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게 맞을까요?
저는 92년생으로, 올해 5년차 직장인입니다. 만 4년간 AI대화 디자인을 해왔고,지금은 스타트업에서 AI서비스 총괄 겸 MZ세대 주니어를 리딩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뭐, 저도 MZ입니다만...
매니징을 한다고 했을 때 프로젝트에서 만났던 인생 선배님들이 여러가지 걱정을 하셨어요. '힘들텐데'하고 말이죠. 초반까지(3개월~6개월)만 해도 이런 말씀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힘들 게 뭐가 있담?'하고 넘겼습니다. 이제와 보니 겨우 5명 남짓한 팀원들인데 왜들 그리 우려하셨는지 뼈저리게 알 것 같더라구요.
1. 꼼꼼함보다는 빨리 하려는 유형
맡은 바 열심히는 하지만, '잘'하기 보다 '빨리'해내려는 유형이 있습니다. 빨리 하려는 잠재의식이 있어서인지 결과물을 누군가 반드시 검수를 해야만 하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는 비교적 커버가 가능하지만 여기는 회사, 정글인걸요. 데드라인이 있고, 어떤 일의 일정범위를 나눠서 같이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줘야 합니다. 1이 아니라 0.8이라도요.
>>> chorong's action
일을 분배할 때 왜 일을 해야하는지 방향성과 어떻게 해야하는지의 방법을 다른 유형의 분들보다 조금 더 세세하게 얘기해줍니다. 빨리, 열심히 하는 것보다 결국 '잘'하는게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요. 조금이라도 나아짐이 보인다면 칭찬을 아끼지 않고, 부족한 건 왜 부족한지 납득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명확하게 설명하려 합니다.
2. 센스는 좋지만 업무 스킬은 나아지지 않는 유형
업무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커뮤니케이션'능력이죠.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의 타고난 센스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센스는 좋지만, 기본적인 업무 스킬이 부족한 유형입니다. 말 그대로 'skill', 기술이죠. 우리는 보통 '기획자'의 역할을 하다보니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잘 하는 게 먼저고, 내가 이해한 걸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스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6개월전, 1년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나아지는 게 보이지 않는다면 성장하지 않는다고 간주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chorong's action
최대한 많이 찾아보라는 피드백을 합니다. 많이 보다보면, 잘 알지는 못해도 어떤 게 이해하기 쉽고(보기좋고), 어떤 게 잘 안 된건지 가름할 수 있는 눈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는 비교적 잘 만들어진 PPT를 PDF파일로 던져주며 특정 기한까지 똑같이 만들어 오라는 미션을 줄까합니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못해도 이틀에 하나씩 2주정도 똑같이 만들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3. 업무는 참 잘하지만 의사소통력이 부족한 유형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군더더기 없이 잘 해내며 결과물의 품질도 높습니다만, 업무를 바라보는 전체적인 시야가 그리 넓지 않는 유형입니다. (보통은 주니어일 때 넓은 시야를 가진다는 게 어불성설이라 굳이 유형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만) 그렇다보니 일정에 맞춰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서부터는 거절 해야하는지의 판단이 아직은 어리숙합니다.
>>>chorong's action
'일'이라는 건 상대도 납득할 수 있도록 '잘' 거절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이렇게 '잘' 거절할 수 있기까지는 노력도 노력이지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형의 분들에게는 포인트별 피드백을 주곤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을 땐 진짜 필요한 필수기능과 있으면 좋을 개선기능을 명확히 나누고 필수 기능 먼저 빠르게 처리하자며 방향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 제가 해줄 수 있는건 이 친구의 경험이 조금 더 압축되어 쌓일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 외에 무엇이 있을지 고민입니다.
4. 열정 가득 완벽주의인 유형
저도 열정가득한데다 이왕 하려면 민폐끼치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완벽주의의 성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이런 유형의 분들은 저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마음이 조금 더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용'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 (이래서 고전인문학을 가까이 해야하나 싶습니다.)
열정 가득한 완벽주의 유형인 분들은 간혹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중간 보고를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이해하고, 생각한대로 나오기 전까지 중간 피드백을 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럴 경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완성도 20%일때 변경하는 것과 완성도 80%일때 변경한다는 건 아주 큰 차이가 있거든요.
>>>chorong's action
중간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줍니다. 요청을 하는자와 이 요청을 받아 실제 만들어내는 자와의 생각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내용도 함께 알려줍니다. 중간보고란, 서로의 이런 생각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이고 그럼으로써 목적에 맞는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간혹 의욕이 넘쳐 어떤일에 몰두하게 되면, 그 주위를 둘러지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사람이라면 언제나 열정 가득, 의욕 충만할 수만은 없으니 방전됐을 때의 후유증도 꽤 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분들은 자신의 일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제가 개입해서 한 번씩 환기시켜주는 것 외에 어떻게 리딩할지 고민입니다.
MZ세대의 특징이 몇가지 있죠.
1. 자신이 이해하고 납득을 해야 실행까지 이어질 수 있다.
2. 워라밸 등 개인의 시간이 아주 소중하다.
이 두 특징은 지속적으로 리마인드 하고 있습니다. 저도 MZ이기는 합니다만 MZ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서 말이죠. 업무를 배분할 때도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이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WHY에 대해 되도록이면 자세히 얘기해주려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과 여전히 모르고 있는게 아주 많다는 생각이 강해서 여가시간에 마냥 놀지만은 않게 되는데요. 사람마다 가치관과 우선시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 보니, 생각만큼 따라와주지 않는다더라도 큰 갈등이 없다는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조금은 내려 놓으려 합니다.
개인 성향에 따라 저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게 천차만별이다 보니 되도록이면 마음 상하지 않게 저의 진심 혹은 피드백을 하는 의도가 잘 전달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는 기본인데'라며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제가 배울 수 있는 능력자들 사이에서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가끔 현타도 옵니다만.
지금 제게 이러한 역할이 주어진 것 역시 저 또한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하며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돌아오는 한 주를 겸허하고 성실하게 맞이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