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서
한 껏 추워진 크리스마스이브날,
에티오피아 시다모 커피를 마시며 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시시콜콜한 이력 소개보다는 저의 독서력(歷)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책을 읽은 지는 2년 반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책에 푹 빠져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매년 40~50권 정도로 읽어내면서, 책에 흥미를 붙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쟤는 책 많이 읽는 애야'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변화라면 이제 어디를 가던지 가방에 책을 꼭 챙겨갑니다. 최근에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했는데 그때도 책은 챙겨갔습니다. 비록 한 번도 펴보진 못했지만요..
'독서의 시작'라는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저는 소위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생각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서 초창기에는 자기계발서와 실용서만 읽었습니다. 나 자신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론적인 책들만 엄청 읽고, 실천할만한 것들은 따라 해보기도 했습니다.
저의 독서 편식은 올해 깨져버렸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인친님이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용기를 내어 나갔습니다. (이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쓰려고 합니다.) 올해 이 독서모임에 자주 나가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에 모이시는 분들은 시나 문학을 좋아하셔서 자연스럽게 문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문학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조금씩 그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시집을 구매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만 6권 구매했네요. (시집은 싸다)
tmi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tmi란 too much information;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말합니다. 유의어 : 안물 안궁)
서론이 길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일종의 '배설'입니다.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면 위와 장을 지나 장의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나오는데, 글쓰기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을까요? 2년 반 동안 읽은 책들이 장에 갇혀있다가 이제 내보내 달라고 아랫배를 톡톡 치는 느낌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배출구로써 브런치를 찾게 된 것입니다. 머릿속에 갇혀있는 생각들을 말로 풀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자기만의 운동으로 삼으라 - 엘렌 식수
은유 작가님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에서 본 구절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과 느낌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글입니다. 독서모임을 나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글을 써도(짧은 글일지라도) 나의 본연의 모습(영원한 타자他者)이 나옵니다. 내 안의 나를 찾는 여행을 글쓰기를 통해 실현하고자 합니다.
2주 전에 브런치에 처음으로 작가를 신청했었는데, 이틀 뒤에 나온 결과는 낙방이었습니다. 사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이런 마음으로 한 번 신청해봤습니다.(죄송합니다 ^^;) 진짜 작가도 아니며, 내놓을만한 글을 작성해본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해보고자 브런치에 들어와 작가명을 정하기로 마음먹고 키보드 위에 손을 얹어놓고 고민했습니다. 의외로 30초 정도 짧게 고민하고 정했습니다. 바로 '씀씀이'입니다.
작가의 본질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쓰다'에 빠져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 씀씀이가 좋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씀씀이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씀씀이 : [명사] 돈이나 물건 혹은 마음 따위를 쓰는 형편. 또는 그런 정도나 수량 (출처 : 네이버)
'쓰다'라는 단어는 참 많은 뜻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다'의 쓰다, '신경을 쓰다'의 쓰다, '시간과 돈을 쓰다'의 쓰다, '약이 쓰다'의 쓰다까지 다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 마음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을 쓰며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 마음 씀씀이가 좋은 작가. 이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씀씀이'라는 말이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본질을 잘 설명해주는 듯합니다.
앞으로 '씀씀이'라는 작가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초짜 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