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행복
며칠 전 점심시간에 남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남동생은 세종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 자주 보진 못하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본가에서 만나기도 하고 가족 단톡방에서도 종종 소식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그날은 개인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열어보니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조금 자고 책 읽고, 싸 온 도시락도 먹었어 ㅎㅎ 큰 누나 얘기 들으니 점심에 책도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ㅎㅎ 좋은 영향이야."
얼마 전 본가에서 만났을 때, 나는 점심시간에 산책하고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했었다. 동생은 도시락을 먹고 휴게실에서 잠깐 낮잠을 잔다고 했고, 그 대화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날, 동생은 내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낮잠을 자고 책도 읽어본 모양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꽤 좋았는지, 앞으로 점심시간을 낮잠과 독서로 채워야겠다며, 나에게 좋은 영향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굳이 연락을 안 해도 됐을 텐데, 일부러 연락해서 고마움을 전해주는 그 마음이 참 따뜻했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짧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짧은 말속에도 서로를 향한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동생이 "좋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해준 말은 내 마음을 한참 따뜻하게 만들었다. 나도 동생에게 "점심시간에 산책하고 책을 읽으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야. 너에게도 좋았다니 정말 기쁘다"라고,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냈다.
작게나마 동생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게 참 감사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삶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
작든 크든,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마음을 만들고, 그 사람의 하루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근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나 역시 동생에게서 많은 좋은 영향을 받는다.
본가에서 가끔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마음에 하나쯤은 배움이 남는다. 동생을 통해 내가 관심 두지 않았던 인문학이나 고전도 읽게 되고, 내 세계도 조금씩 넓어지고 더 풍성해졌다.
나는 동생을 참 아끼고 사랑한다. 그런 동생과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나는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일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맡은 일을 성실히 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선함과 미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세상에 좋은 영향을 전하는 일 아닐까.
굳이 대단할 필요는 없다.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먼저 행복해질 때,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행복의 꽃이 피고 그 향기가 주변으로 번져가는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게 좋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아주 작게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삶. 그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