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저녁에 마트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요즘은 해가 짧아져서, 저녁 6시가 되기도 전에 금세 어둠이 내려앉는다. 그날도 수지와 마트에 갔다가 나왔을 때 이미 거리는 짙은 어둠에 잠겨있었다.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는데, 수지가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어, 별이다!"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 사이로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였다. 딱 하나뿐인 별.
그래서 더 선명하고 더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별을 정말 오랜만에 본 거라,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수지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별이 왜 반짝반짝하는지 알아?"
나는 순간, 뭔가 정확한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아는 과학 지식을 총 동원해 설명해 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수지가 말했다.
"너무 깜깜해서 무섭지 말라고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거야."
수지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렇구나! 별이 빛나는 이유는 어둠 속에서 우리가 무서울까 봐, 밝혀주고 있던 거였구나.
더 이상 다른 답은 필요 없었다. 이미 그 말이 수지 마음속의 정답이었다.
그런데 수지의 말을 듣고 보니, 헤아릴 수 없이 넓은 하늘에서 홀로 빛나고 있던 그 별 하나가, 유난히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우리가 무서울까 봐, 작고 가녀린 몸으로도 온 힘을 다해 빛을 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그 작은 별이 참 다정하게 느껴졌다.
나는 수지의 말에 "그렇구나! 맞네!" 하고 공감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 멀리 손톱보다도 작게 보이는 별이 "나 여기 있어!" 하고 또렷하게 존재감을 전하는 것만 같았다.
그 별빛 덕분에,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했고, 더 행복했다.
수지와 나누는 대화 속에는 언제나 별빛이 들어있다.
밝고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이 스스로 빛을 낸다.
아이가 밝히는 그 작은 빛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어둠을 살며시 밀어낸다. 그래서인지 매일 내 마음에는 순수하고 환한 빛이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수지의 순수하고 밝은 말이 내 마음 한가운데 머물며, 어둠이 자리 잡을 틈을 주지 않고 밀어낸다. 아이의 말이, 별처럼 내 마음에 하나씩 심겨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