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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야자수 Sep 22. 2024

남들의 질문_반 시게루

반 시게루




종이관으로 집을 짓는 세계적 건축가이다. 재난 지역에서 임시 거처, 학교, 교회 같은 것을 만든다.



도쿄에서 태어나 자랐고, 건축은 미국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했다. 쿠퍼 유니언 대학에서 존 헤이덕의 지도를 받았는데 당시 건축계 엘리트 코스였다고 한다. 보통은 유명 건축가 밑에서 도제식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는데, 시게루씨는 바로 귀국해서 사무소를 내고 전시회장 기획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때가 1985년으로 29세였다.



첫 프로젝트로 알바 알토*의 가구 전시회를 맡았는데, 제한된 예산 안에서 나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재료를 찾다가 예전에 봤던 종이관을 사용하게 됐다. 종이를 파이프 관 모양으로 단단하게 만들어서 통나무처럼 쓰는 것이다. 싸고 운반과 조립이 쉽고 철거할 때 쓰레기도 안나와서 매우 흡족했다고 한다. *알바 알토는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핀란드 지폐에 나오는 사람이다.



건축가로서 이런 저런 일을 하던 그는 1994년 르완다 내전 때 UN자문관으로 종이관을 이용해서 난민 시설을 지어보였다. 1995년 고베 지진 때 사람들이 지진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무너져서 죽는 것을 보고 “이건 건축가의 책임이다”라는 생각에 재난 건축을 더 본격적으로 연구하였다.



싸면서도 기능적이고 안전하고 오래가며 아름다워야 했다. 종이는 비용과 취급상 잇점 뿐 아니라, 굵기와 길이를 다양하게 할 수 있고, 특수처리하면 방수는 기본이고, 보온과 단열도 나쁘지 않으며 무엇보다! 무너져도 사람이 죽지 않는다. 그때부터 ‘자원봉사자 건축가 네트워크’라는 단체를 설립해서 자국의 지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인도, 쓰리랑카, 중국, 뉴질랜드 등등 전 세계의 재난 지역마다 출동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병원을 짓는 중이다. “종이로 세상을 구한 남자”라는 말을 들으며, 2014년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칸막이 임시거처


플라스틱 맥주 상자에 모래주머리로 지반을 만들고 천막으로 지붕을 만든 종이 주택


일반인도 쉽게 조립하는 모습



이 건물은 1995년 고베 지진 때 지은 것인데 16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5주만에 지었다고 한다. 10년간 성당 겸 마을 회의장으로 잘 쓰다가 2005년 대만 지진 때 해체해서 그쪽에서 재활용하였다.



다른 재료와 결합해서 큰 건물도 짓는다. 뉴질랜드의 성당은 50년을 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지진으로 무너진 성당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빈 시게루씨의 좋은 일이 특별히 '질문' 측면에서 내 관심을 끈 이유는 그 사람의 직업 때문이다. 재해 현장, 적은 비용, 인도주의~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한 건축가와 거리가 있는 단어이다. 건축은 소비 내지는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에, 건축가가 멋진 건물을 지으면 사람들은 이용하고 구경하며 만족한다. 사실 랫동안 건축은 지배계급과 특권층을 위한 일이다. 대중시설이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지금도 유명 건축가라면 름지기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시게루씨도 상업시설을 설계한다. 그런데 남의 과시를 위한 일만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이런 질문은 자기 직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 일에 종사하는 대부분은 아예 그런 질문을 떠올리지도 않고, 잠깐 생각이 올라오면 '권태'라고 부르며 흘려보낸다.   



하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고민했다.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종이관을 업그레이드하고, 시공 기술을 발전시켜서 자기의 일과 역할을 만들어 나갔다. UN에서 그 사람을 알고 자문을 긴 것이 아니다. 자기가 TV에서 르완다 난민들을 보고 스위스 사무소로 직접 찾아가서 종이관을 제안했다. 당시 사람들이 알루미늄 임시거처를 떼어다 팔고 나무를 벌채해서 쓰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던 UN에서는 웬일이냐~하며 기회를 주었다. 종이 건축은 UN이나 정부에서 일을 받아서 다. 돈을 많이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는 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은 것이다.



반 시게루씨는 2019년에 출간한 ‘행동하는 종이 건축’이라는 책에서, 자원봉사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 자기를 위한 것이었다며 ‘일개 건축가’로서 도전해 온 자기 모습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힌트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민할 기회를 마련하고, 행동으로 존재를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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