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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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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an 19. 2018

(2)영국으로 전입을 신고합니다

기타의삶 두 번째, 영국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이용해 영국에서 머물렀던 일년 반.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일들을 겪으며 천천히 스며드는 여행인 듯 삶인 일상의 기록을 담습니다.



1.

대학교 4학년 때 생애 처음으로 '자취방'이라는 것을 얻었다. 학교 왼 켠에 조그마한 쪽문을 지나 삼분 남짓을걸으면 보이는 주택가에 어딘가 모르게 낡아 누군가 잰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노라면8평 남짓한방에 지진이라도 난 듯 울림이 느껴졌던 작고 오래된 방이었다. 그 때 처음 내 손으로 전입신고라는 것을했다. 나와 같은 성을 지닌 아버지의 이름 아랫줄을 차지하는 한 명의'세대원'이던 내 이름 앞에 '세대주'라는 단어가 생겼다. 평생 부모님과 함께 살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갔을세상살이의 경험이었다.


2.

독일에서의 전입신고는 까다로웠다. 살고 있는 집이 위치한 소재지의 시청에 찾아가 대기표를 뽑고순번을 기다리고 1:1로 담당자와 마주앉아 신고서를 작성하고 전산등록을 마쳐야 했다. 시청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문을 닫고 건물 밖으로 나오는 데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안멜둥(Anmeldung)이라 쓰여진 종이를 받는데 그 서류를 가져야지만은행에서 신규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




영국은 어떨까.


3.

글쎄. 영국에서의 전입신고는 특별한 게 없다. 기간이꽤 걸리지만,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영국은 일명NI넘버, 네셔널 인슈런스 번호(National Insurance)를 발급받으면 된다. 이 번호가있어야지만 은행에서 계좌를 발급받고, 취업을 할 때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으니 발급을받는 것부터가 시급했다.


전화로 Job Centre에 NI번호 발급을 신청한다

집으로 서류가 도착하면 빈칸을 채우고 추가 서류와 함께 우체통에 넣는다

NI번호가 적힌 서류가 우편으로 도착하는 것을 기다린다 


말이 쉽다.

나는 수 차례 시도 끝에 NI넘버 발급 신청에 성공했다. 기본적으로NI넘버는 영국의 잡센터(Job Centre)에서 신청을 받고 있으며 유선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하루는 계속 통화 중이고 모든 라인이 바쁘다고 기다리라고만하고 시간만 가길래 실패. 또 하루는 전화했더니 상담 시간이 아니라고 안내 메시지가 나오길래 확인하니 월-금 08:00-16:00 ...그래서 또 실패. 마지막으로 전화했더니 연결은 되나 2번이 끊어져서 애꿎은 통신비만 낭비하고 세 번째에야 성공할 수 있었다.


통화 도중에 전화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끊어져도 다시 전화가 온다든지 하지 않는다. 다시 전화를 하더라도 같은 직원이 받지 않으며, 또 다른 직원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 신청을 진행해야 했다. 통화가 연결될 때마다, 랜덤이니 매 번 다른 직원들과 통화를 하게됐다. 앵무새처럼 마냥.




4.

잡센터 0345 600 0643으로 전화해서 안내 멘트를 듣고, 2번을 누르고 다시 1번 누르면 일정 신호음이 연결되었다가 직원이 받으면 그제서 신청이 가능하다. 그리고는 잡센터(Job Centre) 담당자의 질문이 한동안 이어지는데 복잡한 것은 없고 단지 절차상의 형식적인 내용뿐이었다.


1) 영국에 살고 있니?  -> YES

2) 왜 NI 넘버를 받고싶어 하니? -> For getting a job in UK

3) 국적이 어디니?  -> South Korea

4) 다른 국적이 또 있니? -> Nop, only southKorean

5) 생일이 언제니? -> ddmmyyyy

6) 성이 뭐니(Surname) -> My family nameis XXX

7) 이름이 뭐니(Firtname)  -> My first name is 000

8) 비자는 어디서 받았니? -> VISA was issued inMANILA

9) 비자는 언제부터 유효하니? (또는 언제까지 유효하니) -> from ddmmyyyy/ expired till ddmmyyyy

10) 비자는 영국에서 업데이트 된 적 있니? -> Nop

11) NI 넘버 받아본 적 있니? -> Nop

12) Miss니 Mrs니? ->Miss

13) 집 주소 알려줄래? -> ooooooo and Postcode is xxxxxx

14) 전화번호 알려줘 -> xxx xxxx xxxx


잠시 뒤에, 레퍼런스 번호 알려줄테니 끊지말고 기다려라는 말과 함께 연결음이 30초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는 다시 연결되어 "레퍼런스 번호"알려주고, 그리고 7-10일 후에 JobCentre로부터 서류를 받으면 작성해서 다른 서류랑 같이 보내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5.

나는 영국에 도착한지 열흘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토종 한국인의 귀와 철저히 한국식 토익에 길들여진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내가 10여분 동안 이어지는 영국식 영어 발음을 이해하는 건작지 않은 도전이었다. 15파운드의 선불 충전한 통화량을 모두 소진하고 나서야 통화는 끝이 났다. 휴대폰을 내려 놓고도 십여 분은 온 우주의 기를 모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집중하느라 멍해진 정신을 치유하기 위해 그저 멍하니 앉아 있어야만 했다.


6.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야 몇 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다.

통화료가 어마 무시하다. 세 번의 시도가 실패했기에 그 와중에도 자동응답안내를 들을 때도 통화비는청구가 되었다. NI넘버 발급을 신청하는 도중에 전화가 끊어질까 애가 닳았다. 또 이름이나 주소 등의 스펠링을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일명 어브리비에이션(축약어)를 사용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펠링 다시 불러달라거나 할 때, 예를들어, KIM 이면 'K' for Kilo, 'I' forIndigo, 'M' for Mike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담당자가 내 NI넘버 신청과 관련된 레퍼런스 넘버를 불러줄 때 기재해두고 Can I check a reference number again? 라는 말과 함께 내가 받아 적은 번호를 불러서 확인 해두는 게 필요했다. 서류가 도착하지 않거나 문제가 생기면 0845 641 5008로 전화해서 서류 배송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때 이 레퍼런스 번호가 필요하다.




7.

어렵사리 전화로 NI번호 발급을 신청한 날로부터 열흘 가량이 지나 서류가 도착했다. 영국의 공식 문서는 대문자로 기재한다기에 나는 대문자로 서류 상의 빈칸을 채우고 비자 사본과 여권 사본을 함께 동봉하여 서류와 함께 보내졌던 반송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었다. 그리고는2주를 기다려 영문과 숫자 9개가 조합된 나의 NI번호가 적힌 서류를 받아볼 수 있었다. 


이렇게, 쉽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전입신고가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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