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두레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우리두레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어떤 걸 하고 싶어요? 현묵이는 우리두레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 물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현묵이,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드는 다미, 웹툰을 그리고 싶어 하는 성곤오빠, 아직 꿈이 너무 많은 다현이와 그림책을 그리고 캘리를 쓰는 나까지. 우리 다섯이 모여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우리는 매주 어떤 걸 가져오고 싶은지 낯섦에서 한 발짝 나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각자의 빙고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풀었다. 우리두레에서는 서로 평가하지 말자. 비난도 하지 말자. 우리는 서로 칭찬을 많이 해주자. 현묵이는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말해주었다.
우리두레에서 나는 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림책을 그리고 캘리를 쓰게 된 어느 여름부터 지금까지 내 머리와 가슴 안에 박힌 순간들을 풀어나가고 싶었다. 글을 정리하고 그림을 쓰고 캘리를 쓰게 된 건 번쩍이는 어떤 재능 같은 게 아니라 열정대학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이런 내가 된 거라서 나는 어딘가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에 다음에서 새로 진행하는 브런치도 신청했다. 나는 매주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올릴게. 더 많이 올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꾸준히 우리두레에서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올게. 우리두레가 끝나기 전에 나는 긴 이야기를 끝까지 쓰고 싶어. 브런치 주소를 공유하며 친구들에게도 나에게도 다짐을 한 번 더 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디에 쓸 생각은 해본 적도 없이 시작했던 열정대학 말랑말랑한 글쓰기 학과와 그림책 학과 사진들을 뒤졌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꼼꼼히 목차로 정리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써놓았던 일기들도 다시 보고, 예전에 만들었던 말랑글 책도 다시 읽었다. 필요하다면 다른 이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최대한 내 기억 속, 내 감정들을 담아 쓰기 위해서 노력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글을 쓰고, 자기 전에 글을 쓰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글을 쓰고, 정신없이 쓰기 시작했다. 한 번에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길이가 짧아 조금씩 썼다. 수차례 쓰던 글을 다 지우고 다시 쓰기도 했다.
어렵게 쓴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우리두레 친구들 앞에서 읽기 시작했다. 긴장한 탓에 높고 빠른 목소리로 글을 읽은 후에, 재미없지? 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글을 낭독하는 일은 언제나 너무 부끄러웠지만 현묵이는 내게 용기를 줬다. 우리두레 사람들 모두 그랬다. 스스로 재미없다고 하지 말라며, 서로 용기를 주고 보다듬어 준다. 글을 듣고, 읽으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우리두레에서 매번 새로운 글을 쓰고 읽으며 나는 부끄러움이 많고 그림책과 캘리를 쓰는 김정희에서, 그냥 김정희로 돌아온다. 우리두레에서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인 채로 있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