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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까치 Dec 25. 2017

늘 연인에게 서운하기만 한 당신에게

내 사람이다 - 곽정은


책 소개

사람 사귀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있을까요. 내 일도 챙기기 바쁜데 남의 일까지 챙기는 헌신을 보이지 않으면 결코 순탄치 않으니 말입니다. 연인관계가 특히 그렇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관계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절망하거나, 내 욕심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상대가 야속하다면 관계라는 것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봐야 합니다. 과연 내가 요구하는 것들이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이기적인 욕심이었는지 말입니다.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그 생각들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책 쓴 사람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더 많이 유명해졌습니다.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덕분에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그만큼 안티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녀 스스로 했던 말이 그녀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비난을 받는 경우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가진 모든 통찰을 모순으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에게 손해인 듯 싶습니다. 아무리 실언을 했다고 해도 그녀의 말에는 분명 힘이 있거든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당신께서 바라는 이상적인 연인이란 어떤 것인가요. 초코파이 CM송처럼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아는’ 관계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같은 것을 보고서 같은 생각을 하는, 그런 관계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요. 아니, 과연 그런 관계가 존재하기는 할까요.

분명 완벽한 관계는 없을 겁니다.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그 어떤 관계도 매번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겠지요. 어쨌든 말로써 의사를 전하고, 서로 조율하는 것은 관계에서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연인 관계에서 조율이 어찌 순탄하기만 할까요. 말하지 않은 것을 독심술로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연인이겠지요.

독심술에 대한 뻔한 레파토리


연인들이 다투는 이유는 대개 이것이지요. 연인은 서로를 소유하고 컨트롤하고 싶어 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따지고 보면 거의 깡패나 다름없습니다. 상대를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니 말입니다.
 
이런 마찰이 점점 커지며 사회적 공감을 얻어가게 되면, 왜곡된 성 패러다임 안에서 서로를 적대시하게 됩니다. 김치녀니 한남충이니 하는 싸구려 언어를 써가면서 서로를 비하하는 지금의 세태가 그렇습니다.

이는 각자가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만 주구장창 늘어놓습니다. 남자가 이래야 하는 것 아니냐, 여자가 저래야 하는 것 아니냐, 한껏 요구하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대체불가능'이라는 연인의 한계


이번에 소개할 책은 관계 안에서 만연한 뻔뻔한 요구에 대해 다룬 <내 사람이다>입니다. 저자인 칼럼니스트 ‘곽정은’은 이제는 어쩌면 방송인으로 더 유명합니다. 불필요한 부분에서까지 괜히 날카로워서 엄한 곳을 헛찌르는 구석이 있어 좋아하는 타입은 아닙니다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내 사람이다>는 제목처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연인과 친구, 직장과 일상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미묘한 통쾌함을 선사하지요. 그의 글에서 동조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인간관계에 대한 근본적 전제입니다. 바로 ‘모든 인간관계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연인관계도 마찬가지지요. 어떤 연인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연인관계에는 그 어떤 관계보다 강한 소유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소유욕이 활활 타오를 때에는 타협이란 없습니다. 무조건 ‘내 맘대로!’를 외치게 되지요. 

연인에 유별난 소유욕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체 불가능함’에 있습니다. 친구는 여러 명이기 때문에 한 친구가 퇴짜를 놓으면 다른 친구를 부르면 됩니다. 하지만 연인은 그럴 수 없습니다. 연인은 친구와는 달리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단 하나의 존재에게서 거절을 받는다면,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절망에 빠지게 될 겁니다.
 

차라리 이러면 나을까...


연인에게는 ‘대체 불가능’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언제나 조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연인이 바라는 것은 조율이 아닙니다. 무조건 자신에게 맞춰주기를 바랍니다. 어떤 연인은 단순 취향을 넘어서 가치관에 대한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요구하는 이유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맞춰주면 사랑은 진행형이고, 맞춰주지 않으면 사랑은 식은 겁니다. 기념일을 챙기고, 크고 작은 감동들을 연출해 낼 때 비로소 사랑을 느낍니다.


오빠의 변신은 무죄 


하지만 그런 곳들에서만 사랑을 느끼길 원한다면 그 사랑은 분명 시한부일 겁니다. 상대가 기꺼이 그런 수고를 감내하면서 요구에 부응한다고 해서 그게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한참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그것은 단지 사랑에 취해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취기가 가실 즈음에 ‘오빠, 변했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그 오빠는 실제로 변했습니다. 연애 초반에 비해서 무심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오빠는 변한 게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입니다. 이제는 한참 긴장된 사랑은 계속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연애 초기에만 가능했던 사랑입니다. 

이런 건 길게 가는 법이 없다


처음에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던 신비감 넘치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잦아듭니다. 그리고 그것과는 새로운 사랑이 자리 잡게 됩니다. 그것은 훨씬 더 편안한 사랑입니다. 쉽게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누군가는 이것을 가족애, 정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지만 엄연한 사랑입니다. 오히려 더 사랑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사랑입니다.
 
이 변화가 맘에 안 든다면, 언제까지나 설레는 감정만을 원한다면 남는 것은 비극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초반의 풋풋한 감정도 좋지만, 관계의 유한성을 알고 덤덤히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연애는 너무 이상적인 욕심일까요. 친구가 아닌 연인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 인격체로서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기꺼이 서운함을 감내할 줄 아는 관계는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요.

그런 관계는 마냥 내키는 대로만 하는 이기적인 연애가 아닐 겁니다. 서로에게 실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감사할 줄 아는 아주 단단한 연애일 겁니다. 연인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소유물이 아닌 독립적 인격체로써 인정하는 연애, 그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사랑이 아닐까요. 


연인 전에 개인


건강한 사랑은 칼럼니스트 곽정은의 말대로 ‘모든 것이 다 맞는 관계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될 겁니다. 너무 기대하지 않고, 너무 의지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사실에 서운한 마음이 든다면 이미 당신은 그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인 전에 개인이다. 명심하자.

소중한 사람이라면 소중히 대해주는 것이 관계의 기본일 겁니다. 그것을 망각한 채로 편한 사람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고 뻔뻔하게 상대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되겠지요. 

어쩌면 이미 상대는 그런 부담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눈치채지 못한 새에 이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어그러져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니까요. 한 번 솔직한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툭 까놓고 상대에게 부담을 줬던 것이 있는지 묻는 겁니다. 아예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터놓고 조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좋은 관계는 그 어떤 것도 주지 못하는 안정감과 행복을 선사합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힘이 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견디게 되는 법입니다.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상대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나만을 위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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