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처음 떨어져 본 1박 여행

여행을 다녀오고 사랑의 온도가 더 높아졌다.

by 행복수집가


이번에 다녀온 모녀여행은 아이가 태어난 지 36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이를 두고 나 혼자 떠나본 여행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에게 더 의미가 특별했다.


내가 여행을 갈 때마다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 풍경 보면서, 조용히 책 읽는 거였다. 이게 참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가면서는 책을 챙겨가도 볼 수가 없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쓰여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은 눈을 들면 언제든 볼 수 있었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볼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나의 로망을 이루었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일찍 해야 해서 알람을 6시에 맞추고 잤는데, 5시 반에 눈이 뜨였다. 그리고 눈을 뜬 순간, 잘 잤다는 느낌과 함께 이제 잠이 아예 깼구나 싶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일어나 테라스로 가서 날씨를 확인하고 이번 여행 와서 보려고 들고 온 책을 꺼내서 테라스 의자에 앉았다.


이 날 아침은 비가 오고 있어서 선명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빗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다 뿌옇게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보인다. 이른 시간인데 고기잡이하는 배도 보이고, 리조트는 식당에만 불이 켜져 있고 밖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아침이었다. 게다가 비도 부슬부슬 와서 오히려 더 분위기 있었다.


난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 회색빛의 바다가 파도치고 있다. 비 오는 바다도 아름다웠다. 오히려 아침의 고요함을 더 잘 담고 있는 듯했다.


바다 한번 보고, 책 읽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많은 책장이 넘어가 있었다. 책 내용 하나하나에 더 집중이 되고, 나에게 긍정의 힘을 가득 실어주는 책을 읽으며 이 날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여행 로망을, 드디어 이루었다. 늘 바랬던 것을 하고 나니 작은 성취감도 있고, 행복감도 들었다.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아침 조식을 잘 먹고, 숙소로 올라와 남편에게 전화를 했는데 수지가 어젯밤에 자다가 엄마 보고 싶다고 깨서 몇 번이나 울고 나를 찾았다고 한다. 수지는 내가 여행 가는 날에도 울지 않았고, 저녁에 영상통화 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


그런 수지를 보며 아기가 이렇게 성숙해졌나 싶기도 하고, 아빠랑 잘 있어서 다행이구나 싶기도 했지만, 수지의 얼굴을 볼 때 약간의 그늘이 보이는 느낌이 들긴 했다, 평소 수지의 밝음이 아닌, 조금은 어두움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아기가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참다가, 밤에 터졌나 보다. 참다가 터진 아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엄마 보고싶다고 엄마한테 갈거라고 왕왕 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이제 만3살된 어린 아기인데, 엄마가 할머니랑 여행갔다고 하니, 보고싶어도 꾹 참다가 잘 때 터진거다.


수지가 자다 깨서 엄마 찾는걸 반복해 서 남편은 새벽4시반까지 잘 못잤다고 한다. 정말 고생이 많았다 우리 남편.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서 수지를 만나면 너무 보고 싶었다고 우리 수지 꼭 안아줘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침에 수지랑 통화하면서 "엄마가 오늘 수지 보러갈게, 우리 조금 있다가 만나~" 하니까 "응응" 하던 수지. 그리고 "엄마 할머니랑 낸내 다 해떠?" 라고 귀엽게 말하는 우리 아기. 엄마가 할머니랑 여행가서 낸내하고 온다고 얘기 했더니, 할머니랑 낸내 했냐고 물어보는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아기다.


나는 아이 없이 여행을 와서 혼자의 가벼움을 오랜만에 느꼈고, 36개월만에 처음으로 엄마랑 하루 떨어져서 지낸 아기는 엄마의 그리움을 느꼈고, 남편은 나의 빈자리를 느꼈다.


늘 있던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으로, 나와 연결된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기회도 되었다. 이번 여행은 모든면에서 나를 충만하게 한 여행이다.




그리고 오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집에 오니, 하룻밤 사이의 수지와 남편의 치열했던 사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물건이 여기저기 마음대로 자리를 찾지 못한채 흩어져 있었고, 전쟁터가 된 거실에 덩그러니 있던 남편을 보고 "오빠 이게 뭐야~" 라고 했더니 자기가 아무리 치워도 수지가 계속 어질렀다고 한다.


어쨋든 나 없이 하루동안 수지 보느라 고생한 남편에게 오빠 고생했다고, 덕분에 여행 잘 갔다 왔다고 인사하고 어지럽혀진 집을 재빠르게 정리했다.


순식간에 정리를 다 했다. 남편이 어쩜 이렇게 빨리 하냐고 정말 감탄했다. 그러고보니 어질러진 집을 정리하는게 내 일상이 되었다. 매일 정리하는 일상을 지내다보니, 빠르게 정리하는 능력이 레벨업 돼었다.


그리고 내가 여행 다녀온 짐도 바로 정리하고, 남편과 점심으로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러 나갔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여행가서 있었던 일들도 얘기 하고, 남편도 내가 여행 간 사이에 수지와 있었던 일들을 얘기 하는데, 서로의 얘기가 흥미롭고 즐거웠다.


늘 같이 있다가 잠시 떨어져보니, 얘기거리도 더 생기고, 고마운 마음도 더 생겼다.


내가 여행을 편안히 다녀올수 있도록 수지를 챙겨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은 나 없이 하루종일 수지랑 있으며 내가 그동안 고생많았겠구나 하고 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온기가 더 따뜻해졌다. 비가 오고 난 후라 쌀쌀한 날, 뜨끈한 칼국수를 먹고 몸도 따뜻해지고 우리의 대화로 마음도 더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와서는 잠시 산책을 했다.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했는데, 늘 우리의 한쪽손엔 수지 손을 잡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남편 손을 잡고 걸으니 처음 연애할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괜히 더 기분좋고 행복했다.

서로의 손을 잡아준다는 건 참 다정한 느낌이다.


짧은 1박의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엄마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더 없이 행복했고, 여행가서 하고 싶었던 나만의 여유 시간을 가진 로망 실현도 정말 행복했고, 여행을 다녀와서 만난 내 남편과 아이가 더 반갑고 사랑의 온도가 더 높아졌다.


나를 충만하게 해준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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