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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놀이가 이어준 인연

처음 본 아이 엄마와 공놀이한 날

by 행복수집가

지난 주말, 우리 세 식구는 공 하나를 들고 마당이 넓은 대형 카페에 갔다. 수지가 공놀이를 하고 싶다고 해서 급히 공을 사서 향한 카페였다.


처음엔 수지와 남편 둘이 공놀이를 했다. 그런데 조금 놀더니 이번엔 나에게 같이 하자고 했다. 본인은 아빠와 충분히 놀았다 싶었는지, 이제는 우리가 공을 차면 자기는 구경하겠다고 했다.


마침 카페 마당엔 수지 또래의 여자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가 수지에게 먼저 다가왔다. 두 아이는 금세 친해져 함께 놀았다. 알고 보니 그 아이도 여섯 살, 수지와 동갑이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노는 동안, 나도 그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지가 우리에게 공놀이를 하라고 해, 남편과 나는 작은 탱탱볼로 공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꽤 재밌었다. 오랜만에 공을 차니, 어른이 아니라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어설프게 공을 차도 남편은 환하게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렇게 한참 재밌게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수지 옆에 있던 친구 아이가 자기 엄마에게 "엄마도 공놀이해봐!"라고 말했다.


아이의 말에 그 엄마가 조금 쑥스러운듯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하고 물었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네네, 같이 해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공을 주고받았다. 그 엄마도 곧 "어, 이거 재밌네요" 하고 웃었다. 엄마 아빠가 공놀이를 하고 아이들이 구경하는 모습이 조금 아이러니했지만, 그 모습 그대로 즐거웠다.


공을 찰수록 기분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돌았다. 아이들 응원까지 더해져 더 신나게 뛰어다녔다. 그리고 처음 본 사람과, 만난 지 5분 만에 함께 웃으며 공을 차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신기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되고 나서, 다른 사람을 향한 마음의 벽이 낮아졌다는 것.


예전에는 낯선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경계를 두게 되었고, 경계하는데 에너지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힘을 내려놓게 되었다. 아무한테나 막 편하게 다가가는 건 아니지만,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일단 열린 마음으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친구와도 금세 친해진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부모도 어느새 아이를 닮아가는 것 같다. 경계심보다 호기심이 먼저이고,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마음은 단순해지고, 사람을 향해 온기를 건네게 된다.


그날 카페에서 아이들도, 우리 부모들도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헤어질 때 나는 수지와 함께 놀았던 아이에게 "오늘 정말 즐거웠어.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 하고 인사했다. 기약 없는 작별 인사였지만, 정말로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면 분명 반가울 것 같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선명하게 남을 좋은 추억이었다.


생각해 보면, 수지가 아니었다면 이런 추억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수지가 다른 아이와 즐겁게 어울리고, 내가 그 아이의 엄마에게 마음을 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내가 경계를 세우고 마음을 닫아두었다면, 이 소중한 추억은 없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모르게 아이와 닮아가고 있다.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 낯선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웃으며 다가갈 수 있는 그 여유가 어느새 내 안에도 스며들었다. 덕분에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편안히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의 문을 조금 더 가볍게 열게 되었다.

이런 변화가 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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