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의 첫 번째 고비, 높은 제작비 해결
나만의 이야깃거리(대주제)를 정한 후엔 전반적인 출판 기획을 시작했어요. 기획에 필요한 내용 중에서도 1인출판사에게는 큰 부담 중 하나인 제작비 마련 방안을 가장 먼저 고민했죠.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기획이면 책의 콘셉트, 제작 기간, 챕터 별 주제, 들어갈 원고 내용, 디자인 등 그야말로 책 '내용'에 관련된 요소들을 기획할 것 같은데, 제작비를 먼저 고민했다니...' 하고요.
거기엔 완전한 0의 상태였던 수년 전의 1인 출판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어요.
1인 출판은 기성 출판사보다 제작 비용 마련의 문제에 훨씬 취약해요. 규모가 작다 보니 투자를 받기도 어렵죠. 어찌어찌하여 제작을 하게 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 판매할 수 있다는 보장도 적어요. 인지도, 마케팅, 영업, 인력 등 모든 면에서 기성 출판사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정 과정마다 움츠러들고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러니 가장 현실적이고 쉽지 않은 제작 비용을 기준에 두고, 종이도 결정하고, 인쇄소도 계약하고, 때론 디자인과 내용, 페이지수 결정에까지 연관시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죠. 일단 책이 출간될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요.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제작 비용이 거의 대부분의 과정마다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은 저는, 고민 끝에 펀딩에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원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 높은데, 넉넉한 부수의 책을 출판하기 위해 권당 제작비를 줄이는 것은 또 타협하기 싫었거든요. 심지어 컬러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이 될 것 같아 내지까지 올 컬러로 인쇄를 해야 하니, 권당 인쇄 단가가 훌쩍 높아져 훨씬 큰 제작비가 필요했고요.
당시 펀딩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던 저는, 일단 어느 펀딩 사이트에서 진행할지를 먼저 정했어요.
출판을 주제로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 가입하여 책 펀딩을 위해선 어느 곳을 선택하면 좋을지, 목표 금액은 어떻게 정하면 좋을지 등과 같은 세부적인 정보 및 의견들을 취합했어요. 그리고 서로 100% 일치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지만, 여러 회원들의 의견들 중 대다수가 더 선호하는 방식을 따라 하기로 했어요. 저만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니, 일단은 많은 수의 사람들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된 안전한 방향을 선택하기로 한 거죠.
그렇게 펀딩 사이트를 결정하고, 그다음엔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어림잡아 책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가늠해 봤어요. 펀딩 할 땐 보통 후원자들에게 관련 선물을 주기도 하고, 택배 배송비를 무료로 하기도 하니 그와 관련된 추가 제작 비용 및 소요 비용도 더했죠. 책 인쇄 비용은 하나의 모델처럼 이 정도 크기와 두께에, 이 정도 인쇄 옵션을 사용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과 가장 유사한 책을 책꽂이에서 한 권 뽑았어요. 소지하고 있지 않으면 구립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최대한 유사한 책을 골라 요소들을 확인했고요.
- 사이즈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 총 몇 권을 인쇄할지,
(1인 출판의 경우 옵셋 인쇄 후 대형 서점까지 입고를 하고 싶다면 최소 500권은 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유할게요.)
- 종이 종류와 두께는 대충 어떤지,
- 내지에 사용된 인쇄 도수는 몇 도인지,
- 별색과 같은 특수한 효과는 추가하지 않았는지,
- 책날개는 있는지,
- 커버 종류는 소프트인지 하드인지
등등을 최대한 분석했어요.
그리고 그 내용을 여기 괜찮다 싶은 디지털 인쇄소 사이트의 인쇄 신청 페이지에 들어가 임의로 기입한 후, 대충의 총금액을 알아냈어요. 물론 아직 원고도 정리하지 않은 시점이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기준으로 금액 정도를 감 잡기에는 요긴한 방법이었어요.
책 제작 비용엔 인쇄비 외에도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다양하지만 가장 큰 부분인 인쇄비용을 가늠했다면 그것에 약 30~40% 정도를 더해 총비용을 가늠하는 것이 좋아요. 당연히 제가 경험상 공유하는 대략의 비율이니, 어느 정도 가늠을 하고 기획을 시작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예상 인쇄 비용이 100만 원이라면 그 외 비용들을 다 합친 최종 비용을 130만 원~140만 원 안팎으로 가늠하는 것이죠.)
아직 책 내용이 전무한 상황에서 펀딩을 통해 제작할 때 필요할 것 같은 제작비용을 가늠하는 정도에서 다음으로 한 것은, 나처럼 1인 출판을 펀딩으로 진행하여 성공한 사례들을 펀딩 사이트에서 찾아보는 것이었어요. 높은 비율로 후원에 성공한 경우들을 몇 가지 모아 분석하여 상세 페이지는 어떻게 구성했는지, 선물은 어떤 것들을 제공했는지, 목표 금액은 얼마로 설정했는지 등등을 꼼꼼히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그 정도에서 제작비 마련 방법 결정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죠. 상세한 내용은 원고를 다 작성하여 가제본까지 만든 후에 진행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으니까요.
자비를 들이거나 투자를 받기 어려워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대충 어느 정도 필요할지 가늠까지 한 과정까지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미완의' 기획 전 단계를 마무리한 후엔 다음으로 몇 권을 인쇄하고 어느 서점들에 입고할지 결정하기로 했고요.
자, 그럼 이 글을 읽은 오늘,
나는 어떻게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보세요.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펀딩은 만약 실패를 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어 버린다는 함정이 있어 그 또한 완벽한 방법이라고 할 순 없어요. 판매를 많이 할 자신이 없는데 얼마나 후원을 받을지 몰라 펀딩을 위해 대량 인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아, 때론 성공을 시키기 위해 억지로 자비를 넣어야 할 웃픈 상황도 많아요.
그러니 제가 펀딩으로 제작했다고 무조건 따라 하지만 마시길 바라요. 모두의 상황과 목표가 다르니까요. 각종 사례들을 찾아보든, 내 상황과 목표를 명확히 분석하든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여 나의 경우 제작비를 얼마 정도로 하고, 어떻게 마련할지 스스로 결정해 보세요!
<Small Brand, High Value - 작지만 가치 있는 브랜드의 10년 후> 구입하기
교보문고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145267
알라딘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5776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