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운 Nov 01. 2017

테이크아웃컵의 여정 02

재활용 선별장에 가다 

눈 앞에서 사라진 쓰레기들이 도착하는 곳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면 주택가엔 여기저기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인다. 

밤 새 수거차량이 돌고나면 쓰레기는 눈 앞에서 사라지지만, 분리는커녕 엉망 진창 뒤섞인 이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다시 분류되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눈 앞에서 사라진 쓰레기들이 도착하는 곳.

지난 밤, 수거차를 따라와 한가득 쓰레기를 버리고 갔던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했다. 

미리 연락을 드려 약속을 잡았음에도 사무실에 들어가니 직원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당황하신다.

전화드렸던 공장장님을 찾으러 돌아다녀보니 기계를 고치고 계셨는데 더운 날씨와 기계고장에 기분이 몹시 안좋아보이셨다. 이대로 그냥 돌아가야하면 어쩌지…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우리를 챙겨주실 상황은 아닌 것 같아 조심조심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밖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포크레인으로 밀어넣어 파봉작업을 한 후, 레일을 통해 윗층으로 올려보낸다. 소음과 돌아다니는 작업차, 작업 중에 쓰레기 파편이 튀는 정신없는 상황이라 우리가 걸리적 거릴까 염려스러워 조심스럽게 윗층으로 올라갔다.

주택가에서 분리되지 않은 채 수거된 쓰레기는 최종적으로 누군가 '손'으로 분류한다는 이야기에 '설마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2층에서는 그 작업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무척 더운 날씨였는데 선풍기 몇 대에 의존하고 있었고 악취와 파리가 날리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 한숨 부터 나왔다.

음료와 음식물이 든 채 버리지 않았다면 악취와 파리를 줄일 수 있을텐데. 우리가 손을 한 번 덜 대고 버린 쓰레기는 그냥 사라지는게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만큼 다른 사람을 더 고생시킨다.

작업대 라인 위로 쓰레기가 지나가면 지정된 재질을 골라내는 방식이었는데, 쓰레기들이 재질별로 '분류'된다기 보단 그 분들의 손에 잡히는 만큼만 골라지고, 대부분의 양은 그대로 레일을 타고 잔재물로 떨어져 내려갔다.

 다시 여기 저기 둘러보다, 조금 한가해지신 공장장님을 뵙고 궁금한것들을 여쭤볼수있었다.




/ 버려진 다음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처리 되는지 궁금해요.

아파트처럼 분리수거를 잘 하는 곳도 있고, 전혀 하지 않는 곳도 있는데 그렇다면 분리수거를 하는게 도움이 되는건지, 할 필요 없는지 그런게 궁금했어요.

- 공동주택(아파트, 단위 큰 빌라) 는 일단 선별해서 버려요. 아파트 같은데는 페트, 병 따로 분리해서 버리게 되어있어요. 쓰레기도 못 넣고. 근데 단독주택이나 상가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게까지 할 수 가없고. 재활용을 한 번에 버리는데 그 안에 쓰레기가 반이에요. 

마포구에서 들어오는 쓰레기가 대부분 그래요. 아파트에서 들어오는건 폐기물이 발생 수준이 7-8프로 정도밖에 안되지.  주민들이 1차적으로 쓸 수 있는것만 모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그런게 안되고 50% 쓰레기, 30% 재활용 안되는거, 20% 안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 품목을 골라내죠. 그만큼 안좋다는거에요. 그래서 재활용 선별을 잘해주면 좋다는거에요.


/ 한 봉지에 섞어 담으면 된다고 해도 저는 구분해서 버리는 편이거든요. (주택에 살면 한 봉지에 버리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오히려 오늘 보고나니까 이게 다 뒤섞여서 의미가 없겠다 싶은데, 그래도 도움이되나요? 

- 따로 따로 하다보면 ‘쓰레기'는 안들어와요. 주민들이 그렇게만 해준다면. '이건 재활용이다/재활용이 아니다' 이것만 고민해줘도 비율이 확 틀려지는거지. 

그리고 마포구는 상암운동장과 홍대가 끼어있어요. 대학교 주변이 굉장히 지저분해. 음식물 먹고 막 버린다고.

 

/ 음식물 묻어있는건 재활용 못하는거죠?

- 아니요, 되긴 되는데 거기서 악취가 발생하고, 저걸 세척해야하고. 폐수 처리도 해야하죠.

운동장이나 대학교 근처에서 도시락 가져가서 먹는 사람들. 그걸 닦아서 버리는 사람 아무도 없을거에요. 음식물 털어서 버리고, 쓰레기 따로 버리고, 재활용 따로 버리고. 내가 보기에도 그건 어려워. 

근데 가정집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도시락을 시켜먹었으면 닦아서 버리고.

- 집에서 짜장면 시켜서 먹으면 그릇 닦아서 줘요? 그냥 내놓아요?

/ 그냥 내놓죠..

- 나는 닦아서 내놓아요. 그럼 가져가는 사람도 기분좋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있으면 재활용이 잘되요. 

 대부분 그런 마음이 없고, 쓰레기 양만 점점 늘어나는거죠.


/ 아까 보니까 유리 깨지고 그래서 위험하던데, 버리는 사람한테 해주고 부탁하고 싶으신것 있으신가요?

- 병 같은 경우 깨지면 선별이 안되요.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병을 가지고 들어오면 술병은 재활용 분담금이 붙어 따로 내보내요.나머지 병은 3색으로 구분해요. 백, 청, 황. 그런데 깨지면 어떻게 구분해. 

집에서 버릴때는 될수있으면 깨지지 않게 잘 버려주는게 좋죠. 

아파트에서 가져오는건 그 사람들이 유가 상품으로 팔아요. 그냥 가져오는게 아니라 입주자 대표에 돈을 주고 가져와요.단독주택에서는 그거 아니잖아요. 그냥 버리면 되잖아. 그래서 단독주택에서는 그게 잘 안되죠.


/ 선별과정이 궁금한데 작업하시는 분들이 골라내는 품목이 정해져있는건가요? 

- 자기가 맡은 품목이 있어요. 플라스틱 종류가 하나가 아니에요. 한 70여종 되요. 그중에 우리가 사용하는건 10 여가지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폐기물이에요. 

될 수 있으면 정책적으로  그런걸 못 만들게 해주면 좋은데, 우선 원료값 싸고 가공하기 쉬운걸로 하기 때문에. 또,  100 제곱 미터의 작은 소규모 공장은 그런 제재를 안받으니까 그냥 한다고.

위에서 골라내면 아래로 떨어지는 시스템인데 크게 앞에는 페트병. 그건 양이 많으니까 떨어져서 바로 압축이 되고, 나머지는 4종류가 있어요. 이 시스템은 공장마다 다르지만 고르는 품목은 똑같아요. 


/ 저흰 커피 테이크아웃 컵이 궁금하거든요. 그건 재활용되는 품목인가요?

- 그것도 한 종류로만 만들면 선별하기 좋겠죠. 근데 똑같은 모양인데 PET도 있고 PS도 있고 PVC도 있어요.


/ PVC요? 그건 몸에 안좋지 않나요?!

- 뭐 코팅된 개념이니까, 페트는 뭐 몸에 좋아요? (일동 웃음..)

그걸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아요. 아파트에서 나오는걸 처리하는데에는 컴퓨터 자동화기기가 있어요.

우리같은 경우는 자동화기기를 설치 할수가 없어요. 왜냐면 페트는 페트에 대한걸 모조리 다 쏴버리거든.

예를들어 생수 페트병, 딸기팩, 김 담는 작은 용기 그런거 다 페트야. 그거까지 모조리 다 쏴버리거든. 그러면 2차적으로 또 선별해야해. 들어오는 것중에 비닐류가 많아요. 비닐이 30%야. 비닐 안에 페트가 있으면 그것도 쏴버려. 지자체에서는 자동화기기가 안되는거야.


/ 테이크아웃 컵 재질 중에 PET도 있고 여러가지 있는데 그중에 재활용할수 있는건 PET인가요? 

- 지금은 페트만 해요.


/ PS 등은 아예 재활용 할수도 없는거에요?

- 아니. 재활용할수는 있는데  공장에서 안받아줘. 왜냐면 로스가 많이나서. 원래 PS 대표적인게 요구르트인데. 그런게 들어가면 제 기능의 원료가 못나온다고. 공장에서 그래서 못넣게해.

계란판, 딸기팩(시트류라고 부른다. 이하 시트류) 이런건 따로 하는 공장이 있어. 그것도 페트고 생수병 이런것도 페트인데 따로 따로야. 

왜냐면 시트류는 로스율이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분담금이 없어. 그래서 저걸 안하려고하지. 페트병은 생산자가 지급하는 분담금이 있다고. 근데 계란판, 딸기팩. 이런건 소규모 공장에서 하는거야. 분담금이 없는데 원료를 만들때 로스율 많지. 그러니 누가 하겠어요. 인건비는 똑같은데. 이왕이면 돈되는거에 사람을 쓰지.


/ 그럼 선별되지 않고 마지막에 떨어지는건 매립되나요?

- 맨 마직막에 나오는것도 재활용이에요.  시멘트공장이나 제지공장, 염색공장에서 연료로 쓰이는거야.

시멘트 공장이 가장 많이 사용을해. 저걸 가져가서 잘게 파분쇄를 해서 연료로 떼는거야.


/ 그래도.. 플라스틱 태우면 안좋지않나요?

- 글쎄.. 그것 까지는 잘 모르지만 중화시키는 그런것을 만들어 놓겠죠. 비닐같은 경우는 일단 한번 녹여요. 태우면 다이옥신이 발생하는데 살짝 녹여서 중화시키면 다이옥신이 발생을 안해. 


/ 플라스틱컵이 어떻게 처리되어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 추적해보려고하는데요, 컵은 어디로 가나요?

-  컵만 따로 분리해서 할수있는데가 없어요. 

/ 그럼 컵만은 아니더라도 컵이 포함된 것들이 가는곳은요? 

- 우리나라에서는 OO밖에 없어.  그거말고 콜라병같은 용기 페트, 계란판 같은것도 다 OO으로 가요. 거기밖에 없어. 그 시설을 투자한데가.

/ 그럼 다른 선별장에서도 거기로 가나요?

- 다 거기로가요. 예전에는 중국하고 베트남으로 갔는데 지금 중국은 못갈거야. 중국에서 막아서.

/ 그 많은것들이 한 업체에서 한다는게 놀랍네요?

- 엄청 크지

/ 그 곳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거긴.. 안될텐데. 공장에서 싫어한다고. 일하는데 낯선 사람들 왔다갔다하고..


테이크아웃컵을 따라가보겠습니다.

전적으로 그분들의 '손'에 의존하는 시스템. 테이크아웃컵은 골라지기도 하고, 안골라지기도 한다.

2층에서 선별하면 재질별로 아래로 떨어진다.

분류된 시트류(테이크아웃컵과 계란판 등)이 떨어져 모여있다.

압축된 '시트류'

재활용으로 수거되지 못한 '잔재물'들은 소음과 함께 폭포처럼 쏟아진다.

테이크아웃컵은 시트류로 분류되거나 잔재물에 섞이는데, 잔재물은 시멘트 공장 등에 보내진다.



선별장에 직접 와서 든 생각은 “나 하나 분리 배출을 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구나” 였다.

원래 이곳을 방문한 후 분리수거에 대한 가이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분리배출 표시된 과자 봉지나 라면봉지도 비닐에 넣어야할지 일반쓰레기에 넣어야할지 헷갈리고, 애매한 것들도 많아서 직접 와서보고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이드를 만들어 보고싶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시스템과 작업 현장을 직접 보고나서 느낀건 '무조건, 줄여야한다'였다. 

어떻게 분리배출을 잘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줄일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공장장님의 '바램'도 지난번 쓰레기 수거 아저씨에게 들었던 것처럼 나의 생각보다 작고 사소했다. 

'재활용과 일반쓰레기를 잘 구분해달라'

난 애매한 항목들을 어떻게 구분할지, 디테일한 분리 항목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왔지만 작업하시는 분의 요청은 '쓰레기라도 안섞이면 좋겠다는것'. 

그만큼 현실은 생각보다 기본도 안되어있다는 것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