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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입냄새로 전해준 맛있는 행복

by 행복수집가

10월 중순 제주 여행 이튿날 점심에, 아이와 남편 둘만 생선구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나는 오전에 먹은 베이글이 아직 배에 남아, 도무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점심은 건너뛰고, 두 사람이 식사하는 동안 식당 근처를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식당 뒤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리다 보니, 점심을 다 먹은 수지가 남편보다 먼저 식당밖으로 나왔다. 밝은 얼굴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수지에게 물었다.


"수지야, 밥은 맛있었어?"


수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엄마, 대박 맛있었어!"


그러더니 내게 바짝 다가와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말했다.


"엄마, 내 입냄새 맡아볼래?"


너무 맛있었으니, 그 맛있는 냄새를 엄마에게도 맡게 해주고 싶었던 수지의 마음이었다.


수지의 말과 행동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맛있었어?! 맛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맛있다는 말을 냄새로 표현하다니.

너무나 참신하고 귀여운 수지의 표현 방식이었다.


나는 점심을 먹지 않았지만,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은 기분이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조금 늦게 나온 남편도 식당 문을 나서며 말했다.


"여기 밥 정말 맛있었어!"


남편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두 사람 모두 이렇게 만족하다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먹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배를 통통 두드리며 행복해하는 두 사람을 보니 나까지 배부른 기분이어서 흐뭇했다.

게다가 맛있는 냄새로 행복을 전해준 수지의 귀여운 행동에 웃음이 터져,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


아이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늘 웃음을 선물해 준다. 그 웃음이 쌓여 행복도 함께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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