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으로 하는 긴머리 셀프 매직 성공기

집에서 남편이 내 머리 셀프 매직을 해줬다

by 행복수집가

남편은 언젠가부터 집에서 셀프로 이발을 하더니 이제는 매직 약을 사서 셀프 매직도 한다. 남편은 반곱슬 머리인데, 남자 머리 반곱슬은 머리 손질을 특별히 하지 않아도 모양이 꽤 이쁘게 나오는 것 같아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반곱슬의 부스스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어느 날 남편은 부스스한 머리를 해결하려고 집에서 셀프로 할 수 있는 매직 약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덜컥 주문을 했다.


남편이 처음에 셀프 매직을 한다고 했을 때 난 별 기대하지 않았다. 당연히 미용실에서 하는 게 더 잘 나올 텐데 굳이 집에서 고생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매직을 한 남편의 머리는 기대 이상으로 차분하고 단정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머리카락이 직모가 되니, 더 어려 보이기도 했다.


본인도 만족스러웠는지, 그날 이후로 앞으로는 매직 약을 사서 셀프로 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 약의 가격은 2만 원대다. 한 번 사서 두 번 정도 할 수 있다.

시세이도 매직약


물론 미용실에서 하는 것에 비해 유지 기간은 짧을 수 있고, 머리카락이 좀 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비용에 이 정도 퀄리티라면 만족할만했다.




남편이 다음에는 내 머리도 매직을 해주겠다고 했다. 나도 반곱슬이라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미용실에 가서 매직이나 펌을 하는데, 이제 자기가 해주겠다고 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알겠다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나도 매직을 할 때가 왔다. 점점 곱슬기가 올라오는 내 머리카락을 남편이 보더니 매직해야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매직 약을 사면 자기가 해주겠다고 했다.


왜 그런 진 모르겠지만 본인이 굉장히 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남편을 믿고 나도 이번에 셀프 매직을 해보자 싶어서 바로 약을 주문했다.


매직을 할 때 수지가 있으면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내가 평일 오전에 시간을 뺐다. 수지를 무사히 등원 시키고 매직을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이 날 유난히

목이 많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와서 해주겠다고 했다.


남편이 병원 갔다 오면 시간이 오래 걸릴까 봐 그럼 혼자 해보겠다고 하니, 자기 진료받고 금방 온다며 혼자 하지 말라고 말렸다. 약을 꼼꼼히 발라야 하는데 혼자 하면 힘들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남편이 진료를 받고 오기를 기다렸다.


나간 지 1시간 만에 남편이 돌아왔다. 목이 많이 부었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남편은 쉬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오자마자 내 머리를 해주겠다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나도 일부러 오전에 시간을 뺀 거라, 사실 오늘이 아니면 다른 날에 또 시간을 빼는 게 쉽지는 않았다. 몸이 안좋은 남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남편 앞에 미용가운을 입고 앉았다. 남편은 미용장갑을 꼈다. 이 순간부터 우리 집이 남편의 뷰티살롱이 됐다. 남편은 이전에 자기 머리 매직을 한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차근차근 잘했다. 머리카락에 약을 꼼꼼히 발라주고, 30분 기다렸다가 샴푸하지 말고 머리 헹구고 오라는 등 나를 잘 이끌어주었다.


꼼꼼한 성격의 남편이 내 머리를 만져주니 그냥 믿음직스러웠다. ‘내머리는 아주 잘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었다.


집에서 셀프로 해도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약을 바르고 기다렸다가 머리를 감고, 또 매직기로 머리를 펴고 약을 발랐다. 그 후엔 또 20분 기다렸다가 머리를 감았다. 머리 두 번 감는 게 힘이 부쳤다. 하루에 머리 두 번 감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 싶었다. 머리 말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노동량이 들었다.


남편도 내 머리를 해주면서 여자머리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남편에게 “이렇게 노동을 해야하고 힘든데 그래도 계속 집에서 할 거야?”라고 하니,


“그래도 미용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머리하면서 대화도 하고 좋잖아.”라고 말했다.


그 말에 더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감기 기운으로 몸도 안좋은 남편이 내 머리를 해주며 힘들어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머리를 해주며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말에 남편의 사랑이 느껴져서 미소가 지어졌다. 남편의 뷰티살롱은 사랑이 넘치는 곳이었다.




사실 미용실에서 잘 모르는 직원 분 앞에서 머리에 약을 바르고, 얼굴만 동그랗게 남긴 채 머리카락을 완전히 뒤로 싹 밀어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앞에서는 조금 못난 모습을 보여줘도, 마음이 편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내 남편앞이니까.


이렇게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열심히 매직을 했다. 드디어 마지막 머리 헹굼을 하고 머리카락을 말리고 거울을 보는 순간!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카락은 아주 단정했고 찰랑거렸다. 나름 성공적이었다.

비포사진은 없지만 애프터 사진, 나름 만족합니다


남편은 “아, 이 부분은 내가 제대로 안 했네.”라고 하며 100프로 만족은 안된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바로 “아니야! 난 너무 만족해, 봐봐. 이렇게 차분하고 깔끔해졌잖아. 너무 이쁘다. 고마워~”라고 답했다.


난 내 머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머리 매직을 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머리를 풀고 출근했다. 출근하기 전 긴 생머리의 내 모습을 거울로 보니, 꽤 마음에 들었다. 확실한 기분전환이 됐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막 하고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을 똑같이 느꼈다.


오늘 남편의 뷰티살롱에 별점 5개를 주고 싶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앞으로 우리 집엔 주기적으로 뷰티살롱이 열릴 것 같다.


남편은 미용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서 나중엔 수지 머리도 자기가 매직해 줄 거라고 했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부터 하는 거라고 했다. 남편의 포부가 야무졌다.


그 말에 난 배시시 웃으며 “나중에 수지가 좋아하겠네”라고 했다. 앞으로 우리 집 여자들의 머리는 우리 집 남자가 책임져줄 것 같다. 이 남자 덕분에 우리 집 여자들은 행복하다.


오늘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내머리를 정성스레 만져주던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올라온다. 감기 기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머리를 이쁘게 만들어준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이런 남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옥 카페에서 만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