 나름대로 잘 구성했으며 배우들의 활용도 뛰어나다. 청소년 관람불가에 90억 원의 제작비면 여러모로 부담되는 프로젝트였을 텐데 이를 잘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감독이 등장했음을 느끼고 그런 감독의 성공적이 데뷔작이 영화 외적인 이유로 흥행이 어려워 보여 더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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