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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신익 Mar 09. 2020

[영화 리뷰] - <엠마>

보편적인 성장기의 풍성한 시각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사후 200년이라는 꽤나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아주 익숙하지 않나 싶다. 비록 소설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다른 매체에서 각색된 형태로라도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테니 말이다. [엠마] 역시 현대판으로 각색한 <클루리스>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으로 영화화가 되었다. 비록 필자가 그 작품들을 모두 관람하지 않았고 원작 역시 읽지 않아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의 <엠마>가 그 작품들 사이에서 갖는 의미를 짚긴 어렵겠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엠마>는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보는 맛을 확실하게 한, 꽤나 괜찮은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는 영국 지역사회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인물들의 관계를 주인공 엠마[안야 테일러 조이 분]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외부적인 조건이 아닌 진실된 사랑을 찾는다는 영화의 내용은 현대에도 유효한, 어쩌면 평범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이 영화가 고전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영화가 전달하는 이야기에서 특별한 부분을 발견하기란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연출적으로도 크게 힘을 주거나 어떤 의미를 부각하지는 않는 이 영화는 이야기의 원류를 담백하게 살려내는 데 주목한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상호작용하며 서서히 변화해나가는 엠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사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이 영화는 영화의 메시지에 무난하게, 성공적으로 도달하지 않나 싶다.

  무난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해내는 이 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시각적인 부분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거 부유층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인만큼 영화는 고풍스럽고 화려한 미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장면에서도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내도록 연출되어 있다. 주인공에게 외적으로 고난이나 추락을 부여하지 않고 그 관계에서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영화인만큼 영화의 매 장면의 미장센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으며 이러한 미장센이 시대적인 아우라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풍기게 만든다.

  비록 이 영화의 각본에서 어떤 깊이감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쉬운 부분이 느껴지지는 않을 정도로, 영화는 참 담백하게 그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각색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선이나 해석을 기대하는 관객 혹은 독자들이 많긴 하지만 이 영화처럼 담백하게 그려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그 시대와 그 배경이 주는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어 확실히 보는 맛은 잘 살이 있기에 이 영화만의 장점이 아예 없다고도 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비록 원작이나 다른 각색을 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이번 <엠마>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원작을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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