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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29. 2017

예술가의 거리, 사랑해 벽
'몽마르뜨'에서의 동행 Ⅱ

Day 7-7, Paris, France



#모든 사람이 헤매는 삶이란 미로에
  우리 모두 가끔은 가이드가 필요해

  비프리(Feat. 김박첼라)- Anything 中



올라가기 전과 내려온 후를 비교해 보자면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꽤나 친해져 있었다. 파리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타지에서 만난 한국 사람에 대한 반가움 때문이었을까. 혹은 낯선 사람을 알아가는 재미 때문이었을까.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대로 헤어지기엔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사실 나에게는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다음 일정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피라미드 야경을 보고 친구를 만나 바토무슈를 탈 예정이었기에. 이미 그것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었고, 마음과는 반대로 파리의 밤은 속절없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포기했다. 일정이 틀어지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냥 그렇게 했다. 첫인상이 까칠한 나 같은 사람을 잘 받아준 것에 대한 고마움일 수도 있으며, 내 여행의 추억 속에 사람이라는 기억이 상대적으로 무척 적었던 것도 한몫했으리라.


우리 셋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미 둘은 저녁을 먹기로 되어 있었고, 내가 그 자리에 슬며시 끼어든 정도이긴 하지만. 잠시나마, 혹시 내가 로맨틱한 기류에 눈치 없이 훼방을 놓는 건가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미리 찾아놓은 음식점이 있는 듯했는데, 정말 괜찮은 곳이 있다며 내 일정 속에 있는 음식점으로 반강제적으로 이끌었다. 나도 가본 적이 없는 음식점이자, 파리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던 친구의 단골 음식점으로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약간 미안하기도 하다.


바로 계단으로 내려가려는 그들을 급히 불러 세웠다. "이쪽으로 내려가는 게 어때요? 볼 거 많은데." 어리둥절한 표정의 그들을 데리고 간 곳은 몽마르뜨 뒷길의 예술가의 거리였다.





그 둘은 몽마르뜨 외에는 이곳에서의 계획이 전무했다. 상대적으로 이 주변에 빠삭했던 나는 그때부터 졸지에 가이드가 됐다. “이곳은 테르트르 광장이예요. 예술가의 거리라고 불려요. 바가지가 많다고 하네요.”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광장을 바라봤다. 노천카페 사이사이로 열심히 붓질을 하고 있는 앙다문 입술의 화가들을. 그리고 반대편에서 꽤나 밝은 미소로 그림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그 뒷배경으로 간간이 들어온 노랗고 둥근 조명들은 파리만의 분위기를 충분히 무르익게 했다. 예상치 않게 파리의 명소를 낯선 이 덕분에 발견하다니.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며 나에게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내심 기뻤다. 

 


le mur des je t'aime




“여기는 사랑해 벽이에요.”

다음으로 도착한 목적지는

‘쥬뗌므 벽.’



일명 ‘사랑해 벽.’ 화장실 벽을 연상하게끔 하는 파란색의 타일 벽에 화이트로 대충 흘려 쓴 것 같은 글자들. 그 글자들 하나하나는 ‘사랑해.’라는 공통 의미를 갖고, 각자의 다양한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멀리서 보아야만 했다. 늦게 도착한 죄로 사랑해 벽이 있는 공원 입구가 닫혀있었기에. 대신, 벽 앞에 있을 연인들의 핑크빛 세례를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저 멀리 있는 벽을 카메라 줌으로 당겨보며 한글을 찾았다. 급격히 말수가 줄어든 우리. 글자 찾기와 더불어 우리 각자는 누군가를 떠올렸을 것이다.


‘사랑해.’ ‘나 너 사랑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말들. 

파리에서 한글이라니. 이렇게 보니 또 정겹다. 그리고 정자로 쓰여 있지 않아 더욱 정겹다. 누군가의 연애편지에, 누군가의 일기장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마음 한쪽을 꾹꾹 눌러 담은 그 손떨림의 글씨 같아서이다. 이것을 만든 작가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지레짐작해본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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