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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Oct 01. 2024

<잭 팟>-욕망의 LA

LA에 여행을 가기 전에 그곳을 현실의 지옥으로 그리는 영화를 보게 되다

(사진 출처: Amazon.com)


코미디 작품이지만 사실 제대로 생각을 하면서 보다 보면 꽤 끔찍한 현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이 작품을 발견하고 보기로 결정하면서 이 서비스를 칙칙한 포스터로 물들이고 있어, 잘 보지 않게 되는 여러 작품과 은근히 비슷한 표지에 여러 차례 보기를 망설였다.


글로벌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가 만약 나중에 통합되어 몇 개 안 남게 되는 상황이 혹시 벌어진다면 이 서비스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초기에 먼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이 서비스가 인도-아랍계의 영화로 가득히 차 있는 데에다가 온통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포스터로도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출처: USA Today)


그리고 정말로 심혈을 기울여서 여러 가지를 골라 찾아야만 볼만한 작품이 하나 나올까 말까다. 확률 계산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취향의 폭을 아무리 넓혀서 보려고 해도 보고 싶은 작품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각각 마블 시리즈와 디씨 시리즈에서 얼굴을 내민 배우들인 "아콰피나"와 "존 시나", "시무 리우"가 출연하는 "잭 팟"이 이곳에서 오리지널 작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기에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아콰피나"는 한국계의 피를 받은 배우기는 하지만 중국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사실은 좀 더 중국문화권에 가까운 사람에 미국식 교육을 받아 한국 문화권으로부턴 거리가 좀 있는 사람이지만, 한국 사람인 "케이티 킴"으로 등장해서 갑자기 조원 단위 복권에 당첨된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숨은 악역인 "피스메이커"로 등장했던 "존 시나"가 여기선 세상에 다시없을 천사 같은 정의의 기사로서 등장하고, "샹치"에서 "아콰피나"와 커플로 호흡을 맞췄던 "시무 리우"가 천하에 못된 "사이코 패스"같은 존재로 등장해서 서로 간의 선악 역할을 바꿨다.


(출처: 위키피디아)

한국 성을 가진 한국 사람으로 연기를 하는 "아콰피나"를 보는 것이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연기력 때문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외모가 한국 여성의 외모와 유사해서 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할리우드 작품에서 주연 여배우를 한국계 피를 가진 여배우가 제대로 한 희귀한 케이스 중의 하나이므로 나름 관심이 가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입담으로 다른 배우를 제압하고 그의 이전 다른 영화에선 잘 나오지 않았던 자신의 액션신을 꽤 높은 비중으로 소화해 냈다.



광고 모델로 자신이 번돈을 아버지가 가지고서 어머니와 자기를 버리고 도망간 뒤에 어머니마저 죽은 불행한 과거사를 지닌 불쌍한 여배우 지망생인 "케이티"고 그는 할리우드의 오디션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LA 들어가는데, 너무도 오랜만에 이곳에 찾아오는 촌뜨기였기 때문이어서인지 이곳의 위험을 모른다.


그 위험이란 극이 시작할 때 소동으로 그려진 엄청난 금액이 걸려 있는"복권"에 적용되는 황당한 규칙 때문에 생긴다. 당첨자를 하루 동안 쫓아서 그를 죽인 자가 당첨금을 뺐는 룰이 있고, 당첨자는 당첨되는 순간부터 드론과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계속 추적당하는 것이다.



(출처: Vulture)


2030년의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 "트럼프식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을 떠나서 오로지 이기적인 탐욕의 충족 그 자체에 몰입하는 미국의 타락한 최근 모습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맨첫 장면에서 당첨자를 죽이고 당첨금을 받은, 아길 돌보다가 당첨자에게 흉기를 사용한, 여자 노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탐욕에 사로잡힌 모든 미국인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라고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버스 안에서 자신의 아이가 잘못한 일을 들춰서 큰소리로 망신을 주고 있는 한 아버지를 여경찰인 것처럼 연기해서 제압하고 행동을 교정하려고 한 "케이티"는 자신을 칭찬하며 격려한 할머니가 내릴 때 자신의 비싸 보이는 시계를 풀어 훔쳐간 것을 알게 된다. 도시에 믿을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첨자로부터 10%의 당첨금을 받는 조건으로 당첨자의 생명을 일몰 시까지 지켜주겠다고 하는 "복권 프로텍터" 일을 하는 "노엘(존 시나)"가 자신의 광고를 뿌리는 장면도 나오고, LA에서 가장 큰 "복권 프로텍터 회사"를 운영하는 "루이스(시무 리우)"가 그와 경쟁하는 업체로 나온다.


여타의 작품에선 통상 강렬한 악역이었다가 개과천선하고 다시 정의의 사도로 돌변하는 역할을 주로 맡던 "존"이 이 작품에선 일관성 있게 선역을 지속하는 것이 이 작품의 반전으로 보일 정도라서 그가 중간에 "케이티"를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보호하는 내용이 사실 더 놀랍게 느껴져서 재미있다. LA란 도시의 거의 모든 시민이 복권 당첨금을 위해서 타인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는 상황이라서다.



(출처: whattowatch)

LA에 도착한 "케이티"가 "에어비앤비"로 예약해서 찾아간 집의 여주인은 남자 친구와 더불어 사악하고 더럽고도 아무 대책 없이 사는 사기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외모만 깔끔한 존재로 나와서, 작은 키에 그럭저럭인 외모에도 걸걸한 목소리의 입담과 어느 정도의 격투기 실력으로 승부하는 "아콰피나"의 "케이트"와 대비감을 보인다. 그럼으로써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외면보다는 진정성이란 스토리다.


원래 같은 특수 부대 출신이었던 "노엘"과 "루이스"는 서로 경쟁하고 대립 반목하는 사이가 되었고, 순진하고 착한 "노엘"이 자신이 "케이티"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을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보수를 잃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케이티"의 보호를 의뢰해서 등장하게 된 “루이스”는 이후에 급격하게 악당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내는 존재로 나타나는 내용을 설득력 있게 잘 연기해 냈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의 연대감으로 자신을 믿어달라고 "케이티"를 위선적으로 회유하는 장면에서 이전에 나왔던 "상치"와 "바비", "김씨네 편의점"에서의 이미지와는 다른 존재로 자신을 만들어 내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 역량이 있음을 보여줬다.



(출처: Insession film)


하지만 극 중 한국인을 죽이려던 중국인 악당이 죽게 되는 결론에 그가 동의한 것은 그가 그런 것이 정치적인 파장을 낳을 리 없다고 생각해설 까란 생각이 잠시 들게끔 했다.


"시무 리우"는 자신이 한국인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았었지만 "샹치"의 극 내외에서 중국인임을 공적으로 밝혔고, "아콰피나"는 한국계인 어머니가 4살에 죽은 뒤에 사실 중국의 문화에 주로 노출되어 자라온 중국인임을 밝혀온 래퍼이자 배우이지만 이후에 한국계 미국인 배우나 케이팝 가수들과의 교류와 더불어 한국계의 정체성도 같이 어필하게 된 최근에 더 성공적이게 된 할리우드 여배우다.


이 작품에선 극 중 한국인임을 강조했고, 자신의 실제 삶의 스토리와 유사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극 중 스토리를 통해 보다 자신의 인생과 일치되고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것처럼 보였다. 더구나 배우로서 복귀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배역의 모습은 그의 삶의 일부분같이 보일 정도다. 오디션 사기로 가진 돈 600불 중에 400불을 뺏기기는 하지만.


 


웃고 즐기는 코미디여서 그곳까지 생각이 미치는 관객은 사실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시사적으로 이 작품은 미국의 현실이 이와 같이 인간의 생명의 중요성 같은 것은 상관없이 물질적인 성공만을 쫓는 사악한 사회로 변한 미국의 현실을 비틀어 꼬집고 있다.


수조 원의 돈을 당첨금으로 받게 되었을 때, LA를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케이티"는 이 지긋지긋한 물질 만능 주의에 하루하루 점점 더 탐욕스러워져 가고 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 그 근 미래에서 당연하게 느껴지게 될 정도로 이미 현사회의 모습이 지옥에 가까움을 보여준다.


"트럼프"와 같이 원시 형태의 파시즘을 지니고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보다 더 진실한 것이라 믿으며 거의 매시간, 매분, 매초 거짓말을 하며 대중을 선동하는 지도자를 반 수 가까이가 지지하는 미국의 모습이 그렇게 이기적이고 어리석으며 잔인한 사회로 점점 변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처럼 보인다.


(출처: PBS)


그렇다고 유럽이 더 나은가 하면 "나치"를 지지하는 세력이 "오스트리아"에서 다수의 대중 지지를 받아 세력을 키우며 전면으로 나서는 일이 벌어지는 등, 자본과 권력의 탐욕에 기대서 대중을 선동하고 있는 정권이 득세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처럼 보일 정도다.


그 와중에 왜 한국인이 그나마 그런 탐욕으로부터 살짝 모른 체 벗어나 있는 주연배우로 설정되어 있는 것일까 싶었다. "돈 룩 업"이란 마찬가지로 SNS에 경도되어 모두 유명해지는 것에만 집중하며 그러기 위한 거짓을 살포하다가 지구의 종말을 맞게끔 만드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에서도 바르게 외계 행성이 지구를 향해 충돌해 오는 것을 파악해 낸 명철한 국가로 한국이 그려졌었다.


어쩌면 종종 진보 쪽에 자신의 정치색을 두는 미국의 창작자 중에 한 사람이 "폴 페이그 감독"이어서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가 과연 탐욕과 유명세에 목말라하는 대중이 우경화를 방치하고 무지와 더불어 망가지고 있는 사회가 아니란 말을 할 수 있을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우린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보수층이 모여서 뽑은 권력자의 무지함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SNS와 더불어 유명세와 일확천금을 받기 위해서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것에 개의치 않는 자들이 활개 치게 만드는 것만큼 우리와 우리의 후손에게 위험한 일은 또한 드물다.


이런 걸 주의하고 조심하잔 이야기를 진지한 극화로 하거나 연설로 하면 대부분 제대로 듣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잭 팟!"이란 영화가 나와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이 "인도-아랍계"가 지배하는 플랫폼인 "아마존 프라임"이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해서 올렸다는 것이다.


이 플랫폼 내의 다수 가입자에게 이 작품이 끌릴만한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싶고, 이 작품 때문에 플랫폼 가입자가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



사족으로 개천절과 한글날을 가로지르며 연차와 지정연차를 결합해서 오랜만에 LA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아들과 같이 출발하게 되었다. 이 영화에서 묘사된 지옥과도 같은 도시는 아직은 아니겠지만 일단 긴장을 단단히 하고 조심해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100여 년 전쯤에 지식을 집대성해서 "데일 카네기"가 자신의 재단을 사용해서 집필한 "인간관계론"과 "자기 관리론", "성공대화론" 등의 고전 자기 개발서를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위대한 미국인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함과 원칙을 잘 세워서 성공한 사례들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출처: Complete Dale Carnegie)


수십 년 전, 전 세계의 리더임에 분명했던 미국의 기강은 높이 세워져 있었고 나라의 방향성과 지식의 수준은 타 국가에 비해서 분명히 높은 수준이었다. 지금도 물론 과학 문명에 있어서 최첨단의 국가인 것은 부정할 수 없고, 군사력 등의 측면에서 비교할 상대가 드문 초강대국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트럼프"같은 말도 안 되는 인물이 대통령을 했다가 선거에서 져서 떨어진 뒤에 불복하는 시위를 유도해서 극우 폭도 지지자를 국회의사당으로 진입하게끔 만들어 정부의 전복을 기도하고도 지지율이 40%대인 국가가 미국이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치 로마 시대의 말기를 보는 것처럼, 사회문화문명이 시들어가는 위대했던 국가가 저물어 가는 과정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나라가 그 나라에 비해서 더 현명한 나라이길 빈다. 초강대국도 아니면서 벌써 망하는 국가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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