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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운 Nov 11. 2017

테이크아웃컵의 여정 04

지난번 방문한 업체에서 컵지 일부가 섞이는 'MIX 플레이크'의 납품업체 연락처를 받았다. 컵지들의 행방을 말끔히 알수가 없어 힘이 빠지긴 했지만, 'MIX 플레이크'를 사용하는 공장에 방문하면 다음 단계, 그리고 최종 재활용된 제품을 볼 수 있겠지. 들어간 비율이 적기 때문에 최종 제품이 테이크아웃컵(컵지)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소개받은 곳은 포천에 있는 업체였다. 서울과 별반 다를것 없는 아파트 동네를 지나자 갑자기 한산한 변두리 지역이 되었고 작은 공장들이 여럿 있었다. 미리 연락드렸던 대리님과 회의실에서 미팅. 

석유에서 처음 만들어진 순수 브라이트 플레이크를 비롯하여 전체적인 재활용 과정을 듣고, 우리가 궁금한 부분을 문의드렸다.

테이크아웃컵이 섞여있는 'MIX플레이크'의 재활용 과정을 보고싶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이 공장에서는 'MIX플레이크'는 취급하지 않으신다고한다!

분명히 MIX플레이크 납품되는 업체를 알려달라 했고 알았다며 알려주신 곳인데 뭐가 잘못된건지..

'MIX플레이크'도 있긴 하지만 퀄리티가 낮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주로 A급과 초록색(사이다페트)을 사용한다고. 이 업체는 색을 내는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A급 투명 플레이크에 안료를 넣어 다양한 색의 섬유(화이바 라고 부름)를 만들고, 초록색 플레이크는 검은색 안료를 섞어 저가 화이바를 만든다. 

MIX 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에 너무 아쉬워하니,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방식이 다를게 없으니 그냥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신다. 

우린 과정이 궁금하다기보단 '추적'을 하고싶은건데.. 열심히 따라왔는데 어디로 새버리고 없단 말인가... 

믹스를 사용하는 다른 업체를 물어보기도 했으나 아는 곳은 없으셨고, 퀄리티가 떨어져 잘 안쓸거라 하신다.  믹스로 분류되는 플레이크가 있긴 하지만 잘 사용되지는 않는듯 했다.

보관중인 플레이크들을 보여주셨다. 왼쪽부터 믹스(분류되지 못한 나머지것들), 투명(A급), 녹색(사이다)


'믹스' 퀄리티가 안좋은 이유는 컵지가 섞였기 때문일까?

분명 믹스(잡색)로 분류해서 만드는 플레이크가 있는데 퀄리티가 낮아서 잘 쓰지는 않는다니.. 

여러 색이 섞였을 뿐인데 왜 그렇게 퀄리티가 떨어지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컵지에는 PET, PE,PP등이 여러 종류가 있으니 그런것들이 혼합되어 믹스 퀄리티가 안좋아지는걸까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이시다. 

“ 여기 PET말고 다른것 들어가면 저희 큰일나요!”

“네? 조금도 섞이면 안되나요?” 

“ 절대 안되죠.”…… 

“OO에서 컵지를 걸러내 믹스로 넣던데요, 컵지는 PET말고도 다른 재질도 있으니 섞일 수 있잖아요” 

“OO에서 그걸 다 선별해낼거에요. PET말고는 들어가면 안되요”

내가 못미더워하는 표정을 짓자 그 자리에서 OO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확인시켜주셨다.

“- 과장님, .. 걸러내는거 맞죠?” (그렇다는 대답)

그렇다면… 컵지에 섞여있던 PP와 PE 등의 다른 재질은 어떻게 되는거지??

OO에서 컵지들을 재질별로 세밀하게 선별하는 과정을 말씀해주시진 않았는데, 아무튼 PET 외 재질은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하니 수선별 과정에서 선별을 하거나, 그게 곤란하여 대체로 빼버리거나 하는듯하다. 

그렇다면 골라진 PP나 PE 등은 어떻게될까?

대리님은 PP 재활용 업체에 다시 팔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중 다시 PP를 걸러내어 따로 판매하기 보다는 재활용선별장에서의 잔재쓰레기 처리 방식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잘게 부서진 플레이크로 화이바(섬유화) 만드는 과정 

OO 공장에서 최종 납품 상태였던 마대에 담긴 플레이크들이 '섬유화'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

초록색 플레이크에 검정 안료를 넣어 검은색으로 만든 모습
(투명이 아닌 다른색들은 모두 검정을 넣어 어두운색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플레이크에 뜨거운 열을 가해 녹이고, (솥뚜껑 처럼 생긴 뚜껑을 열면 아래 플레이크들이 있음)

반대쪽에서 굉장히 부드럽고 가는 섬유로 뽑아져 내려온다.

가는 실들을 뭉쳐 실타래처럼 만드는 모습. 

이 곳에서의 최종 결과물. 부드러운 솜 형태인데 다음 공장으로 넘어가면 이 솜들로 부직포를 만든다.



선별장에선(02) 컵지의 일부는 선별되고 일부는 잔재물로 처리되는걸 보았다. 일부지만 선별되어 모아진 컵지들이 가는 공장에 어렵게 찾아갔으나(03) 그 곳에선 다시 골라내지거나(골라낸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듣지 못했다) 가장 퀄리티 낮은 '잡색'으로 보내지는걸 확인했다. 애물단지 취급받으며 골라내어지는걸 보며 이럴거면 전단계에서 왜 선별되어 이곳으로 보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일부라도 섞여들어가는 '잡색'플레이크가 가는 공장에 찾아왔으나 똑같은 상황이었다.

납품된다는 공장에 찾아왔는데 '잡색'플레이크는 퀄리티가 떨어져 사용하지 않는다니..!

이럴거면 버리지 잡색 플레이크는 왜 따로 모았나 싶은 의문이 또 생긴다.

혹시 OO공장에서 업체를 잘못 알려주신걸까.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단계 단계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컵지들의 행방이 묘연하기만 하다. 

확실한건 테이크아웃컵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는것. 재활용마크가 있고 선별장에서 일부 선별하긴 하지만 '유효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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