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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ersjoo Feb 23. 2024

147. ADDress

빈집 구독 경제 서비스

| 2021년 7월 1일 발행

| 이 내용은 원본의 수정 및 보완 버전입니다.  



구독 경제 서비스의 부동산 버전이 등장했다! 

일본의 빈집 구독 서비스 ‘ADDress’입니다. 이젠 하나의 트렌드도 아닌 시스템처럼 자리 잡은 구독 서비스를 대체 어떻게 ‘집’과 연결시킨 것인지, 그 일석이조의(?...!) 아이디어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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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계된 두 가지 사회변화 

일본 농촌 지역의 빈 집 문제는 한국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아이는 적게 낳는데 노인의 비율은 빠르게 높아지는 그들의 그래프를 멀지 않아 한국 또한 닮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불과 12년 후인 2033년이 되면 일본 전체 주택의 무려 30%가 비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니, 그 뉴스들이 더욱 피부에 와닿습니다. 


한편 기술이 끝없이 발전하고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질병이 일상을 바꿔 놓으며 ‘원격’이라는 일의 새로운 방식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프리랜서는 물론 직장인들마저 고정된 장소를 벗어나 일과 생활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한 회사가 딱히 관련 있어 보이지 않는 이 두 가지 사회 이슈를 연관시켜 새로운 구독 경제 서비스를 펼쳐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ADDress’ 공식 웹사이트©address.love




2. 월 45만 원으로 원하는 어디서든 살기 

‘ADDress’는 일명 ‘주거지 구독 경제 서비스’입니다. 월에 세금 포함 44,000엔(약 45만 원)을 내면 ADDress가 보유한 주거지 어디서든 머물 수 있는 서비스지요.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일본의 빈 집 문제를 달라진 일의 방식과 라이프스타일로 해결한 것입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ADDress는 일본 각지에서 구입하거나 빌린 빈 집 또는 유휴 별장 등을 리뉴얼하여 한적한 농촌 지역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줌으로써 빈 집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다양한 거주지를 옮겨 다니며 경험과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었습니다. 즉, 빈 집을 활용하여 일의 형태가 자유롭거나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일정한 금액만으로 다양한 주거지를 경험할 수도 있게 한 것입니다.    


물론 이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선 최대 예약일이 14일에 한하고 전용 객실은 7일까지만 예약할 수 있는 등의 조건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객 사이의 형평성과 기타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일 뿐, 합리적이고 공평한 기준들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이 그야말로 ‘다거점 Co-Living’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며칠은 도쿄 인근 시골에서, 다음 주는 내내 후쿠오카에서 일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보증금과 같은 초기 비용이 없을 뿐 아니라, 전기, 가스, 수도 및 인터넷 요금 등도 모두 멤버십 요금에 이미 포함되어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게다가 회원이 원할 시 추가 금액 지불로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객실에는 더블 또는 퀸 사이즈 침대(일본식 객실일 경우 이불)와 가구, 가전제품 등이 비치되어 있고, 공용 공간에도 편의 시설이 마련되어 부족함 없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ADDress’의 콘셉트©address.love




3. 서비스를 굴리는 핵심 아이디어

ADDress는 크게 핵심 아이디어 몇 가지와 그에 따른 세부 부가 서비스들로 운영됩니다. 그중 큰 얼개로 이어져 서비스가 굴러가게 하고 고객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게끔 하는 핵심 아이디어들을 먼저 소개합니다.  


첫째, ‘다거점 Co-living 서비스’라는 설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개인이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집을 누군가와 함께 셰어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고객은 한 집에서 혼자만 오롯이 생활하는 것뿐 아니라 누군가와 공간을 나누며 또 다른 경험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같은 기간에 누구도 그 집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혼자 독채를 사용하는 행운 또는 외로움을 덤으로 얻게 되지요!)       


둘째, 늘어난 재택근무자, 워케이션(Workation.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것)족, 이동이 자유로운 프리랜서 등을 공략하여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타깃을 발굴하고 선점했다는데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업무 형식으로 자리 잡고, 그와 동시에 프리랜서의 비율 또한 높아지며 짧은 휴가가 아닌 오랜 시간 다른 곳에서의 삶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셋째, ADDress는 생활을 서포트하는 커뮤니티 매니저 ‘야모리’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매우 다양한 경험과 개성을 가진 그들은 집 관리는 물론 회원과 의사소통, 지역 고객이나 회원 간의 교류를 위한 가교 역할의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즉, 고객들을 공간만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야모리’를 통해 그곳에서의 생활까지 도움을 받습니다. 

또한 야모리는 고객들이 낯선 곳에서 제대로 안착하여 로컬화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주 작은 예로는 주변 맛집 소개와 액티비티 안내부터 생활 중 갑작스레 벌어지는 불편함 등에 대한 지원이 있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고객의 로컬화는 결국 고객이 그 집을 다시 방문하게 하는 효과를 낳고, 이러한 지속성의 생성은 그 지역의 경제 활성화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넷째, 일상을 보내는 생활은 여행과 달라 아무리 셰어 하우스 멤버가 있어도 혼자만의 생활이 길어진다면 가족이나 친구 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등이 쌓일 수 있겠지요. 그러한 심리적 빈자리를 ADDress는 섬세하게 포착하였고, ‘고정 파트너’ 설정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장기적인 숙박이 짧게 끝나버리게 하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했습니다. 또한 고객들은 고정 파트너 신청을 3개월마다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자신의 생활 속으로 누군가를 초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수는 1명에 제한되고 옵션 수수료가 세금 포함 조금 소요되긴 하지만,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함께하는 삶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니 이는 꽤나 합리적인 서비스라 생각합니다. 


다섯째, 전혀 모르는 사람과 여행도 아닌 생활을 함께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 및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ADDress는 고객 신청 시 꼼꼼한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가장 먼저 이메일 등록을 해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원 확인, 온라인 스크리닝 신분확인 등을 거쳐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대한 예방하지요. 그래서 고객들 또한 자신의 신원과 신분 확인에 동의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알아본 ADDress의 핵심 아이디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살아본 지역과 집을 통해 단골 고객이 증가하면 그 지역의 가치가 확대됩니다. 여행이 아닌 진짜 삶을 살았기에 고향과 같은 마음을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따라서 회사의 입장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보다 훨씬 장기적이지만 안정적인 타깃 마케팅이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또한 기타 사회적 변화나 이슈,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등의 변화로 인해 ADDress의 서비스는 점차 더 넓은 범위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즉, 서비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그로 인해 수익 또한 증가하는 것입니다.  

‘ADDress’의 아이디어와 야모리©address.love




4. 세세하게 챙겨주는 서비스의 차이 

ADDress를 통해 고객들이 실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여행을 위해 머무는 호텔이나 에어비앤비 등과 결이 다릅니다. 더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해야 하고 본래 살던 거주지와 연장된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도록 서포트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평일엔 일을 하고 주말엔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모두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또한 그들이 은퇴한 시니어 부부와 같이 휴식에 더욱 초점을 맞춘 고객들이라면 그에 따른 초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저 집만 덜렁 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주말이 되면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할 수 있고, 계약자와 동반하는 경우 가까운 가족에 한한 최대 2명과 고정 파트너 1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습니다. 혼자 잠시 여행 온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살러 온 것이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의 유연함을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한편, ADDress는 도심에서 접근하기 곳에 위치하며 오랜 시간 역사가 쌓인 지역의 교외 주택을 개조하여 고객들이 갑작스러운 변화에서 느낄 수 있는 부담을 줄이고 지속적인 일상을 유지해 가는데 편의를 높였습니다. 즉, 도심에서 평균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들에 30개 이상의 거점을 마련하여 너무 갑자기 깊은 시골로 가야 하는 부담감을 줄여준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이 원래 하던 일도 새로운 곳에서 변함없이 이어갈 수 있도록 와이파이 등의 환경을 완벽히 갖춥니다. 


마지막으로,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고객들을 위해 전용 객실과 전용 침대를 이용할 수 있는 부가 서비스를 유료로 설정하여 지원합니다. 물론 반대로 타인과의 교류를 즐기는 사람은 전용 도미토리 침대와 같은 서비스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이토록 디테일하게 짜인 ADDress는 이 외에도 더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획기적이면서도 사회에 긍정적인 아이디어와 결과로 2020년 일본 구독 비즈니스 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ADDress’의 집들©address.love




5. 타산지석이 시급한 때 

ADDress는 고객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지만 빈 집을 새로운 수익 수단 또는 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아이디어입니다. 

즉 ADDress는 고객을 모집하는 것뿐 아니라 빈 집을 팔거나 빌려주어 매매나 월세 등의 이익을 얻고 싶은 사람들도 동시에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스산한 빈 집으로 무의미하게 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고, 살아왔던 기억을 유의미하게 남길 수 있어 돈 이상의 가치를 다시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ADDress의 가장 큰 미덕은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도 맞추면서 사회 문제도 동시에 해결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례를 통해 꼭 구독 경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문제에 집중할 땐 그것을 해결할 만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새로운 이슈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출산율과 노인인구 증가 문제에서 일본의 사례와 꼭 닮은 양상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것은 그야말로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미리 준비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및 부동산 불균형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되겠지요?




|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 사회 문제를 주제로 다룬 서비스와 브랜드를 알고 싶은 분들 

+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궁금한 분들 

+ 앞으로 닥칠 우리의 문제를 먼저 겪은 다른 나라의 사례가 필요한 분들 

  

| TAG |

#ADDress #주거구독경제 #일본빈집문제해결 #새로운라이프스타일 #일석이조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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