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거리는 손길에 묻어있는 온기
나는 아이랑 같이 자는데, 평소엔 침대에서 책을 한 권 읽고 수지가 쫑알쫑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수지가 내 손을 자기 배에 올려놓고 "엄마 토닥토닥해줘"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수지 배나 등을 토닥거려 준다. 그러다가 나도 살짝 잠이 들어 토닥거림이 멈추면, 수지가 다시 토닥거려 달라고 말을 하거나, 조용히 내 손을 자기 배로 다시 가져간다. 그러면 나는 다시 토닥토닥하고, 어느새 수지는 곤히 잠이 든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수지가 나를 토닥거려 준다. 우리는 서로 몸을 옆으로 돌려 마주 보고서는 나는 손으로 수지의 등을 감싸고, 수지는 그 짧은 팔을 쭉 뻗어 내 등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날 토닥거려 준다.
수지가 처음 나를 토닥거려 준 날, 기분이 묘하고 이상했다.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하고 생각해 보니, 내가 내 아이 앞에서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앞에 있는 이 작은 수지의 품에 안겨서 수지가 내 등을 토닥토닥해주는데 굉장히 큰 위로와 따스한 사랑을 받는 느낌이었다.
내 등을 토닥여주는 수지의 손길에 가만히 집중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였을 때 엄마가 이렇게 토닥여 줬겠구나’
가끔 아이를 통해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릴 적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 이랬겠구나, 그리고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가 이렇게 해줬겠구나' 하는 생각. 이 생각을 하다 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 장면이지만, 내 무의식은 기억한다는 듯 마음이 반응한다.
하루는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잘 때 왜 엄마 토닥토닥해주는 거야?"
"엄마 무서운 꿈 꾸지 말라고."
아,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라니.
엄마가 무서운 꿈 말고 좋은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밤 날 토닥여주는 아이의 손길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이불 같다.
아이는 내 마음의 온기가 식지 않게, 계속 따뜻하게 유지시켜 준다.아이와 함께하는 날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마음에 온기가 있다.
내 마음이 추워지지 않도록,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을 항상 감싸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아이에게 식지 않는 따뜻한 사랑을 주는 엄마로 늘 곁에 있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