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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23. 2021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앵커스토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앵커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을 대표하는 앵커기업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현재로서는 전국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골목상권을 등에 업어야 한다. 골목상권을 개척하고 활력을 뒷받침하는 앵커스토어가 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의 기업은 건축 자원, 커뮤니티, 동네와 거리문화, 도보와 대중교통 접근성 등 지역단위의 특색과 자원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앵커스토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혁신성, 지역성, 문화성을 기반으로 유동인구, 기반시설, 구심점, 정체성 등 다양한 상권 공공재를 제공하는 상업시설이다. 전통적인 F&B 산업은 전국 각지에서 이미 많은 앵커스토어를 배출했다. 강원도 강릉 지역의 현황만 봐도 앵커스토어의 기여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뜨는 상권의 중심에는 예외 없이 그 상권을 견인한 앵커스토어를 지목할 수 있다. 포남동의 빵다방, 초당동의 툇마루와 순두부젤라토, 명주동의 오월과 봉봉방앗간, 홍제동의 버드나무브루어리, 강문해변의 카페폴앤메리다.



콘텐츠 기반의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에서도 앵커스토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상하는 콘텐츠 기반 앵커스토어는 공통적으로 공간 기획, 문화 기획, 공간 비즈니스, 옴니채널 등 다양한 혁신을 통해 오프라인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 동시에 지역정체성을 기반으로 지역상권의 대장주와 플랫폼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문화 중심지가 되려는 열정이다. 앵커스토어는 모두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공간 기반 앵커스토어는 공통적으로 공간 디자인과 기획을 통해 주민과 파트너를 모은다. 공간은 주민과 주민을, 주민과 고객을, 지역과 기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문화재, 공공건물, 공공미술, 자연 기념물 등을 공간으로 확보하면 확보 즉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자연적인 랜드마크를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지리적으로 편리하고, 장소성이 강한 지역에 도서관, 공연장, 체험장이 포함된 상업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공간과 장소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는 로컬 기업도 오픈 계단, 서가, 루프탑, 빈티지를 통해 지역의 거리, 자연, 지식, 역사와 소통하고 지역의 스토리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공간 디자인 모델의 핵심은 공간을 통해 동네와 지역의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연결하는 일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면 작은 기업도 공간을 통해 앵커스토어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대기업과 경쟁해 지역 시장의 앵커스토어로 자리 잡으려면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 정체성, 지역기반, 지역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로컬 브랜드를 수집해 판매하는 로컬 브랜드 편집숍, 지역브랜드가 참여하는 팝업 스토어와 축제, 공동 판매, 공동 작업과 제작 등 로컬 브랜드 간 협업, 로컬 창업자를 육성하고 로컬 창업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창업 인큐베이터 등의 방식으로 로컬 콘텐츠를 개발한다.


공간 창업자가 앵커스토어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지속가능성이다.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역자원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복사가 어려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상권을 기업 브랜드의 일부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지역상권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일정 수준의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만이 가능하다. 앵커스토어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도 앵커스토어 추구를 불가피하게 한다. 지역상권에 공공재를 제공하고 명성을 안겨주는 기업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브랜드로 인정받는다.


현재 한국과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앵커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지역특화 모델과 새로운 유형의 로컬 플랫폼 모델이다. 복합문화공간, 공간 디자인, 로컬 콘텐츠, 커뮤니티 비즈니스, 골목길 기획 등이 로컬 플랫폼이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역특화 모델

전통적으로 독립기업은 가격, 서비스, 생산방식의 차별화로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와 경쟁했다. 관료적이면서 전국적인 구매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로컬 기업만큼 로컬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없다. 예컨대 산지와 도매상 접근성이 좋은 로컬 과일 가게는 대기업보다 빨리 신선한 과일을 매장에 선보일 수 있다. 광주의 무등산브루어리처럼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생산방식을 차별화하는 것도 지역특화를 활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역특화를 경쟁력으로 삼는 독립기업은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을 추구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타 지역으로 진출할 유인이 적다. 역으로 말하면 타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지역에서 독점 기업으로 남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카이 요코는 어느 한 지역에 집중해 그 지역의 넘버원이 되고 타 지역으로 진출하지 않는 전략을 도미넌트 전략이라고 부른다.


도미넌트 전략으로 대전의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 잡은 기업이 바로 ‘성심당 ’이다. 대전에만 집중하는 성심당은 다양한 매장을 원도심의 한 거리에 집적시켜 그 거리를 성심당 거리로 만들었다. 대전 원도심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사업을 추진할 뿐 아니라 유동인구, 건축 랜드마크, 지역 자부심 등 대전 원도심에 필요한 공공재를 제공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서울 연희동의 사러가쇼핑센터를 들 수 있다. 연희동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러가쇼핑센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백화점, 할인마트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독립 슈퍼마켓이다. 연희동 골목상권은 주차장, 유동인구, 문화 상징성 등 다양한 공공재를 제공하는 사러가쇼핑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성심당과 마찬가지로 사러가쇼핑센터도 연희동으로 진출한 후 타 지역 시장으로 진출하지 않는다.


로컬 플랫폼 모델

로컬 비즈니스의 최신 키워드는 연결, 만남, 그리고 커뮤니티다.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 생산자, 사업자가 만나고 연결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플랫폼 전략이 확산된다. 오프라인 특성상 하나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지배하기 어렵다. 마이크로 타운, 커뮤니티 호텔, 복합문화공간, 로컬 편집숍, 상권개발 등의 다양한 방식이 사용된다. 로컬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업종을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단일 업종으로는 로컬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마이크로 타운: 가장 야심적인 로컬 플랫폼 모델은 마이크로 타운, 즉 도시 안에서 자생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작은 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산의 RTBP, 연희동과 연남동의 어반플레이, 목포의 괜찮아마을 등 전국의 여러 로컬 크리에이터가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청년들이 일, 주거, 놀이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데 필요한 공간과 콘텐츠를 개발한다.


커뮤니티 호텔 •커뮤니티 비즈니스: 포틀랜드의 에이스호텔이 커뮤니티 호텔이다. 스타벅스가 한 골목을 살린다면, 에이스호텔은 한 지역을 살린다고 할 정도 파급효과가 큰 기업이다. 이 호텔은 처음에 입지를 선정하고 건축할 때부터 지역의 예술가와 크리에이터와 협업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한번 호텔을 기획하고 입주하는데 평균 5년이 걸린다. 완공한 후에도 지역 독립브랜드와 계속 협업하고 호텔 라운지를 객실 손님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도 공개한다. 호텔을 지역브랜드와 협업하고 지역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거나 지역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서도 로컬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에 공공재를 제공하는 개인 기업도 커뮤니티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창업하는 도시재생 스타트업,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 호텔, 지역주민에게 모임과 교류의 장소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카페 등이 현재 부상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운영자의 전성시대’가 소개한 부여 세간 자온길, 부산 이바구캠프, 서울 핏플레이스, 춘천 썸원스페이지 모두 주변의 다른 운영자와 협력해 매력적인 로컬 씬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가치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기반 앵커스토어다.


복합문화공간: 단일 매장으로 조성되는 복합문화공간에는 매장 공간과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카페가 인기다. 매장에 카페를 설치하는 트렌드는 서점에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갤러리, 옷 가게, 편집숍, 코워킹 스페이스, 세탁소, 바버숍 등 리테일 전 업종으로 확산됐다. 모델 확산 효과도 크다.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세탁소 카페 모델은 전국적으로 일반적인 세탁소 운영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만남을 유도하고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도 다양해진다. 소규모 독립기업도 카페뿐 아니라 체험장, 행사장, 공연장을 매장에 추가한다. 연희동 연남장, 합정동 취향관, 서교동 로컬스티치, 신촌 만인의꿈 등은 모임, 행상, 전시 등의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로컬 편집숍: 지역브랜드를 편집해 판매하는 매장이 로컬 편집숍이다. 선진국 도시에서는 “포틀랜드 메이드(Portland Made)”, “메이드 인 포틀랜드(Made in Portland)” 등 ‘우리 도시 제품 상점’으로 운영된다. 길게는 지역의 50년 이상 된 브랜드를 편집해 소개하는 기업인 일본의 디앤디파트먼트 (D&DEPARTMENT)도 새로운 유형의 앵커스토어다. 47개 일본 도도현에 매장이 있는데 서울에도 지점이 있다. 한남동 서울 매장은 아피스 만년필, 모나미 펜, 말표 구두약 등 한국의 오랜된 디자인 제품을 소개한다. 국내에서는 로컬 참기름, 마늘 소금, 명란 등 지역의 장인 제품을 수집해 서울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연남동의 연남방앗간, 제주 서귀포 사계리 지역의 가게와 브랜드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의 장인 제품을 수집하고 판매하는 사계생활, 시흥 월곶동에서 로컬 농산물과 지역 소비자를 연결하는 빌드의 팜닷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권개발: 동네를 새롭게 ‘창업’하는 골목길 개발회사도 늘고 있다. 1세대 기획사는 <신동엽의 신장개업 >, <백종원의 골목식당 >모델로 개별 가게를 리모델링해주는 사업이다. <신동엽의 신장개업 >은 1999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이며 <백종원의 골목식당 >은 가게 하나가 아니고 한 지역의 여러 식당을 리모델링한다. 개별 상점 리모델링으로 골목길을 살릴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골목길 자본론 》은 골목상권의 6개의 성공 조건으로 C-READI를 제시하는데, 정부가 골목상권의 육성을 원한다면 C-READI 전 영역에 기여해야 한다. 즉, 골목길의 문화자산을 확충하고,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골목 창업을 지원하고 필요 인력을 훈련·육성, 골목길 연결성과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며, 골목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C-READI 원칙은 골목길을 기획하는 민간 사업자에게도 적용된다. C-READI 전 영역에 기여하는 프로젝트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 경리단길 주식회사 장진우, 용산 열정도 청년장사꾼, 익선동 익선다다 등이 동네길 전체를 기획한 2세대 기획사다. 강릉 더웨이브컴퍼니, 속초 소호 259, 공주 봉황재, 연희동 어반플레이, 시흥 월곶 빌드, 부여 자온길,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순천 브루웍스는 콘텐츠와 커뮤니티 기반으로 지역상권을 활성화한다.


앵커스토어는 모두 하나의 공간을 넘어 동네 전체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대기업이나 이들에 대응해야 하는 독립기업도 다르지 않다. 지역상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네 매니지먼트 컴퍼니 모델을 실천하는 연남동 어반플레이, 군산 주식회사 지방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앵커스토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C-READI = Culture_문화자원, Rent_저렴한 임대료, Enterpreneurship_뛰어난 창업자, Access_접근성, Identity_지역만의 정체성



대기업과 앵커스토어의 상생

독립기업이 앵커스토어로 자리 잡으면 대기업과 동등하게 협업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로컬 브랜드와 상생해 로컬 정체성을 부각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로컬 푸드, 지역 식가공 브랜드, 지역 맛집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이마트, 오픈마켓과 오프라인 파트너스퀘어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네이버, 제주 탑동 매장에 제주 디자인 상품 편집숍을 입점시킨 올리브영, 지역 음식점의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제주신라호텔 등이 있다. 다양한 스몰 브랜드로 상업 공간을 채우는 부동산 개발회사 OTD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공간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대기업이 매장의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로컬 브랜드를 지원하고 이들과 협업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상생이 아닐까?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PB상품의 생산을 중소기업에 위탁하는 것은 피상적인 상생 방식이다. 로컬 지향 시대의 대기업은 협업할 로컬 브랜드가 부족한 지역에서 직접 로컬 브랜드를 육성할 정도로 로컬 자원을 중시할 것이다.


종합하면, 앵커스토어 개념은 골목상권의 성공 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공한 앵커스토어가 지역상권을 활성화한다면, 앵커스토어는 결국 자신의 상권이 C-READI 조건을 만족하도록 기여하는 기업이다. 가게 스스로가 문화자원과 기업가 정신을 창출하고, 공간과 접근성을 개선하며, ‘착한 가격’으로 지역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다. 앵커스토어의 C-READI 전략, 즉 지역상권의 C-READI 조건에 대한 기여는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뿐 아니라 문화성, 창의성, 공유가치, 커뮤니티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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