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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May 19. 2023

베터라이프와 베스트라이프

삶은 진행형이다.

나이가 들면 삶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인다. 살아 온 시간이 나름 짧지 않으니 많은 것을 쌓아 왔고 그것들이 머리 속 생각의 무대에 자주 등장한다.

초등학교 시절, 셜록 홈즈와 루팡을 탐독하던 일,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어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학교 앞 대여점에서 주말에 읽을 책을 골랐다. 그리고는 주말 내내 그 책을 옆구리에 끼고 읽었다. 결국에는 홈즈 전집을 다 읽었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 경험으로 기억난다.

소년 시절의 나는 시간에 초조하지 않았고 자유로왔다.

대학시절은 공부 보다는 서클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와 술자리가 자주 기억 난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 시절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으니, 청년시절의 교감은 매우 깊게 남아 있는 듯 하다.

사회인으로 직업을 선택하고는 아직 일하고 있다.

햇수로 따져보니 올해로 34년차가 되었다.

첫 직장에 입사하던 때의 설레임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사원 대표로 사령장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출근날이 아직 기억난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공부하는 사람에서 일하고 돈을 받는 사람으이 되었다는 뿌듯함이 상기된다.

나는 첫 걸음은 잘 뗀 듯하다.

개인 전문가로 일하기 보다는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이 내게 맞다. 혼자서 자유롭게 일하기를 꿈꾼 적도 있지만,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하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내 열정과도 강점과도 일치한다.


떠오르는 기억들은 의도적으로 내가 생각을 조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일에서 벗어나 쉬는 시간에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과거를 회고하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는 지금 해야 할 일도 많고, 또 하고 싶은 경험도많은데 말이다.


지나간 경험은 내가 삶에 쌓아 온 것들이다. 그 경험안에서 나는 말하고 느끼고 나로 살아왔다.

그것은 연민, 후회, 뿌듯함, 부끄러움으로 채색되어 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더 얻었으면 하는 경험도 있고 빼고 싶은 경험도 있다.

지우고 싶은 경험도 있고 더 강하게 채색하고 싶은 경험도 있다.

그런데 삶을 덧칠할 수는 없다.


나는 이런 나의 삶을 총체적으로 긍정한다.

이런 경험은 내가 추구하는 바를 담고 있고, 또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는 경험이다.

대체로 삶의 계기에서 나는 선택했고, 그 선택한 결과가 삶을 구성하고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삶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은 내가 원인이고 내가 원료다.  

나를 원료로 멋진 작품을 그리려고 했지만, 물감을 잘못 쓰기도 했고, 선을 잘못 그린 부분도 있고 의도한 그대로 멋지게 그린 부분도 있다. 이 그림에는 밝음도 있고 어두움도 있다.  


나는 어떤 경험을 하며,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상상한다.

그것은 좀 더 행복한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때는 최고의 행복을 꿈꿨다.

이 기준으로 삶을 생각했지만 이제 이런 삶은 없다고생각한다. 이것을 추구하는 삶은 연민과 후회를 남긴다. 그리고 연민과 후회는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나의 상상에 그림자를 던진다.

최고를 얻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결핍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고로 좋은 삶 대신에 향상하는 삶은 어떨까?

최고의 삶을 생각하면 부담과 좌절감을 느끼게 만들지만 좀 더 좋은 삶은 충분히 추구할 수 있고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기쁨을 나누고 아픔을 서로 덜어주는 것,

내가 하는 일에서 좀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배우고 시도하는 것,

가까이 하지 못했던 예술과 문화를 자주 경험하고 내 안의 창작본능을 실현하는 것.

우정과 친밀감을 나누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은 사회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

좋은 삶을 살기에도 바쁠 것 같다.


베스트라이프가 아니라 베터라이프,

나는 이런 삶을 추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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