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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02. 2024

아이가 엄마 물건에 스티커를 붙이는 이유

'이 사람은 내 엄마입니다' 라는 표시

얼마 전 수지가 내 핸드폰 그립톡에 스티커를 하나 붙이면서 “엄마, 이건 사랑하는 마음이야”라고 했다. 이렇게 이쁜 말을 하며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붙여놓은 스티커를 뗄 수 없어서 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 폰케이스만 하고 다닌다.


이 스티커를 볼 때마다 아이의 이쁜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보기만 해도 날 웃게 하는 이 스티커를 어떻게 떼겠는가.


수지가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면 꼭 “이 사람은 자녀가 있는 사람입니다.” 하는 표시 같기도 하고, “엄마는 내 엄마야.” 하는 표시 같기도 하다.


남편의 핸드폰 케이스에도 수지가 붙여놓은 귀여운 스티커가 있다. 딱히 귀여운 걸 착용하지 않는 남편도 수지가 붙인 귀여운 스티커는 떼지 못한다. 이렇게 아이는 엄마 아빠의 물건에 귀여운 표시를 자주 해놓는다.


폰 케이스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스티커가 붙은 내 핸드폰을 보면 “나는 아이 엄마입니다” 하고 티 내고 다니는 것 같다. 결혼하면 결혼반지를 끼고 ‘나는 유부녀 유부남’입니다라고 표시를 내듯이. 나에겐 이 스티커가 '엄마'라는 표시 같다.




내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들을 보면 핸드폰에 귀여운 스티커가 붙어있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딱 보면 안다. ‘아, 이건 아이가 붙였구나.’


참 귀엽다. 아이가 엄마 아빠에게 남긴 이런 귀여운 흔적이.


집안 곳곳에도 수지가 붙인 스티커들이 가득하다. 붙여 놓은지도 몰랐는데 내 옷장 문이나 아빠 컴퓨터 의자에 스티커를 붙여놓은 걸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이 녀석 여기에도 자기 흔적 남겨놨네’ 하고. 그리고 그 스티커는 떼지 않는다. 너무 귀여우니까.


곳곳에 아이의 귀여운 흔적이
있는 게 너무 좋다.


어딜 봐도 여기는 아이가 사는 집이구나 하는 게 좋다. 아이가 내 물건에 잔뜩 표시해 놓은 흔적은 지저분하지 않고 그저 귀엽다.

 

수지 시골 할아버지댁에도 거실 창문에 수지가 붙여놓은 스티커가 하나 있다. 많지도 않다. 딱 하나다. 이전에 한번 그 스티커를 떼려고 하니, 아버님이 "떼지 마라!" 하고 호통을 치셨다. 아마 아버님도 아이가 남겨놓은 흔적을 보고 귀여운 손주를 생각하며 흐뭇해지는 기분을 느끼시겠지.


이쁜 손녀가 지금 당장 옆에 없어도, 스티커를 보면 귀여운 아이가 떠올라 그리움에 헛헛한 마음을 따뜻한 온도로 채우시는 게 아닐까.


모두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아이의 흔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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