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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 Mar 10. 2019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의 두가지 역할

느즈막이 적는 1월 상해 여행기

※ 본 글은 상해 여행을 다녀온 후, 인사이트가 있는 장소들을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정리한 글입니다.




#들어가며


기획자들은 세상 모든 기획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일까 기획자들은 기획의 목적을 역추적하는 습관 혹은 직업병을 갖고 있다. 그게 비즈니스 모델이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게다가 핫한 비즈니스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 역시, 이번 여행에서도 그 습관은 어디 가지 않았다.


10년만에 가본 상해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택시며 음식점이며 꼬깃꼬깃한 지폐로 거래하던 상해는 더이상 없었다.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QR코드가 등장했다. QR코드를 통한 페이 시스템이 활성화 되어있었다. 신용카드 문화가 생략되고 현금 거래에서 페이 시스템으로 바로 넘어간 기묘한 나라 중국, 그 중심지인 상해에서 인사이트가 넘치는 장소 세 곳을 소개 한다. 첫 번째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이다.



이곳은 전세계에 있는 네 개의 스타벅스의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중 두 번째로 오픈한 매장이며, 규모는 가장 크다. 스타벅스의 본고장인 시애틀에 이어서 상해에는 2017년 오픈했고, 작년에는 커피의 본고장 밀라노에 오픈했다. 아마 이글을 발행하는 시점에는 일본 도쿄점도 오픈했겠지.



상해에 가기 전 방문할 리스트를 천천히 살펴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스타벅스는 도심에 이렇게 큰 매장을 도대체 왜 오픈했을까. 게다가 그냥 매장도 아닌 무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직접 방문해보니 현재와 같은 '외식 서비스 비즈니스'와 향후에 진행될지 모를 '내식 제조 비즈니스'를 모두 염두에 둔 전초 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스폐셜티 커피 시장 대응'과 '제3의 공간의 경험 확장 대비'이다.



1. 스페셜티 커피 시장 대응(외식 서비스로서의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커피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보틀은 애플이다."


커피의 강자 스타벅스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블루보틀을 일컫는 말이다. 스페셜티 시장은 블루보틀이 포문을 연 후, 끊임없이 성장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커피 시장의 고급 세그먼트 분야이다. 위 한마디에서 스페셜티의 성장 가능성과 블루보틀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블루보트의 장점은 최고품질 원두인 스페셜티만을 사용한다는 점과 바리스타와 감성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장점은 식문화의 전반에서 목격 가능한 '고급화/경험 추구화/문화에 대한 학습 욕구'를 담고 있다. 소재와 분야를 불문하고, 어떤 특정 식재 혹은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향유하고 문화로써 자리잡으면 조금 더 특별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생겨난다. 와인, 위스키가 그랬듯이.(최근에는 쌀에서도 비슷한 수순이 목격된다. 언제 한 번 정리를...)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커피가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은 더 고급스럽고 특별하며 깊이감 있는 경험을 원한다. 일반 원두가 아닌 고급 원두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고 원두와 커피 문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블루보틀은 소비자의 욕구를 건드렸고 충족시켰다. 스페셜티 시장이 열린 것이다.


커피 업계의 선두주자인 스타벅스는 대응이 필요했고 그 일환으로 리저브 매장을 론칭했다. 그리고 세계 주요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은 리저브 매장의 RTB(Reason to believe)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스페셜티 원두를 눈앞에서 원두를 직접 확인하고 직접 로스팅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방금 로스팅된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 한다. 바리스타의 친절한 설명과 감성적인 터치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은 믿는 것을 본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믿는대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사람들을 믿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특별한 원두를 직접 보고 경험한 기억은 리저브 매장으로 이어진다. 눈앞에서 보았으니 믿는 것이다. 믿으니까 더 좋게 느껴지고 그렇게 충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로스팅 중인 커피의 정체를 알려주는 보드
로스팅 하는 과정
원두부터 촤르륵 쏟으면서 로스팅 시작
고객과 대화하는 바리스타/고급 원두들/매장에서 가장 사이즈가 큰 원액이 모이는 통




2. '제3의 공간'의 경험 확장 대비(내식 제조 식품으로서의 스타벅스)


얼마 전 스타벅스는 미국과 중국에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우버잇츠,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각각 제휴한 배달 서비스를 선보인다. 보도 자료를 보니 제휴의 목적은 카페 이외의 공간에서도 커피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이라며?

그렇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을 제공/판매 하는 것으로 업을 정의했다. 스타벅스만이 할 수 있는 아주 섹시하고 명확한 정의였다. 실제로 공간과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비즈니스들이 스타벅스의 사례를 공부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IT와 디지털의 성장으로 배달 서비스가 증가했다는 점, 집에서 홀로 휴식하는 밀레니얼의 트렌드 등 다양한 배경으로 인해 스타벅스 스스로가 정의했던 그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전략은 없다. 전략은 고객 환경에 맞춰 수정하고 개선하고 발전해 나간다. 스타벅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초기 전략의 방점이 공간에만 찍혔다면 이제는 공간과 함께 커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제 3의 공간'이라는 그들의 정체성이 무너지는게 아니라 집과 회사로 경험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증거가 배달 서비스이다.


출처 : appledeafnews


그리고 배달 서비스 외에도 경험의 확장을 위해 스타벅스가 중점을 둘 것이라 조심스레 추측하는 분야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커피(인스턴트 커피 혹은 원두)'이다. 공간 기반의 '외식업'이 집에서 즐기는 형태의 '내식업'으로 진출할 때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배달을 통해 실제와 같은 식경험을 제공하는 방법과 제조를 통해 실제와 거의 흡사한 식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맛집의 짬뽕을 배달로 먹는 방법과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조심스레 추측하면 배달 서비스 이후의 스타벅스의 접근은 인스턴트 커피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저브 로스터리는 패키지 형태의 커피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리저브 로스터리에는 현장에서 먹는 커피의 원두도 로스팅하고 아직까지는 소량이지만 패키지에 담을 커피도 로스팅한다. 즉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제조/생산된다. 로스터리이자 '도심형 제조공장'인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눈앞에서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를 제조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지켜본다. 만약 실제로 스타벅스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커피를 활성화 한다면 소비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스타벅스 인스턴트 커피 제조의 주체와 장소 등 형태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은 눈으로 목격한다. RTB(Reason to believe)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표형 그대로 눈앞에서 보았으니 믿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도 스타벅스는 다르다고. 밖에서 먹었던 커피와 같은 맛을 집에서도 느낄 수 있다고.


제조 과정


제조 과정


소량이지만 실제로 판매 중





다양한 굿즈들
빵과 디저트류도 종류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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