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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Sep 19. 2024

<나쁜 원숭이>-뒤죽박죽 살인 사건

사건 해결을 막고 있는 것은 이상하게 복잡한 이 세계 그 자체임을 보여줌

사족부터 시작한다. 한동안 끊고 지내던 애플TV를 최근에 IPTV를 보고 있는 LG U+의 이벤트 덕에 다시 무료로 3개월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보고 싶었던 중요한 이유는 "슬로 호시스"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박진감과 스릴러로서의 팽팽한 긴장감은 시즌 1에서 엄청난 감도로 체감이 되었었는데, 시즌 2와 3에서도 전혀 떨어지지 않고, 출연했던 일부 조연이 죽어서 퇴장한 가운데서도 거침없었다.


그러나 그 작품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하고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쓸 이유가 오히려 더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시즌 1에 대한 내용을 썼었기에 숨을 좀 더 고르고 싶었다. MCU 드라마는 시즌별로 쓰겠다는 의욕이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처음엔 "나쁜 원숭이"란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을 거란 기대는 주지 않았다. 서양 코미디가 대부분 그랬다. 백인 문명의 코미디가 해를 거듭할수록 재미없어져 왔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솔직히 마찬가지였다.


일부 국뽕의 작용으로 캐나다 시트콤 작품인 "김씨네 편의점"을 보긴 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연결성이 없다면 굳이 보고 싶지 않다는 선입견이 "나쁜 원숭이"를 보는 순간 무너졌다.


키가 큰 형사라는 것과 매우 정의롭고 집요하다는 정도 빼놓고는 그다지 장점이 없어 보이는 중년의 홀로 사는 남자가 의외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고, 사건에 휘말려서 온갖 고초를 겪지만 그럭저럭 잘 넘기고 사건 해결을 위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출처: IMDB)


이 영화는 "바하마"와 "플로리다"를 오가면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초반부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활짝 핀 상태로 팔꿈치 위쪽부터 잘린 팔이 요트에서 낚시를 하던 한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서 발견이 되고 이 팔이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얀시(빈스 본)"에 의해서 아이스 박스에 담긴 채로 여기저기로 움직여 다닌다.



(출처: CBR)


이 과정에서 형사였고 그 일을 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했던 그가 자신과 바람을 피운 유부녀 "보니"는 왕년에 "미션걸"로 "톰 크루즈"의 상대역을 했던 "미셀 모나한"이 매우 퇴폐적이고 제멋대로 사는 이미지로 변해서 연기하면서 "팜므파탈"같은 존재로 나타나며, 실제 정체는 여교사로서 어린 남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쫓겨 다니는 범죄자로 나온다. "얀시"는 만만한 파트너로 계속 반복적으로 이용당한다.


(출처: San Antonio Current)


작품에서 끝판왕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범죄자 커플은 주로 평범한 남자 연기를 맡아하던 "롭 딜레이니"가 연기한 "크리스토퍼"이며 "얀시"의 팜므파탈 파트너인 "보니"보다 훨씬 사악하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자신에게 봉사하는 남자를 이용하고 살인 교사하며, 자신도 살인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이브"역으로 "메레디스 해그너"가 극 중 최악이자 가장 지능적인 "팜므파탈"을 연기한다.



(출처: British GQ)


이 극화가 특이한 점은 "바하마"섬의 대를 이어 "무당"을 할머니 "아야"로부터 물려받은 영험한 능력으로 저주를 퍼부어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신기를 가진 "드래곤 퀸"인 "그레이스(조디 터너스 미스)"가 끼어들어 영적인 "팜므파탈"로서 죽음의 소용돌이를 확대하는 존재로 나오는 것이다. 그도 자신의 매력적인 여성성을 이용하여 "크리스토퍼"와 "이브"의 수하를 역으로 부리기도 한다.



(출처: Screen Rant)


홀아버지 "크리스토퍼"가 뒤늦게 만난 새어머니 "이브"에게 홀딱 빠져들어 아버지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을 잃고 원래 사기를 치던 잡범에서 "연쇄살인범죄자"가 되었음에도 경찰 등에 아버지를 신고하지 못하는 "딸"이나 "얀시"의 큰 키에 성적 매력을 느낀 시체 검시관 "로사(나탈리 마르티네즈)"도 극의 흥미를 더 키우는 연기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



(출처: 좌/우 Screen Rant)


이 과정에서 허술한 각 지역 경찰 간의 떠넘기기 구획 싸움이 초반에 잠시 벌어지고, 상황이 변해가면서 복직을 위해 살인 사건을 수사하여 보고서로 넘겼음에도 살인 사건을 자살로 가볍게 마무리하고자 발표했던 연방수사본부가 살인사건으로 위장된 사건임을 알게 되고 그 위조범이 살인을 하고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실수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협조를 하지 않는 장면은 낯설지 않은 일상이다.


이런 일이 국가 간의 경계를 벗어나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것임을 시청자는 잘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부패한 경찰이 상대적으로 덜 부패한 경찰을 매도하고 살인범으로 몰아서 수사의 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다가 총격전 끝에 죽게 되는 등의 엉망진창의 꼬여가는 모든 상황은 말끔하게 발생한 사건이 정리되거나 결론 맺는 게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웃긴다.


내레이션으로 각 주인공의 내면을 읽어서 알려주는 내용과 병합되면서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 시청자가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줄였으며, 여러 황당한 상황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 작품의 제목은 "나쁜 원숭이"이고 실제로 작고 귀엽고 성질이 있는 "작은 원숭이"가 나오기는 하지만 설명하지는 않았어도 "인간"이 종종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원숭이"란 이야길 하는 것 같다.


인물의 소개 중에 사실 중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아직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네빌(로날드 피트)"의 이야기를 적지 않았었다.


원숭이의 주인으로 나오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집을 사서 무너뜨린 "크리스토퍼"를 죽여달란 저주를 "드래곤 퀸"에게 한 뒤에 그의 죽음이 이뤄지려면 희생이 필요하단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원숭이를 미련 없이 "아야"에게 주어버리는 이로 나왔는데 그

이후론 존재감이 희미하다.



이 작품에서 "얀시"가 50-60대의 외모를 갖고 있고 나로 하여금 그 외모와 유사한 이미 회사로부터 자발적인 은퇴를 한 선배 한 분의 외모를 떠올리게 했고, 성격도 둘이 꽤 유사해서 내내 떠올랐다.


그 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마저 공통적인 요소라 더 흥미진진했다. 어쩌면, 다른 시청자도 그런 이를 주변에서 찾아 비슷한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캐릭터를 잘 현실화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나온 인물 중에 가장 덜 부패했다는데에 매력이 있다.


제대로 벌어 놓은 돈도 없을 것 같고 충실하게 공부를 한 것 같지도 않으며 성실하게 운동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중년의 남자가 두 명 이상의 여자에게 인기를 끌고 우정을 진하게 나누는 게이 커플 경찰 동료(애플TV의 정책 때문인지 LGBT도 스토리상 필수다)도 있다.


그가 운도 좋으면서 싸움도 잘하는 다소 비현실적인 내용에 왜 내가 끌리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이 드라마의 시청 대상층이 누구일지가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진다.


(참고: 애플TV의 소개 페이지에 들어가서 자세히 보다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빈스 본"이 총프로듀서로도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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