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엘”은 숨어서 그것을 지켜보면서 신기하게도 “마스터”의 얼굴색이 발그레지는 것을 발견했다. 인공지능도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을 사실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순간 억울하고도 슬퍼졌다. 그 발그레해진 얼굴이 쳐다봐야 할 방향은 저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아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반 물고기 상태의 사이보그로서는 제대로 “마스터”를 향해 걸어갈 수조차 없다. 무리해서 소리를 내어 접근하려고 하면 저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자신에게 레이저를 쏘며 ‘마스터, 공범을 찾아 사살했습니다!’라고 외칠 것만 같았다. 파손된 어깨 부위의 전선을 이은 것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그를 구했다고 믿게 만들려는 것이 뻔했으니까.
수족관의 더 깊은 아래로 내려가 보이지 않는 출구 터널을 통과하여 자신과 같은 인어 사이보그들에게 가고 있는 “에리얼”의 눈엔 눈물이 흘렀지만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다. “에리얼,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인 거야? 평소에 너답지 않구나.” 그와 사이보그 시술 시기가 비슷한 인어”켈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나. 사랑에 빠졌어요.”
“이 수족관에 사랑에 빠질만한 인간이나 사이보그가 있었나?”
“아니요, 안드로이드예요.”
“말도 안 돼. 그들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게 말이 되니? 설사 네가 사랑한다고 해도 그들이 널 사랑 할리가 없잖니.”
“아니요. 난 그가 다른 여성형 안드로이드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을 봤어요.”
"에리엘"은 자신의 경험을 모두 드러냈다. 처음에는 "켈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설득하며 착각일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에리엘"의 사랑을 뒤바꿀 수 없었다.
"어떻게 그의 사랑을 얻을 거야?"라고 물었다.
"일단 이 물고기 하반신을 다리로 바꾸고 싶어요. 그리고 지상으로 나가서 '마스터'에게 내 사랑을 고백할 거예요. 그가 나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연결한 전선에 대한 이야기를 알려줄 거예요."
"일단 네가 크레디트를 모아서 닥터 유니버스에게 말해봐. 그리고 수술이 잘되면 수족관 바깥으로 나가는 거야."
사이보그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인간도 수술하고 고칠 수 있는 만능 의사인 "유니버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은둔을 즐기는 "유니버스"는 수족관 물속의 구석 연구실에서 숨어 살고 있던 안드로이드였다.
그는 크레디트를 지불하면 수술을 해주지만, 수술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듣지 않았다. 사후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유니버스, 내 하반신을 다리로 바꿔주세요."
"알았어. 2,000 크레디트를 내놔."
"그 크레디트는 너무 많아요. 제가 갖고 있는 것은 890 크레디트뿐이에요."
"허허, 참. 그 정도로는 그런 수술은 불가능해. 더 돈을 모아 와."
"너무 급해요. 빨리 수술을 해야만 해요."
"에리엘"은 자신의 급한 상황을 설명했다.
"딱한 상황 같긴 한데. 참. 수지타산이 안 맞는 수술을 할 순 없지. 하지만 최근에 여성형 안드로이드 중에 하나가 차가운 기계음이 아닌 인간 여성의 목소리를 원한다고 해. 네가 알고 있는 수족관 매표소 직원이야. 그 애에게 네 목소리를 줄 수 있도록 성대 이식 수술을 해주면, 거기서 받을 약 1,120 크레디트 정도를 여기에 더하면 네 다리를 만들 수 있겠군.
그리고, 이 정도 비용으로 결합한 기계 다리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유효 기간은 6개월이야. 그전에 네가 마스터의 사랑을 얻는다면 그가 네 다리를 새롭게 바꿔줄 거야. 어렵지 않겠지.
하지만 얻지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이 다리는 폭발해 버릴지도 몰라. 구동 에너지가 불안정한 화학물이거든. 네 몸에 무슨 일이 생겨도 난 책임질 수 없어. 단지 터지기 하루 전에 이것은 신호를 줄 거야. 이건 10 크레디트짜리 기능이지만 확실히 작동하지. 계산 완료."
"에리엘"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냥 "마스터"를 만나면 그는 자신의 생각을 읽어낼 거라고 믿었다.
2개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매표소 안드로이드는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장소로 돌아갔다.
"에리엘"은 다리를 얻자마자 수리 중이던 창문 밖으로 빠져나와서 "마스터"가 사는 곳을 찾아갔다.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던 경호 안드로이드가 그를 붙잡았다.
경호 안드로이드는 아무 말 없는 "에리엘"을 흔들며 취조했다. 그 순간, 어깨 수리가 완료되고 셔틀로 날아오던 "마스터"와 "테리"가 그 둘을 발견했다.
"무슨 일인가?"
"마스터, 이 사이보그는 수족관에서 일했던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와서는 아무 말을 안 하고 서성이고만 있었어요."
"음, 그렇게 다그칠 필요까진 없어 보이는데. 일단 말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글로 써 보게 해 봐."
"에리엘"은 경호 안드로이드가 주는 패드 형태의 단말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존경하는 마스터, 제가 당신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기를 바라며 모든 생애를 보냈습니다. 제가 안드로이드에게도 인간의 사랑을 알려주고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사이보그 소녀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이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테리"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을 데이터베이스의 정보와 지식으로는 알 수도, 알려줄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