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을 참 좋아한다.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특히 나는 자연이 주는 휴식과 평안을 깊이 좋아한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는 꼭 산책을 한다. 이때만큼은 오직 자연에만 집중한다. 눈에 들어오는 나무와 풀, 바람과 햇살을 온전히 느끼는 이 시간은 하루 중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또 어디를 걷든 늘 길가의 나무나 풀, 꽃, 하늘에 시선을 둔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자연에 마음을 두다 보면,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행을 가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져 조금 더 천천히, 자세히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 순간을 더 깊이 음미하게 된다.
그렇듯 여행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매일 보는 것들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연에 집중하면,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 느낌이 참 좋다.
그리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자연에게서 얻는 위로도 있다. 계속 앞으로 나가라고, 변하라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고 떠미는 듯한 세상 속에서, 자연은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연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 이대로도 괜찮구나, 지금 내 모습 그대로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마음 덕분에, 앞으로만 밀어붙이는 세상 속에서도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자연과 함께 산책을 하면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고, 느긋함과 여유가 찾아온다. 단지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런 마음이 든다.
자연은 침묵하면서 동시에 경청해 주는 것 같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줄 것만 같은 그 넓고 깊은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와 힘도 크지만, 자연이 주는 힘은 또 다르게 깊고 크다.
자연을 바라보면, 나 또한 이 자연과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생각은 날 겸손하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느낌이, 마음이 붕 뜨지 않고 내면이라는 땅 뒤에 단단히,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게 붙들어준다.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은, 나를 옭아매던 사소한 고민들과 생각들을 먼지처럼 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이걸 이렇게까지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구나.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고.
그래서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집착에서 멀어지고, 마음은 점점 더 넓고 자유로워진다. 이 자유로운 마음은 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자연은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작은 풀 하나도, 그 위에 있는 작은 벌레도,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이 없다.
그런 자연을 바라보며, 나 또한 나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과 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매일 배우고 느낀다.
마음이 자연을 닮아갈수록,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세상을 향해서도, 사람을 향해서도,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해서도 더 너그러워진다.
자연을 가까이하다 보니, 내 인생도 내 속도에 맞춰 흐르는 것을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나에게 맞는 리듬을 알게 되고, 남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자연을 바라보며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숨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