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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까치 Dec 09. 2017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만 당신에게

책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날까"


책 소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을 꺼내 들었던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다들 엄마와는 퉁명스럽게 전화를 하게 되는 건지 저도 그 까닭이 궁금했거든요. 직장동료든 친구든 옆에서 통화하는 소리를 듣게 될 때면 그게 엄마와의 통화라는 걸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그 말투에 묘한 퉁명스러움이 섞여있기 때문이지요. 어딘가 귀찮은 듯한 내색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가득한 안부. 그 상대는 왜 꼭 엄마일까요? 이유가 있는걸까요?



책 쓴 사람

김반아 박사와 박범준 편집장

 김반아 박사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육철학 박사를 수료한 감성치유사입니다. 그녀는 특히 한국사회의 독특한 모성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박범준 편집장은 부모님의 인생을 기록하는 자서전 '기억의 책' 편집장입니다. 제주도에서 바람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군요.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날까

 꼭 엄마와의 전화통화에는 퉁명스러워지는 이유가 뭘까요. 돈은 잘 모으고 있니, 결혼은 언제할거니 하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일까요. 사실 따지고 보면 엄마는 내 걱정해준 것뿐인데, 그 얘기가 그렇게 듣기 싫었을까요. 매번 전화를 끊고 나서야 너무 심하게 말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다음에 통화를 하면 똑같이 받게 되지요.

 엄마는 참 복잡 미묘한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가엾다가도 세상에서 제일 미련해보이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가도 세상에서 제일 얄밉습니다. 그래서 하하호호 떠들다가도 버럭 짜증도 내게 되고, 그런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 엄마와 자식 간의 관계란 이럴 수밖에 없는 건지, 아니면 어딘가 잘못된 것인지 그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 날까>는 엄마와 자식 간의 꼬여버린 감정의 실타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실타래가 애초에 왜 꼬이기 시작한 것인지, 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인지 말하지요.
 먼저 실타래가 헝클어지기 시작한 이유는 ‘일방적이고 하향적인 방식’ 때문이라고 꼬집습니다. 부모 자식의 관계라는 게 다 그렇지요. 부모는 자식을 훈육하고, 자식은 부모를 따르는 것이 미덕입니다. 어떻게 보면 일방적이고 하향적이 될 수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감정이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모 대 자식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언뜻 듣기에 너무 도전적인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결국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니라 남남으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엄마가 들으시면 섭섭해 하시겠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이 자식을 어떻게 키웠는데요. 하지만 가족주의의 끈끈함 뒤에는 개인의 무시라는 약점이 있는 것 역시 모른 척 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자식의 감정까지 고려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결혼은 언제하냐, 공부는 왜 안하냐, 일단 쏘고 보지요. 온갖 짜증이 섞인 말투로 계속해서 말입니다. 


감정줄을 끊어라


 이 책에서는 그런 잘못된 관계를 만드는 것을 '감정줄'이라고 개념화합니다. 감정줄이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감정으로 챙챙 옭아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었듯 부모가 결혼해라 공부해라 잔소리를 하면서 자식을 고통스럽게 하는 겁니다. 반대로 자식은 부모에게 결혼자금이나 학비를 대달라며 손 벌리면서 부모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지우고 있는 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는 늘 잔소리를 하며 감정줄로 딸을 칭칭 감습니다

 ‘감정줄을 끊어라.’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목표입니다. 밀고 당기는 감정줄에서 풀려나 온전히 자유로운 영혼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도반이 된다'라고 표현하는데, 불필요한 감정적인 소모가 없이 온전히 서로를 위하는 데에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존중'입니다. 감정줄을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가족을 옭아매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부모이니 자식의 영역에 대해 아무렇게나 간섭하고 들락거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나는 자식이니 부모의 어깨에 아무 짐이나 얹어도 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프라이버시가 있습니다. <프라이버시의 철학>의 저자 이진우 교수는 프라이버시의 진짜 가치는 ‘개인의 자유’에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은 행위의 주체로써 간섭받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서양은 일찍부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이 있었지만, 동양에는 그보다 장유유서의 가족윤리가 뿌리 깊게 내려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개인주의적 문화를 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왔지만, '개인주의'에는 오히려 '존중'이 있습니다. 상대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지요. 각자의 영역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양인들은 ‘쿨’합니다. 딱히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도 관대합니다. 저도 처음 해외여행을 갔다가 묵었던 호스텔에서 속옷 바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서양 여자들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내 속옷을 다른 사람이 보든 말든 그건 그렇게 별일이 아닌 겁니다.

 말했듯 동서양이 이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문화의 탓이 큽니다. 이 책에서는 그 문화의 차이를 언어로써 설명합니다. 존댓말과 반말로 상하가 명확한 우리말에서 경직된 갑을 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반말도 다시 세분화되어 친근한 반말과 무례한 반말로 나뉜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문화에 굉장히 복잡한 갑을 관계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이를 테면, 자식이 엄마에게 반말을 할지언정 '엄마, 밥 먹었어?'라고 말하지, '엄마, 밥 먹었니?'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둘은 뉘앙스가 아주 다르지요. 둘 다 반말임에도 불구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후자와 같이 말해서는 안 됩니다.

둘 다 같은 반말인데, 싸가지가 다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


 결국 우리에게는 개인주의가 필요합니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런 개인주의는 '무관심'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개인주의를 고독사와 같은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폄하하지만, 상대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과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이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요. 존중과 관심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프라이버시의 존중이 필요한 것은 연인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에게 무한한 헌신과 희생을 멋대로 요구하고, 질투와 집착을 사랑의 필수요소라고 착각하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감정줄로 상대를 칭칭 감는 약한 인간의 변명이지요.

김반아 박사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그녀는 엄마와의 감정줄을 정리하기 위해 서로를 각자 정한 '호'로 부르며 존대를 하기로 했답니다. 그녀는 그녀의 엄마를 '일선 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엄마 '일선 님'도 그녀를 호로 부르고 존대를 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제안한 김반아 박사도 대단하지만, 그 제안을 수용한 그녀의 어머니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둘은 서로가 이제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꼬여버린 해묵은 감정선을 끊고 존재 대 존재가 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적응이 돼서 서로를 존재로서 존중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잘 챙겨주게 되었다고 증언합니다.
 
 참 관계란 게 쉽지가 않습니다. 더 사랑해야 하는 존재에게 오히려 막 대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상하게도 엄마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건 상대를 당연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하니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세상에 내게 당연한 존재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래야 엄마도 엄마로서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당신도 자식으로서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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