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행복으로 채운 날
아이 방학 4일 차인 오늘은 우리 세 식구 하루종일 같이 있었다. 오늘은 나도 휴가를 내서, 방학맞이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창녕 산토끼노래동산이었다. 지인에게 좋다고 추천받았었는데, 이름도 ‘토끼동산’이라 너무 귀엽고 수지가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실내동물원 같은 곳에 가면 토끼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했었는데, 수지가 토끼에게 먹이 주는 걸 매우 재밌어했다. 그래서 토끼동산은 꼭 한번 가야지 했는데 그날이 오늘이 되었다.
진주에서 창녕까지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 됐다. 오늘 정말 무더운 날씨였다. 우리는 물놀이 가기 딱 좋은 날씨에 야외에서 걸어야 하는 토끼동산을 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뭐 어때!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니 그저 즐겁기만 했다.
수지에게 토끼동산 간다고 설명해 주며, 토끼들이 수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니, 토끼 같은 수지가 눈을 반짝이며 “토끼야 수지가 갈게~ 기다려~”라고 하며 차 안에서 지루함을 견디던 우리 수지. 토끼에게 밥 줄 생각에 설레는 수지 마음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리고 토끼동산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귀여운 토끼 모형이 반겨주었다. ‘여기가 바로 토끼동산이요~’ 하고 말하는 듯했다. 온통 귀여운 토끼모형들이 가득해서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이와 함께 아이가 갈만한 곳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이쁘고 아기자기한 세상을 만난다. 귀여운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귀여운 토끼 동산을 보고 내 기분도 너무 좋아졌다.
귀여운 토끼 동산을 구경하며 걷다가 토끼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토끼마을에 갔다. 각 나라 토끼들을 구분하여 한 곳에 모아놓은 토끼마을에서 우리도 토끼에게 줄 건초를 구입했다. 토끼들은 더위에 지친 건지 거의 다 자고 있었는데, 그나마 깨어 있는 토끼들에게 가서 먹이를 주었다.
수지가 주는 건초를 토끼들이 와서 먹으니까 수지가 좋아하며 “아이구~ 사이좋게 먹어 알게찌?” 하며 토끼들에게 말도 걸고 오구오구 해준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토끼보다 우리 수지가 더 귀여웠다.
책에서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던 동물을 실제로 보는 게 아이에게 참 좋은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외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다가, 실내 토끼전시관에 들어가서 땀도 식히고 구경도 했는데, 수지가 그 전시관도 좋아했다. 작은 전시관이었지만 수지는 매우 흥미로워 했고 그곳에서 오래 놀았다.
그렇게 토끼동산을 한바퀴 돌고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대구에 있는 식당에 가기로 했다. 우리식구는 이렇게 어디 근교로 나들이 가게되면 밥을 어디서 먹을지 미리 정하진 않고, 구경을 다 하고 나서 티맵 인기 맛집을 검색해서 가까운 곳으로 가는데 이렇게 하면 실패가 거의 없다. (꿀팁!)
아이랑 같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메뉴는 좀 한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식, 중식, 양식 다 가능하니 선택지는 많다! 창녕에서 대구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토끼동산은 너무 한적한 시골에 위치해 있어서 근처에는 먹을만한 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검색해서 찾게된 가까운 대구에 한정식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얼마 달리니, 금방 대구가 나왔다. 내가 사는 곳은 경남인데, 경북의 경계선을 넘어 대구로 넘어온게 신기했다. 생각해보니 아이 낳고 나서는 경남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예 다른 도의 다른 지역을 온게 신기하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온 기분이라 괜히 더 설레고 좋았다.
이런게 바로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했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다. 계획에 없었던 곳에가고, 즉흥적으로 무엇을 하게 될 때 느끼는 설레임과 짜릿함. 밥먹으러 대구까지 가고 있다는게 즐거웠다.
우리는 대구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수지도 처음엔 파스타 먹을거라고 한참을 졸랐었는데, 막상 밥과 고기, 계란찜을 먹으니 흡입하듯 잘 먹었다. 그리고 식당에 로봇이 서빙을 하고 있었는데, 그 로봇이 너무 신기한 수지는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 로봇아저씨를 찾았다.
사실 나도 직접 본게 처음이라 신기했는데, 아이는 얼마나 신기했을까 싶다. 밥을 먹으면서도 “아저씨 어디갔지?” 하고 찾고,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아예 로봇 앞으로 구경하러 가서 한참을 구경했다. 로봇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오면 무섭다고 내 다리를 꽉 붙잡고 업어달라고 해서 아이를 업고 로봇을 구경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식당에서 밥먹는 동안의 짧은 시간에도 재밌는 추억이 생겼다.
기분좋게 밥 먹고 편의점에서 남편과 나는 아이스크림, 수지는 짱구 젤리를 후식으로 먹으며 즐겁게 돌아왔다.
대구의 하늘은 진주와는 또다른 풍경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커다란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다. 선명하고 아주 뚜렷한 테두리를 가진 하얗고 큰 뭉게구름을 보며, 남편에게 “오빠 대구 구름이 너무 이쁘다!” 하며 좋아했다. 남편도 바깥 풍경을 함께 즐겼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는데, 오랜 시간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편이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자지 않았던 수지와 얘기하고, 노래부르며 놀아주었다.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남편이 동요를 틀어놓고 수지와 같이 노래부르고 수지의 말에 대답해주고 호응해주며 가고 있었다. 운전하는것만 해도 많이 피곤했을텐데, 남편이 자기는 잠 안온다고 괜찮다며 아이를 챙겨주기까지 하는 것에 너무 고마웠다.
집에 도착해서도 나와 수지는 쉬었는데, 남편은 오늘 나들이 갈 때부터 다녀오면 베란다 청소할거라고 말하더니, 오자마자 베란다 청소를 했다. 그리고 수지 데리고 또 나가서 아파트 단지 안 물놀이터에서 수지와 물놀이도 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힘인지 모르겠다. 정말 대단하고 또 대단하고, 고맙다.
수지의 방학4일차 되는 날인 오늘 하루를 우리 세식구 함께하는 행복으로 꽉 채웠다. 정말 빈틈없이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