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질서의 한복판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유엔 경제사회국, 국제무역센터, 유엔무역개발회의, 유엔 민주주의기금,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포함한 31개 유엔 산하 기구,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와 국제에너지포럼 등 35개 비유엔 국제기구에서의 탈퇴 결정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 신호에 가깝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확정된 이번 조치는 국제 협력이라는 비용 항목을 정리하고, 그 재원을 자국의 군사력 강화로 이동시키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국제기구의 재정 위기라는 형태로 이미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미국 분담금이 빠진 유엔은 올해 정규 예산을 전년 대비 약 7% 삭감했고, 사무직 인력의 20% 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했습니다.
UNFCCC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후 정책의 실행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동시에 국제개발처를 통한 해외 원조 축소로 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식량과 의약품 공급에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일과 영국 등 유럽 주요국까지 동조하면서, 주요 17개 원조국의 아프리카 지원 예산은 올해 25% 감소할 전망입니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대비가 나타납니다. 미국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유엔 분담금을 늘리고, 아프리카 지원을 확대하며 국제기구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미국이 군사력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제도와 외교 공간을 장악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이 흐름을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내년 국방 예산을 올해 9,010억 달러에서 1조 5,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단순 증액이 아니라, 관세 수입과 국제기구 지원 축소로 확보한 재원을 국방으로 재배치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미국 경제가 다시 안보 중심의 재정 운용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공급망 안정, 기후 대응, 개발 원조보다는 군사적 억지력과 패권 유지가 우선순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이번 미국의 선택은 국제질서의 균형을 다시 쓰는 사건입니다. 국제기구의 공백, 중국의 부상, 군사력 중심의 재정 운용이라는 흐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방위산업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하나의 시대적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