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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n 24. 2024

어머님 생신날 드린 큰 선물

손녀가 드린 큰 웃음

이번 주말은 어머님의 생신이셨다. 생일날이 마침 주말이었고 남편도 오후 출근하는 날이라 오전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가는 길에 어머님 생신 케이크도 사고 수지도 할머니 생일 축하 할 생각에(사실은 본인이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 생각에) 신나서 잔뜩 기대를 안고 갔다.


시댁은 합천인데 시댁으로 가는 길 풍경이 아름다워서 창밖 풍경을 가만히 즐기다 보면 어느새 시골집에 도착한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에 있는 시댁은 갈 때마다 느긋한 고요함이 느껴진다. 동네에 들어서기만 해도 뭔가 차분해지는 마음이 든다.


우리가 차에서 내리니 마침 동네 할머님이 길을 가다 우리를 보시고 “공주 왔냐”며 반겨주셨다. 사실 나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시댁 동네에 갈 때마다 보는 어르신들은 내 남편을 알고 우리를 알아보시며 수지를 보고 자기 손녀를 본 것처럼 이뻐하고 반겨주신다.


어떤 분들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용돈을 주시기도 한다. 자기 손주 용돈으로 챙겨놓았을 것 같은 돈인데 그 소중한 돈을 남의 손주에게 주면서도 행복해하시는 그 모습은 늘 나에게 뭔가 찡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정이 많은 시골 동네가 나의 시댁이라 참 좋다.




수지를 보고 반겨주시는 동네 어르신께 인사를 하고 아버님댁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하니 어머님이 “수지 왔어요~!” 하시며 버선발로 나오셔서 수지를 안아주셨다. 아버님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웃으시며 우리를 반겨주셨다.


주말에 어머님 생신 축하하러 간다고 말씀드린 날부터 우리를 기다리셨을 어르신들의 소중한 마음이 환한 웃음꽃으로 피어난다. 어머님 드리려고 케이크도 가져가고 적은 돈이지만 용돈봉투도 챙겼는데 수지의 존재만으로 이미 행복이란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았다.


격한 환영을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간 수지는 익숙한 듯 자기의 놀 거리를 찾는다.


수지는 할머니 집에 있는 큰 달력을 스케치북 삼아 그림도 그리고 숫자도 썼다. 그림 하나 그리고, 숫자 하나 쓰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의 기쁨이 된다.


그리고 케이크를 꺼내서 생일 축하를 해드렸다. 초에 불을 붙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수지는 본인이 생일 주인공인 것처럼 노래가 어서 끝나고 촛불 불기만을 기다리더니 노래가 끝나자마자 얼른 촛불을 ‘후~’ 하고 불었고 온 식구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쳤다.


결혼을 하고 나서 매번 아버님 어머님의 생신을 직접 가서 챙겨드렸다. 우리 부부가 가서 축하를 해드릴 때도 좋아하셨지만 수지가 태어난 후 아이와 함께 하는 생일은 행복과 기쁨이 배가 되었다.


‘존재만으로 행복’이라는 말을
아이를 보며 실감한다.
나의 존재도 내 부모님에게 큰 기쁨이고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귀하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며 진정으로 알아간다.



웃음 가득했던 생일 축하 세리머니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메뉴는 수지가 잘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으로 정했다. 어머님이 추천하신 합천 맛집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우리 식구 모두 점심을 맛있게 잘 먹었다.


밥만 먹고 헤어지기는 아쉬우셨는지 어머님이 커피를 사주겠다고 카페에 가자고 하셔서 우리는 후식을 먹으로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직원분이 수지에게 사탕 두 개를 주셨다. 수지는 사탕을 바로 먹지 않고 사탕으로 장난을 치며 놀았다.


할아버지가 수지의 놀이 상대가 되어주셨다. 사탕을 테이블에 세우고 넘어뜨리기 놀이를 하는데 수지가 깔깔 웃으며 정말 즐거워했다. 수지가 웃으니 온 식구들도 따라 웃었다. 평소 무뚝뚝하고 말투도 투박한 아버님인데 수지 앞에선 한없이 다정하고 웃음 많은 할아버지가 된다. 아이의 귀여움이 할아버지의 무뚝뚝함도 무장해제 시켜버린다. 아이를 따라 같이 웃는 아버님의 모습이 꼭 어린아이처럼 해맑아 보였다.


난 이런 순간이 참 좋다. 아이를 보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하다.    


이 날,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모든 식구는 계속 웃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들을 보다가 아버님 어머님 두 분만 있는 시골집에서 하루동안 웃을 일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웃음이 귀해진다. 작은 것 하나에 크게 웃을 수 있는 건 아이들만이 가진 특별한 순수함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서 웬만한 것에는 웃지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조금 서글프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작은 것에도 쉽게 웃는 사람이 되었다.
 ‘존재만으로 기쁨’인 아이가 항상 있으니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수지를 보는 아버님, 어머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웃음이 가득한 곳엔 불행이 있을 수 없다. 행복한 기운을 가득 느끼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이 날 정말 즐겁고 행복한 어머님의 생신날이었다. 온 가족 함께하며 웃음 가득한 추억을 선물로 드린 것 같아 몹시 행복하다. 앞으로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렇게 웃는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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