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호러물이 오랜 시간과 많은 시대를 지나치고도 살아남는 방법
(표지 출처: PosterSpy)
"데미 무어"를 떠올리자면 두 가지의 히트작 영화가 절로 떠오른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 "패트릭 스웨이지"와 같이 나온 확실한 출세작인 "사랑과 영혼(1990)"과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과 같이 나온 "어 퓨 굿 맨(1992)"이다. 당시 "데미"의 미모는 최절정이었고, 그 이상의 배우를 찾기 어려웠다. 이 극 속의 주연배우와 그의 필모그래피는 동기화되고 분신 역할의 배우의 매력도도 유사하다.
그런 그가 호남 배우 "부르스 윌리스"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점차 미인 배우의 대열에서 벗어나더니 "캐머런 디아즈"와 "드류 베리모어", "루시 리우"가 나온 "미녀삼총사 2: 맥시멈 스피드"에서는 수억을 들여 전신 성형을 했다는 기사와 함께 왕년의 비주얼을 크게 잃지 않은 채로 악역으로 등장했다. 엔딩에서 출세작 "사랑과 영혼"에서 나온 눈물 흘리는 장면과 더불어 퇴장한 게 꽤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나서 기억에 그의 연기가 남아 있는 작품은 흐릿하다. "G.I. 제인" 정도가 삭발 투혼과 피지컬을 "비"의 전성기처럼 가다듬고 나와서 인상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흐릿하게 사라져 가던 그가 "서브스턴스"란 영화에 등장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니, 극의 간단한 시놉시스 정도만 보고 나서 왠지 뻔할 거란 생각을 하고선 보게 되었는데, 뒤로 갈수록 예상을 벗어났다.
통상 많은 나이를 먹게 된 배우가 무대에서 남기 위해 택하는 방향은 두 가지 정도가 될 수 있는데 중후함을 유지하며 왕년의 이미지를 최대한 추락시키지 않으며 특징 있는 조연 등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악역이나 비천한 역할로 자신을 추락시키면서까지 화제성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후자를 택한 배우이자 그 배역이 되었다.
초반에 할리우드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점점 시간이 가면서 시들어가는 왕년의 여배우의 추락을 단시간 안에 보여주며 등장한다. "올리비아 뉴튼 존"처럼 티브이의 에어로빅 프로그램의 강사로 아직도 탄탄한 몸매와 활력을 보여주던 그가 방송사 중역인, "데니스 퀘이드"의 연기자 생애 최초로 속물에 함부로 왜곡된 성관념을 말하고 사는, "하비"에게 모욕을 당하고 잘린다.
이 과정에서 "서브 빌런"인 "하비"의 속물근성은 말하는 목소리와 태도, 쩝쩝 거리며 먹는 음식 등의 온갖 혐오스러움을 불러일으키는 감각과 더불어 등장해서 "엘리자베스"가 느낄 모욕감과 분노가 내부로 스며들어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 이후에 병원에 들렀다가 인턴으로부터 "서브스턴스"란 약물을 영업하는 영상을 USB로 받은 뒤에 인생을 바꿔줄 수 있는 처방이란 말에 넘어가게 된다.
이 작품의 신선함은 그 뒤에 벌어지는 일들이 마치 독립 영화를 찍어내는 양, 거칠고 단순한 구도를 되풀이하면서 만화적이고도 서툰 방식으로 "엘리자베스"와 그의 몸에서 분리되어서 나온 젊은 육체인 "수(마거릿 컬리)"가 분신으로 나와서 각각 한주씩 교차하며 살다가 서로의 욕심으로 "둘이 하나임"을 망각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며 망가지다가 극단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는 내내 유지된다.
이 거칠고 직선적으로 본론을 이야기하면서 극단적으로 "약물"과 분리된 자아와의 대결로 무너져가다가 괴물이 되어가는 장면을 보게 되면 잠깐 극 중에 자극적으로 나온 "엘리자베스"와 "수"의 나체와 클로즈업으로 강조되어 나오는 신체의 여러 부분을 보던 기억이 순식간에 뇌리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겪게 된다. 무리하게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려다가 혐오스러운 사회의 편견의 확실한 피해자로서 화면 가득히 피와 더불어 피부의 질감을 가진 괴물로 끝맺음하는 장면은 이 시대에도 충격적이다.
"데미"의 전작이자 실패작인 "스트립티즈"의 이미지도 겹치고 "이토 준지" 같은 일본 호러 만화가의 기괴한 신체 결합 및 분리 이미지도 떠오른다. 마지막 장면은 오래전 시대의 호러물을 떠올릴 정도로 고전적인 결말이지만 이 과정에서 시대가 많이 지나서도 사라질 수 있었을 "호러물의 전통"을 다시 재생시키고 회복시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데미"가 무릅쓴 필모그래피를 파괴한 연기가 압권이다. 저 위에 나온 "사랑과 영혼"과 "어 퓨 굿 맨", "G.I. 제인"의 이미지를 지우게 된다. 다만, "미녀삼총사2" 개봉 시 돌았던 전신 성형 소문이 이 작품에 캐스팅되는데 일익을 했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의 최후반부 장면이 일거에 앞서의 내용을 거의 삼켜 버릴 정도로 강렬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그려내어서 얼린 다면 아래와 같을 것 같다. 이 작품의 교훈은 공적인 인증을 받았던 안 받았건 약물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위험하다는 이야기와 사회적인 인정과 인기에 과몰입하면 인간성의 파괴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계정도겠지만 영화사적으로는 고전적인 호러물의 전통을 다시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호러 싫어하시는 분에겐 권하지 않는다. 그래서 끔찍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