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것
수지랑 둘이 집에 있던 주말 오후, 햇살이 우리 집 거실로 환하게 들어왔다. 우리 집 거실 창문에는 커튼이 없어서 해가 쨍한 오후엔 햇살이 그대로 우리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햇살이 들어오면서 거실 컴퓨터 화면에 무지갯빛이 생겼다. 그걸 발견한 수지가 “엄마 무지개가 생겼어! 엄마 봐봐!” 하고 외쳤다. 수지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작은 무지개가 나타나 있었다.
"우와 정말 무지개가 생겼네!" 라며 나도 신기하다는 듯 말하니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무지개가 수지 보러 왔나?”
이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가 봐. 무지개가 수지 보러 왔나 보다."
수지는 무지개를 한참 더 바라보며 "빨주노초파남보~" 하며 노래를 불렀다. 집안에 생긴 작은 무지개 하나로 수지의 기분이 알록달록 귀여워졌다.
무지개가 자기를 보러 왔다는 수지의 말을 듣고 나서 생각해 보니, 수지는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재밌는 걸 보게 되면 "OO가 수지 보러 왔나 봐, 수지가 좋아서 왔나 봐" 하는 말을 자주 했다.
아이는 자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자기를 위해서 온 거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참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이런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면 그 어떤 것도 불평할 게 없을 것 같다.
수지는 예전에 코피가 났을 때도 "코피가 수지 좋아서 왔나 봐"라고 했었다. 나에게 생긴 좋은 일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일도 자기를 위해 온 거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에 감탄하며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니, 어떤 일을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내 판단이다.
내가 볼 때 코피가 난 것은 안 좋은 일이었는데, 수지는 그냥 코피가 난 그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며 코피가 자기를 좋아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아이 마음은 매 순간 행복하고 평안할 수밖에 없다.
우연히 생긴 무지개를 보고 자기를 보러 왔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이 세상 모든 게 자기를 위한 선물인 것처럼 여기지 않을까. 나를 비추는 햇살, 지저귀는 새, 바람에 흔들리는 꽃, 이 모든 게 날 보러 왔다고 생각하면 매 순간 행복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이 마음으로 산다면 매 순간을 온전하게 느끼며 살 것 같다. 빈틈없는 행복으로, 놓치는 행복 없이,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살 것이다.
모든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아이 곁에서, 나도 같이 행복한 사람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